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인간이 되고자 10년의 모진 세월을 견디고, 또한 인간을 사랑한 죄로 반인반수의 딸을 낳게 된 구미호. 하필 10년이 되는 그 전날 밤 약속을 깨뜨린 남편 때문에 인간이 되고자 했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구미호는 반인반수의 어리고 연약한 딸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인간 세상에 내려오게 된다. 이후 우연히 윤두수 일가와 얽히게 되고, 이 악연으로 끔찍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윤두수는 딸 초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릇된 부성애의 소유자다. 하나밖에 없는 딸 초옥을 살리기 위해 산 아이의 간을 구해야 하는 윤두수는 구미호의 딸 연이를 죽여야만 하는 극한의 순간에 내몰리게 된다. 사실을 모르는 구미호는 가족처럼 감싸주는 남자의 모습에 마음이 열리면서 다시 인간을 사랑하게 되고, 인간에게 또 다시 상처 받는 운명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구미호를 마침내 사랑하게 된 윤두수. 구미호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깨닫고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데…
[캐릭터 소개]
* 구미호(구산댁) - 한은정
반인반수 외동딸 연이에 대한 절대 모성애를 지닌, 남자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가장 섹시한 구미호.
연이의 어머니. 설화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우. 여인으로 변했을 때는 경국지색이지만 여우로 돌아오면 영락없는 괴수의 모습이 된다.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과 요염함, 그리고 우아함을 고루 갖춘 완벽한 여인으로 어떤 남자도 그녀의 자색과 매력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없다. 강하고 잔혹해 보이지만 정 많고 마음이 여리다. 또한 어떤 인간보다도 모성애가 강하다. 성실하고 인내심 많고 손재주가 좋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 등 전형적인 한국 여인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비밀을 발설치 말라는 약속을 깨버린 남편 때문에 인간이 되려던 꿈이 좌절되자,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살기로 하지만, 이제는 딸 연이가 있다.
영특하고 마음씨 곱고 재주도 많으나 반인반수로 태어나 열 살이 되면 여우로 변하는 연이. 딸의 그런 운명에 어미로서 번뇌하지만 이미 인간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느낀터라, 다시는 인간들과 섞이지 않고 평생 산 중에서 연이를 돌보며 살리라 결심했었다. 그러나 여우의 기운을 받기 전까지 인간세계에서 살아야하는 연이를 돌보기 위해 잠시 머물게 된 곳에서 우연히 윤두수 일가와 얽히게 되고, 이 악연으로 치명적으로 끔찍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 윤두수 - 장현성
딸 초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릇된 부성애의 소유자. 초옥의 아버지이자 양부인의 남편. 전직 무관. 지금은 낙향한 유복한 명문 사대부가의 가장으로 조정 실세와도 연이 닿아있어 지방관리들도 그를 함부로 못한다.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인물. 표리부동해 올곧은 척 하지만 궁지에 몰리면 적법하지 않은 방법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에는 합리적이고 신사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족에 대한 사랑, 특히 딸 초옥에 대한 사랑은 누구 못지않다. 자신이 소유한 것에 무섭게 집착한다. 여자에게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지만 동시에 의존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런 이중성이 오히려 여자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도 한다. 사랑에 있어서는 로맨티스트. 구산댁을 보자, 그녀를 갖고 싶은 욕망에 몸부림치게 된다. 그런데, 이 여인이 초옥을 살리기 위해 제물로 쓰려는 연이라는 아이의 생모라니 이 또한 필시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 연이 - 김유정
구미호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 연꽃을 연상케 하는 청초함을 지닌 구미호의 딸. 10살이 되면 온전한 여우의 모습이 된다. 자신의 어머니인 구산댁을 몹시 따른다. 한 없이 순진해 보이지만 어머니 구산댁과 마찬가지로 한국 여인 특유의 강인함이 있다. 여우의 피가 흐르는 탓에 청력이 발달되어 있고 후각이 예민하다. 그림에 재주가 있어서 어려서부터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곤 한다. 정규 도령을 만나 연모의 감정을 품게 되자 자신의 신분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고민하던 중 엉뚱하게도 자신에게 더 큰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초옥과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탓에 불행히도 윤두수의 표적이 된다.
* 윤초옥 - 서신애
윤두수와 양부인 사이에서 난 조숙하고 똘똘한 딸. 안하무인. 아비를 닮아 남한테 지고는 살지 못하며 욕심 많고 포악하다. 심성과 달리 아름답고 화려한 용모를 지녔다. 노비들은 물론 첩의 자식인 충일, 충이까지 무시하고 깔본다. 어려서부터 병치레가 잦았고 그 바람에 점점 더 자기 멋대로의 성격이 형성되었다. 양부인 보다는 윤두수를 더 사랑한다. 언제나 자신이 윤두수의 1순위였는데, 구산댁과 연이 모녀가 등장하자 어쩐지 자신이 밀려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정규 도령마저 연이에게 마음을 빼앗겼다지 쪾는가. 초옥은 연이와 구산댁을 원수로 여기고 그녀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