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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중고도서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 인생, 힘 빼고 가볍게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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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66g | 134*193*20mm
ISBN13 9788968331909
ISBN10 8968331901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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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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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1년에 고향 집을 몇 번이나 가?”
“두 번쯤? 설하고 추석.”
내 대답에 곰곰 생각하던 친구가 말을 잇는다.
“그럼…… 이제 서른 번 정도 남았겠구나.”
“뭐가?”
“엄마를 만날 일.”
---「냉동실의 즐거움」중에서

“그리고 송이 넣었다. 그기 자연산이야. 비싼 거니까 절대 볶아 먹지 말고 후라이팬에다 살짝 꾸워. 빡빡 씻으면 안 된다. 절대 빡빡 씻지 마. 그래가꼬 참기름에 살짝 찍어 먹으면 돼. 우리는 우리가 다 알아서 먹고 산다. 니나 먹어. 몸보신한다 생각하고 다 먹어. 그래 봐야 1키로야. 가시나야, 그기 돈이 얼마짜린지 알기나 하나. 꼭꼭 씹어서 다 먹어. 나이 들어가꼬 빌빌대믄 누가 좋아하나.”
---「엄마의 전화」중에서

지금 네 살배기 우주는 나와 같이 잔다. 내 목 밑으로 팔을 쑥 집어넣고 나머지 한 팔로 내 머리를 안아 주곤 한다. 촉촉하고 따뜻한 아기 팔에 눈물이 날 때가 많다. 물론 나는 아직 아기를 어떻게 재우는 게 좋은 것인 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모르는 것이 미안하지 않다. 내가 모르는 게 어디 그것뿐일까. 서툰 엄마, 어디 하루 이틀 일일까.
---「혼자 자는 아기」중에서

“아빠, 왜 야트막한 바다를 돌면서 물고기들을 잡는 배들이 있었잖아. 그게 이름이 뭐였지?”
아빠는 나보다 더 신이 난다.
“뎅구리!”
하지만 편집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뎅구리는 표준어가 아니란다. 편집자가 내민 표준어는 뎅구리 기분이 나지 않아서 나는 아예 그 단어를 뺐다. 하얗고 야들야들한 아나고 회 이야기를 썼을 때에도 편집자가 빨간 줄을 그었다. 아나고가 아니라 붕장어라고 했다. 붕장어라니. 오래된 애인과 마주 앉아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붕장어 회라니. 나는 그럴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아나고 회라고 쓸 수 있었다.
---「유년을 뒤적이다 」중에서

나는 권여선의 소설들이 늘 무서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 속을 다 들켜 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뿐 아니라 권여선도 무섭게 느껴졌다. 어느 술자리에선가 권여선을 처음 만나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을 때 그래서 나는 쭈뼛쭈뼛 인사도 겨우 했다.
그날 나는 정신 나간 여자애처럼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동료들이나 친구들과의 자리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을 그 짧은 스커트가 작가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지나치게 튀었고, 나는 권여선이 나를 정신 나간 여자애로 볼까 봐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책들은 다 사연을 품고 있지」중에서

J마저 이사를 오던 날, 입주민센터 직원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정말 친구들끼리 여기에 모여 사는 거예요? 남편들 직장도 다 가까운가 봐요?”
“남편을 아직 못 찾아서요.”
J 역시 그런 대답을 잘도 했다.
---「이모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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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먼 곳까지 갔다가 돌아와도 스스로 되물을 말은 사랑밖에 없겠지. 서령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몰라서 모르는 게 아니라 아직 알아야 할 것이 인생 너머에 남아 있다고 믿어서 모르는 사람. 그래서 그는 같은 시간을 살기 위해 매번 다른 도시를 찾는 사람 같다. 그리고 이제 낯선 시간을 살기 위해 한 도시에 남은 사람 같다. 그렇지만 분명 그는 아는 사람보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뒤돌아보고 더 많이 울었을 것이다. 그것 말고 다른 사랑은 없다.
- 신용목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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