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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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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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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446g | 128*188*30mm
ISBN13 9788959134304
ISBN10 895913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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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삶을 규정한다. 긍정적인 사고는 행운을, 부정적인 사고는 불행을 부른다. 아마 그건 진실이리라. 하지만 사물에는 보이지 않는 이면과 그림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네거티브 필름처럼 말의 의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사람을 속박하는 말도 있다. ‘운이 좋을 지어다’가 아니라 ‘운이 좋아지지 않을 지어다’로 반전된 이름에 의한 저주. 나는 그 실제 증거다. 절대적인 불운의 소유자의 이름이 다이키치라니. 그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 p.96

-“의학은 원래 출신성분이 형편없는 존재인데도 지금은 귀부인처럼 행세하고 있어. 웃기지도 않지. 자신의 모태를 경시하는 현대 의료는 언제 어디서든 파탄에 이를 걸세. 잠자던 악마가 눈을 뜰 날이 머지않았어.”
이와오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듣게, 의대생. 의학이란 시체를 먹고 살아온 빌어먹을 학문이야. 그걸 잊지 말게.”
이와오의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나는 몸을 움츠렸다. 내가 내내 생각해왔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의학은 빌어먹을 학문’이란 표현. 하지만 그 깊이가 다르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와 드넓은 바다 정도의 차이. 나는 슬며시 부끄러워졌다. --- p.297

- “헤키스이인 사쿠라노미야병원의 골격은 아름답지. 종말기 의료의 이상향이야. 경영적인 측면에서 보면 유지하기 어렵지만. 그 기본자세는 법체계 따위에는 엿을 먹이며 국가로부터 눈먼 돈을 뜯어내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로 환원한다는 것이야. 그 철저한 악당 같은 모습은 실로 감탄스러울 정도일세. 히메미야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마다 나는 사쿠라노미야병원의 논리적 합리성에 넋을 잃고 말았어. 환자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면 국가마저도 속이겠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국가로부터 돈을 빼앗아내느냐 하는 관점을 큰 기둥으로 삼아 시스템을 구축했지. 사쿠라노미야병원의 확고한 자세는 현대 의료 시스템 안에서 환자가 주체가 되는 의료를 진지하게 하자면 반체제로 가지 않을 수 없다는 절규로 들리기도 했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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