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하나 있는 거 남들보다 잘해주진 못했어도 애비 돈까지 손댈 놈으로 키우진 않았다. 안가져 갔다면 안가져 간 줄 아세요! 애비 손 안대게 키우셨나면서요. 그러면서 의심해요? 저도 아버지 지갑에 손댈 만큼 궁하지 않다구요.
--- p.143
의아하게도 아버지는 화내지 않으셨다. 오히려 안심하는 눈치셨다.
'으음..더워..'
'그래, 수건 갈아 줄게'
내가 무언가에 정성을 쏟는 모습을 아버지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아버지의 느닷없는 따뜻한 눈길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건 현장에는 소방서 대원들과 군경 합동 대책반이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현재까지 사망2명, 부상12명,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 p.19-20
왜? 학생 하숙하게? 집을 팔려구요. 아버지를 팔아버렸다. 아버지의 기억을 팔아버렸다. 아버지를 팔아버린 내 자신도...팔아버렸다. 양쪽 다 섭섭치 않을 금액이요. 결정들 잘 봤수. 끼이익 끼익 왔니? 턱. 대한~사람~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p.160-164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 학생 보호자 되십니까?
길에서 패싸움하다가 주민들의 신고로 저희한테 붙들렸습니다. 훈방시킬테니 가정에서 교육을 잘 부탁드립니다.
쳇!
자, 그럼 수고하십시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굽실대지 마요. 끌고 오면서 계속 아버지 욕만 했다구요. '니 애비는 뭐 하는 인간이냐? 너 이러고 다녀도 아무 말 않냐?'라고. 개자식!
아버지만 보면 이유 없이 약이 올랐다.
그 자식한테 '우리 애비 직업은 보일러 수리공이고 나한텐 관심도 없다'고 했어요. 잘했죠?
그날 밤, 빗소리 때문에 잠을 잤다. 힘에 부칠 만큼 나를 때린 아버지는 연고를 들고 내 방에 들어오셨다.
--- p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