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석유와 결부되어 있는 기술산업주의나 소비지상주의는 무한한 연료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연료 소비에 대한 인간의 병적인 욕망은 가히 프로메테우스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태도는 정신병에서 보이는 강박적인 특징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나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고 있는 이 병은, 우리가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경우에만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병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원유나 휘발유, 디젤, 등유와 같은 고급화된 석유생산물들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자유와 진보라는 서구적 사고방식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적인 생활방식’은 이러한 소비사상을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소비사상은 그들이 최고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들, 즉 기동성과 생활태도 그리고 현대성의 본질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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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면 1928년 이래로 일곱 자매로 지칭된 대형 콘체른들인 엑슨, 모빌 오일, 셰브런, 로열-더치셸, 걸프, 텍사코 그리고 브리티시 석유는 그들 중 어느 하나에 의해 시장이 독점될 수 없도록 서로 민감한 석유시장을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석유를 놓고 벌였던 투쟁 상황은 모두에게 상당한 손실을 입혔는데, 이러한 투쟁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자들의 목적에 따라 서로 연합하는 목적연합을 결성하는 일이었다. 즉 그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유소나 광고에서는 경쟁관계인 것처럼 갈등상황을 연출하면서도 사실을 연합관계를 이루는 카르텔의 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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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가 1962년에 가지고 있던 이러한 소망은 지속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석유공급 과잉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던 2000년도까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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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량을 정확히 정해놓고 반년마다 모든 회원들이 만나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검사하고 석유시장의 상황에 따라 채굴량을 약간씩 조정하던 큰 틀이 있었음에도, 이 기구가 거의 와해 직전까지 가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 위기상황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맞서 전쟁을 벌였던 1967년과 1973년에 발생했고, 석유수출국기구의 회원국인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 때(1980~1988년)와 1990년에서 1991년까지 있었던 쿠웨이트 위기 때도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위기 상황은 오늘날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국제연합이 취한 ‘식량을 위한 석유’(Oil for food: 이라크가 생필품을 살 목적으로는 석유수출 행위를 해도 좋다는 허용 방안)와 같은 경제제재 조치들은 아직도 유효하며, 미국 및 영국의 전투 병력들은 이라크의 북부와 남부 지역에 있는 비행금지 구역들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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