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자 서른만 넘으면, 궁금해 미치겠다는 듯이,
'왜 혼자 사세요?'
뭐 그리 잘났냐는 듯이,
'너무 눈이 높으신 거 아니예요?'
두 손을 모으곤,
'멋있다. 독신주의.'
걱정스런 표정으로,
'근데 외롭지 않으세요?'
쑥스럽다는 듯이,
'그건 어떻게 해결하세요?'
체념한 듯이,
'혼자 사는 것도 괜찮죠.'
떠보는 듯이,
'근데 많이들 뭐라 그러죠?'
비꼬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게 문제예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근데, 진짜 결혼 안 하실 거예요?'
독립 투사처럼,
'언니, 힘내세요.'
한마디로 가관이다.
나이 많은 분들은 부모가 불쌍하단 듯이,
'다른 형제들은 다 결혼했고?'
머뭇거리며,
'부모님은 살아 계신가?'
니가 뭐 그리 잘났냐는 듯이,
'벌이가 괜찮은 모양이네.'
달래며,
'늦게라도 시집은 가야지.'
돌아서며,
'눈이 눈썹 위에 달렸나?'
--- p.146-147
한때 나쁜 년 나쁜 놈 시리즈가 유행해서 각종 나쁜 남녀들이 지탄을 받았다. 그 가운데 가장 나쁜 년이 '세워 놓고 안 주는 여자'! 내가 생각해도 이런 여자는 악질 중에 악질 같다.
그런데 가만 보면 성관계를 '준다 또는 해준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총각이 처녀한테 "한번 주라"고 하고, 결혼한 남자들이 의무방어전이라고 하면서 "해준다"고 한다.
성을 여자가 남자에게 몸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에 대해 서로 즐긴다는 개념이 희박하다. 여자는 대주고 남자는 해주고, 이러다보니 정복 아니면 의무만이 남게 된다.
남자들은 정복한다는 뜻에서 재미도 없는 영계를 찾기도 한다. 성적으로 발달하지 못해서 같이 즐길 수 없는 어린 여자와 일방적인 섹스를 하는 이유는 먼저 깃발을 꽂았다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다. 깃발을 먼저 꽂는다고 누가 상 주나?
마누라에게 '해준다'고 생각하면 정말 재미없고 괴로울텐데, 주간학습 다달학습을 치르는 우리나라 남자들 대단하다. 하긴 마누라에게 해주고는 그 반대로 돈을 주고 다른 여자에게 서비스를 받으니, 의무방어전도 견딜 만한가?
성을 통해서 얻는 남녀간의 진정한 교감을 평생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나쁜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가장 나쁜 놈들 천지다. 섹스를 '준다, 해준다'라고 생각하는데 어이하여 남녀간의 진정한 교감을 맛볼 수 있겠는가? 하느님이 주신 고귀한 선물, 섹스를 통해 인생을 즐길지어다.
가장 나쁜 놈보다 더 나쁜 놈은 자신은 다처제를 실천하면서 여자에게는 일부종사하라는 놈. 자신은 길거리 다니는 쭉쭉빵빵 미인들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여자들보고는 담장 밖을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는 남자. 자신은 이 방 저 방 여관방을 전전하면서 아내한테는 이 방 저 방 다 다녀봐도 서방이 제일 좋다고 우기는 남자. 아내가 슈퍼마켓 아저씨와 다정하게 인사만 해도 눈에 쌍심지를 세우면서 여자가 헤프게 웃으면 되냐고 하는 남자, 균형 감각 없는 이런 남자는 정말 싫다. 그런데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남자가 이런 남자 아닌가 싶다.
--- p.9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