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얘기를 쏟아내며 전세계 젊은이들의 귀와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랩 음악'.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인기 장르로 떠오른 것 같지만, 사실상 그 혁명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명백한 음악 장르로 자리잡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했다. 지난 1998년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에서 랩 솔로 가수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Will Smith)는 무대 위에서 과거의 설움을 이렇게 토로한바 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주최측에 할 말이 있어요. 제가 10년 전에 친구 재지 제프와 함께 그래미 랩 부문상을 받은 적이 있지요. 그런데 그때 그래미 측은 시상식장에 나오란 말조차 꺼내지 않더군요.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며 수상소감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가 랩 듀오 디제이 재지 제프 앤 더 프레쉬 프린스(DJ. Jazzy Jeff & The Fresh Prince : 프레쉬 프린스는 윌 스미스의 예명이다)의 멤버로 활동하던 1988년은 랩 음악의 인기가 막 치솟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결국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그래미측도 랩 음악 부문을 신설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까지도 랩 가수들이 그래미 무대에 올라 당당히 수상하고 대접받지는 못했다. 기성 세대들에게 있어서 랩 음악이란 가난한 흑인들의 불만스런 목소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