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성(性), 그 감추어진 이야기"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고 여겨진다. 우선 저자가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의 틀 안에서 흔히 난처하게 여겨지는 성 문제를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성에 대한 금기가 심한 한국 사회, 더구나 보수적 성향이 짙은 한국 교회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성교, 자위, 혼외정사, 혼전성교, 음란서적, 구강성교 등 '점잖은' 인쇄물에 올리기조차 망설여지는 주제들을 거침없이 파헤치면서 평범한 보통 남성, 바로 독자 자신의 성의식과 체험의 세계를 직시하게끔 이끄는 저자의 지적 담백성은 매우 인상적이다.
두 번째로 이 책은 단순한 성의학 보고서를 넘어서 성문제가 우리 의식과 삶, 특별히 결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솜씨로 알기 쉽게 제시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보수적 기독교도임을 자처하는 저자가 일관되게 고백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과도한 신학논설이나 설교조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성과 도덕, 종교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은 저자의 태도는 특별히 성문제가 어지러운 미국의 상황에서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국 사회, 미국 문화를 전제로 조사 분석된 이 책이 한국의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고민은 우선적으로 이 책의 출판을 기획한 홍성사와 번역을 맡은 역자의 몫이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께서도 함께 나누어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한국사가 경험해 온 근대화가 많은 영역에서 곧 서구화 내지 아메리카니즘의 유입과 동일시된 과거를 볼 때, 성행동과 성의식 역시 상당한 정도로 유사한 과정이 있으리라는 예상을 터무니없이 무식한 억측으로 밀쳐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세기의 가정해체를 거친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가 새로운 보수주의 성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심심찮게 들리는 시점에서 이 책의 번역을 결심한 홍성사의 사려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역자가 성 문제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데, 역자도 이 책이 다루는 문제들에 공감하는 평범한 보통 남성의 일원이라는 것으로 변명을 삼고자 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성적 자아상을 살펴보고 보다 행복한 삶으로 한걸음 가까이 갈 수 있다면 역자의 조그만 노력에 넘치는 보답이 될 줄로 믿는다.
--- 번역자의 글
남자의 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사회의 남자들 대부분은 성에 곤한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남자들은 도대체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흔들리면서, 자기들이 그처럼 성의 영향력에 지배 받는 것을 전혀 이해해 주지 못하는 여자들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을 따름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