진실과 맞닥뜨리기 위해서는 아주 강해야 한다. 진실을 알고 나서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가운데 얼마나 될까? 영계 탐사의 역효과가 알려지자, 교육부는 재빨리 진실 대처법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처음엔 상급 학년에서만 그 과목을 가르쳤으나 곧 전학년으로 확대되었다. 진실 대처법은 최근에 대학 입학 시험 과목에 포함되었다.
--- p.549-550
죽은이들을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
죽은 사람을 헐뜯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특히 죽은 지 얼마 안되는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하면 안 된다. 그 사람의 힘이 아직 이승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황색계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사자들은 그 나름의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들은 산자들을 은밀하게 관찰한다. 이승에서 사랑하던 사람들과 교신하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가 저승으로 간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애정 어린 파동을 보내면, 그의 넋이 우리에게 와서 우리의 일을 도와 줄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그에 대해 원망을 품고 있으면, 그의 넋은 더 이상 우리를 도울 수 없다.
--- pp.447-448
우리는 하샤신의 산중 장로와 완전히 화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샤신 타나토노트는 이제 다 목숨을 잃었고, 그와 동맹을 맺었던 세력들도 이성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해는 우리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우리 타나토드롬에 찾아와 얼마간 정중한 모습을 보여준 뒤로, 산중 장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하샤신 타나토노트는 없고, 종교들 간에 대협정이 맺어져 있는 상황인지라, 그는 돈을 주고 타나토노트를 고용해서 작은 비행대를 만들었다.
그가 우리에게 텔레파시를 발했다.
"범종교 협력주의는 다른 종교들을 잠재우고 그 틈에 유대 인들이 천국을 독차지하려는 속임수일 뿐이다."
프페디가 반박한다.
"영계는 누구의 것도 아니오. 따라서 영계에서 일체의 폭력을 몰아내자는 데 합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오."
마지막 하샤신이 성을 낸다.
"라비들이 말장난에 능하다는 걸 잘 알아.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나."
그의 비행대에 우리 어린 시절의 적이었던 뚱보 마르티네스가 끼어 있다. 기이한 악연이다. 그는 영계 탐사 초기, 타나토노트들이 무수히 죽어가던 시절에 타나토노트 후보로 지원했다가 탈락된 바 있다. 그 때 그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이제 우리를 미워하고 있다. 우리는 죽을 게 뻔한 상황에서 그를 구해 주었던 셈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그는 우리를 더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에게 해를 입혔던 사람들은 자기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우리 탓만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 줄수록 그들의 증오심은 더 깊어간다.
--- pp.559-560
온 힘을 기울여 슬픔과 괴로움을 멀리 하고 항상 기쁨 속에 사는 것은 우리의 크나큰 의무이다. 사람에게 생기는 모든 병은 기쁨이 훼손되는 데서 비롯된다. 기쁨이 훼손되는 것은 신명(니군)과 열 가지 생체 리듬(데피큄)이 비틀리기 때문이다. 기쁨과 신명을 잃으면 사람에게 질병이 닥친다. 기쁨은 모든 처방 가운데 으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안에서 오로지 긍정적인 요소만을 찾고 그것에 애착을 가져야 하느니라.
--- p.457
아까 로즈가 하던 대로 나도 빛의 산을 넘는다. 보인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다. 일곱 천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엄청난 것이 있다. 문득 나는 모든 것을 깨닫는다. 우리의 생각은 얼마나 사실과 먼 것이었던가! 아무도 그것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은 아주 당연하다. 터무니없다, 정말 터무니가 없다.
블랙홀의 깊은 속, 그 속의 속, 다시 그 속의 속이 보인다. 그저 얼떨떨할 따름이다. 그것은 전혀 내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다. 격한 감동으로 내 영혼이 전율한다. 이제 나는 안다. 저승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거기에 있는 것은.....
--- p.741
문득 나는 모든 것을 깨닫는다. 우리의 생각은 얼마나 사실과 먼 적이였던가! 아무도 그것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은 아주 당연하다. 터무니 없다,정말 터무니가 없다. 블랙홀 깊은 곳, 그 속의 속, 다시 그 속의 속이 보인다. 그저 얼떨떨할 따름이다. 그것을 전혀 내가 생각하던 것이 아닝댜. 격한 감동으로 내 영혼이 전율한다. 이제 나는 안다. 저승.건터편에 무엇이 있는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거기에 있는 것은.....
--- p.741
나는 뒤로 물러섰다.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놀라움이 너무나 커서 내 영혼이 굳어 버린 것 같다. 손가락에서는 여전히 피가 솟고 있다. 해골 가면 뒤에는 그저 해골이 있을 분이다. 또 다른 죽음의 얼굴이다. 하얀 사탱 옷을 입은 여인이 가면을 하나씩 벗을 때마다 그 속에는 또 다른 가면이 들어 있다. 여인은 그런 식으로 백여 개의 가면을 벗이 던진다. 한결같이 죽음을 상징하는 얼굴들이다.죽음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죽음은 죽음이고 죽음이고 죽음이고 죽음이고 죽음일 뿐이다. 여인이 다시 거대한 괴물로 변한다. 다리가 문어발처럼 변하더니 나를 휘감는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한다. 이제야 브레송이 겪었던 공포를 이해할 것 같다.
--- p.474
그대 길가메슈여 언제나 배가 가득하도록 먹고 밤낮으로 즐겁게 지낼지라. 그대 인생의 하루하루를 열락에 찬 축제로 만들라. 의복을 정결하고 화사케 하고 얼굴과 몸을 깨긋하게 씻을 지라. 그대 손을 잡는 아이를 어루만져 주고 품에 안긴 아내에게 기쁨을 주라.인간이 지닌 권리란 그저 그런것 뿐일지니.<길가메슈의 서사시>
--- p.785.
266. 카르마 점수 계산법
막심 빌랭의 '어던 영혼과의 대화'가 나온 뒤로, 우리는 환생의 고리를 끊고 순수한 정령이 되기 위해서는 선업 점수 600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망딘은 성 베드로에게 다시 문의하여 더욱 정확한 정보를 알아냈다. 그리하여 대천사들이 영혼을 심판할 때 적용하는 채점 기준이 밝혀졌다. 그것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p.666-667
181.수피즘 철학
나는 없어지고 내 육신을 이루던 조각들은
태초의 고향인 저 하늘에 던져졌다.
모든 조각들은 감옥과도 같은 바로 이 내가 두려워
술에 취하듯 보이지 않는 분께 도취하여 사랑에 빠져 있다.
시간이 이 파란 많은 삶을 끝내 주리라
소멸이 늑대처럼 다가와 이 양떼를 풍비 박산 내리라
사람의 마음에 저마다 오만이 가득하나
죽음이 몰아쳐 오면 그 거만한 고개가 수르러지리라.
--잘랄 알 딘 알 루미, <4행 시집>
프랑시스 라조르박의 논문, '죽음에 관한 한 연구'에서 발췌
--- p.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