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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vs 언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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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vs 언쟁

: 아고라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

조제희 | 들녘 | 2011년 11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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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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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1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38g | 153*224*20mm
ISBN13 9788975279874
ISBN10 8975279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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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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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논쟁論爭을 서양의 개념과 달리 ‘상대방과 논리적인 말로 시시비비를 가려가며 싸운다.’로 해석한다. 이 말은 쌍방이 마주 보고 말을 주고받는 형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말뜻에 ‘청중/독자를 설득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논쟁의 큰 축을 이루는 청중/독자(audience)의 개념을 무시하고 있다. 또한 논쟁과 언쟁을 확실하게 구분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개념에 대해서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언쟁은 둘이서, 논쟁은 셋이서 한다. 언쟁은 쌍방이 마주 보고 설전을 하는 행위이고, 논쟁은 의견이 다른 둘 이상의 발표자들이 듣는 이/읽는 이들을 향해 설득하는 언어 행위이다. 또한 언쟁과 논쟁은 주어진 상황, 주제, 대상이 다르다. 언쟁에는 정해진 규칙이 별로 없지만, 논쟁에는 공정성과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많은 규칙들이 있다. 언쟁의 상황과 주제는 다분히 사적이고, 논쟁은 상황과 주제가 공적이다. 논쟁의 상황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마주 보고 싸워서는 안 될 것이다.---「논쟁과 언쟁은 어떻게 다른가?」중에서

논쟁은 말싸움이 아니다. 논쟁은 발표자들과 청중이 이루어내는 창조적 행위이다. 발표자들 사이에는 말싸움이나 물리적 충돌이 없어야 하고, 그들은 청중/독자를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공적인 상황(public, academic, and professional)이 발생하면 둘 이상의 집단들이 자신의 이익이나 혜택을 위하여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면 청중/독자들은 이들의 의견을 살펴본 후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고 행동한다. 이런 상황을 논쟁이라 한다. 발표자는 청중/독자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설득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주장과 이에 대한 합당한 이유와 근거들을 논리적으로 배치하여 제시한다. 논쟁은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 2천 500년에 걸쳐 발전된 여러 가치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이성의 언어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중에서

연상 작용을 의식적으로 중단한 후, 생각하던 주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해 더 깊이 알려고 하면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일정한 주제에 연관되어 벌어진 상황이 어떤 것인지 포괄적이고 심층적으로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이 어떤 입장에 처해 있는지, 이에 따른 주장이 타인의 것보다 더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는지, 만약 약하다면 어떻게 해야 주제에 연관된 더 좋은 정보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 또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좀 더 논리적이고 능동적이면서도 호소력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 이럴 때 우리는 전지전능한 신의 관점(God’s point of view)을 확보할 수는 없어도 상대적으로 최선의 주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비판적’ 그리고 ‘논리적’ 사고방식이라고 부른다. ‘비판적 사고’란 상황에 연관된 가능한 모든 지식과 정보 그리고 경험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살피면서(정보 수집, 분석, 종합 등) 생각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의 산물은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비판적 사고는 주제에 대해 알려진 것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호기심 발동으로 시작된다. 먼저 케네스 버크Kenneth Burke의 ‘펜타드pentad(누가, 언제, 무엇을, 왜, 어떻게)’에 입각하여 주제에 관련된 정보를 알아낸다. 이렇게 하려면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논리적 사고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중에서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작가는 먼저 주 독자층의 수준과 성향을 알고, 이들에 맞는 표현과 글의 형태를 사용해야 한다. 이 개념을 ‘청중/독자 의식(audience awareness)’이라고 한다. 발표자/작가는 청중/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처럼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어떤 말/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 톤(tone)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떤 장르의 글을 이용할 것인지 선택한다. 또 정서적 부분(감정)에 호소할 것인지, 이성이나 도덕성에 호소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주제의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혹은 어떤 증거(사실, 통계, 경험자의 의견, 권위 있는 이들의 의견)를 제시해야 하는지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청중/독자는 누구일까?」중에서

어느 사회에나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주장이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든, 논리적으로 모순투성이든, 혹은 천지개벽을 할 일이든 그들은 보통 ‘나는 내 길을 가련다.’는 태도를 고수한다. 일본의 극우파나 적군파가 그렇다. 이들은 한 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이들은 논쟁의 청중/독자로 부적합하다. 대화도 안 되고 소통도 거부한다. 오직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 여기면서 타인들을 비난한다. 자신들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과 말을 섞기 시작하면 논쟁이 아니라 십중팔구 언쟁이 발생한다. 이들을 대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냥 “내버려 둬!”이다. 이들은 숫자도 적을뿐더러, 다른 청중/독자도 그들의 특성을 익히 알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동의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사회에 해를 가하거나 극단적인 일을 벌이지 않는 한 가만히 놔두는 것이 상책이다. 이들에게 일일이 대꾸하는 것은 논쟁에서는 최악의 선택이다.---「결코 입장을 바꾸지 않는 사람」중에서

연사/작가가 사용하는 말과 글은 그의 인격(ethos)의 신뢰성(credibility)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선택이 잘못된 단어/표현들은 사용자를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연사/작가를 믿지 않게 된다. KBS '100분 토론'이나 '끝장토론'에는 주로 교수들이나 주제에 연관된 전문가들이 출연한다. 일반인은 어쩌다가 짧게 한 마디 하거나 거수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낼 따름이다. 왜 전문가들이 패널의 주 초청자로 나오는가? 답은 간단하다. 식견이 신뢰를 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여 자신의 관점에서 시청자에게 심도 있게 세부 사항들을 보여줄 수 있다. 주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이 목소리만 높여 자기주장을 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떠들면 시청자들은 곧바로 채널을 돌릴 것이다.---「논쟁의 수단과 규범」중에서

파토스는 감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칠정 즉, 희·노·애·락·애·오·욕(喜기쁠 희, 怒노여울 노, 哀슬플 애, 樂즐거울 락, 愛사랑할 애, 惡미워할 오, 慾욕심낼 욕)과 더불어 공포·질투·동정·정의감 등은 감성의 범주에 속한다. 연사/작가가 ‘때와 장소에 따라 필요한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emotional appeal)’도 파토스라 불린다. 파토스에는 단순히 감정적인 말/표현들을 사용하여 청중/독자들이 그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사건이나 이야기 자체가 동정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거나, 슬프게 하거나, 분노하게 하는 것들을 골라 객관적으로 들려주는 방법도 있다. 이때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전달해야 효과적이다. 그리고 전자와 후자의 방법 중 후자가 더 효과적이다. 직접적인 방법은 연사/작가가 감정적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 예를 들어보자.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가 있다 하자. 그 이유 중 하나는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이가 사형을 언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실제로 억울하게 사형이 집행된 경우를 제시했다. 이럴 경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느니,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집행된 사람의 처지를 이야기 형식을 빌려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방법이 좋다.---「감성 활용하기」중에서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방법이다. 머릿속이나 현실을 탐험하면서 주제와 연관된 사항들을 스스로 찾아 적는다. 후에 사용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적는 방법이다. 생각을 단어 또는 긴/짧은 문장 등으로 우선 대충 표현해 놓는다. 일반적으로 이 방법들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 알려져 있다. 그리고 어떻게 적어내느냐에 따라 그리기(mapping)와 쓰기(writing)로 나뉜다. 그리기에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리스팅listing, 개요 작성하기(outlining)가 있고, 쓰기에는 큐빙cubing과 질문하기(asking), 저널 쓰기(keeping a journal) 등이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태그메믹 이론과 다르게 복잡하고 특별한 구속력이 있는 원칙이나 조건이 많지 않다. 그저 머릿속이나 현실에서 찾다가 뭔가를 발견했을 때 적어내면 그만이다. 따라서 기억력과 직관력이 많이 작용한다.---「휴리스틱(heuristic,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방법)」중에서

강연은 논쟁이 글로 진행되는 시대에 들어서서 그 정의가 첨가되었다. 작가가 독자들 앞에 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몸과 목소리를 이용하는 방법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이를 대체하여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몰렸다.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일로쿠션elocution의 기술과 연관된다. 문자로 독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자들이 읽고 캔디를 먹는 기분이 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문자화된 메시지를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독자들이 잘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을 빌린다거나, 그들의 지식과 언어 능력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내용을 조종하는 것이다. 또한 문장을 문법적으로 바르게 쓰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 과정도 첨가되었다. 초고를 완성한 후 자신에게 크게 읽어준다거나 작가가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원고를 살펴보게 하거나 원고를 더 좋게 다듬을 수 있도록 타인에게서 도움을 받는다거나 하는 방법들도 개발되었다. 동료들? 그룹을 형성하여 원고를 돌려 읽는 방법, 또 전문가에게 교습(tutoring)을 받는 방법도 있다. 글을 출판하는 경우, 출판물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연구하는 학문(graphemics)도 개발되었다.---「강연/출판」중에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발견이 다이아노이아에서 노에시스로 발전하려면 검증을 거쳐야 한다. 같은 전공자들이 모여 세세히 확인한 후 진실이라고 동의하면 그때서야 노에시스가 된다. 확실치 않은 것들이 옳다고 인정을 받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마침내 동굴에서 걸어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환상이 완전히 걷혀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영혼의 정신적 눈(eye of the soul)을 지니게 되어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들의 형태를 인식할 수 있고, 그 형체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왜 그렇게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그 형체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실히 아는 단계다. 상상과 감각과 이성을 뛰어넘어 이룬 단계다. 여기에 속하는 지식들은 검증을 통해 인정받은 것으로 주로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반론이 거의 없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다윈의 ‘진화론’, 왓슨과 크릭의 ‘DNA 이론’ 등이 여기 속한다.---「노에시스(noesis)」중에서

‘새파이어의 논쟁 방법(Safire’s option three argument)’은 중재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로저리언 방법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주된 청중/독자, 그리고 문제 제기를 위한 정보사용 방법의 측면에서 다르다. 이 논쟁 방법은 극단주의자들의 의견이 어떻게 상충하는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논리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을 배격한다(따라서 반론이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다). 그런 다음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양쪽의 온건파들에게 제3의 제안을 소개한다. 과격한 이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이를 중재하는 로저리안의 방법과 달리 새파이어는 양쪽 모두를 주된 청중/독자로 삼는다. 극단주의자들의 폐해를 온건파들에게 보여주고, 다른 제안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새파이어 논쟁 방법」중에서

정확성(accuracy)은 사실이냐 거짓이냐의 문제다. 알다시피 논쟁은 사실(pistis)에 입각해야 한다. 사실을 이루고 있는 자료가 잘못되거나 왜곡되면 사실에 연관된 모든 것들이 의심을 받게 마련이다. 지난 번 서울시에서는 무상 급식에 대한 주민 투표를 하기 위해서 서울 시민들의 서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서명에서 “서울시는 복지 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주민 투표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서명부에 대해 전산 확인 등 자체 검증 작업을 한 결과, 청구인 81만5천817명 중 67.2%인 54만8천342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논쟁의 자료로서 부적합하다. 비록 올바른 절차를 거쳐 유효하게 처리했다지만, 약 27만 개의 서명이 거짓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자료가 오염이 되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확성을 추구하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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