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편안해지고 싶을 때나 무난하게 일을 매듭지게 지고 싶고 모두에게 인정을 받고 싶을 때는 파란색을 사용하면 좋다. 파란색을 사용하면 가치가 느껴지고 신뢰를 나타내는 보수적인 색이다. 그러므로 비즈니스와 관련된 거래를 체결하는 장소에서 성실하고 믿음직스런 모습을 강조하고 싶을 경우에는 아주 효과적이다. 맑은 하늘같은 느낌을 주고 싶을 경우에는 흰색이 섞인 파란색을 사용한다. 대담하고 자극적인 색으로 만들고 싶다면 보석의 색이나 빨간색을 약간 섞어서 사용하면 좋다.

전자제품 판매점에도 해당된다. 가령 청소기를 구입한다고 하자. 청소기는 집에서 끌고 다녀야 하므로 가볍고 심플한 디자인의 상품이 인기가 있다. 청소기 제조 회사는 소비자가 밝은 색을 가볍게 느낀다는 점을 알고 희색이나 베이지색과 같은 파스텔 컬러의 청소기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상품에 갖는 첫인상의 60퍼센트를 색이 결정한다. 60퍼센트라면 정말로 대단한 숫자다. 즉 색이 상품이 팔릴지 안 팔릴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색이 마음에 들어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파는 입장에서 색은 상품 판매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 그러므로 기업은 팔리는 색으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색이 상품 이미지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미국 최고 재판소다. 1995년 코카콜라의 색 같은 상품의 색도 등록 상표로 법률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각각의 색이 가진 메시지를 이해하면 어떤 색을 사용해야 기분이 좋아질지, 무슨 색의 옷을 입어야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등 색의 다양한 사용법을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각지에 지점이 있는 대기업의 관리직 채용 면접에 대비해서 밝은 황록색과 에메랄드 그린색의 아름다운 정장을 새로 맞춰 입었다. 그녀는 자신이 자격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면접도 잘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채용되지 못했다. 얼마 후 그녀는 다른 회사의 면접을 봤다. 1차 면접은무난히 통과했고 최종 면접만 남겨 두었다. 그런데 그녀는 또 떨어졌다. 이번에는 최종 면접을 한 면접관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솔직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신의 대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당신이 입고 있는 그린색 정장을 봤을 때 우리들은 모두 채용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다음 날 그녀는 그 정장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내 권유대로 흰색 주름 장식이 있는 네이비 블루의 옷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같은 직종의 면접을 본 뒤, 마침내 채용되었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던 것일까? 그녀의 피부색과 머리색, 눈동자는 그린색 정장과 멋지게 어울렸다. 문제는 그녀가 면접관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채용 면접에는 비즈니스 지향적인 이미지를 주는 전통적인 색의 옷을 입는 것이 적당하다. 즉 네이비 블루나 진한 회색, 검정색 등이다. 이런 색은 채용하는 쪽에 성실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면접을 보는 회사의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연차 보고서를 열람하거나 근무하는 사원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등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그다지 엄격한 회사가 아니라면 컬러 프루던트 계열의 색을 선택하면 안전하다. 즉 카키색이나 짙은 회갈색, 크림색, 연한 카키색 등이 있다. 참고로 연한 카키색은 초록색이 최대한 억제된 색상으로 앞의 여성이 입었던 그린색과는 완전히 다르다. 또 빨강이나 적자색을 악센트 컬러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사람에게 채용 면접을 받는 경우에는 비즈니스 지향적인 색이나 이보다 한두 단계 부드러운 색상의 옷을 선택하는 게 좋다. 흰색 주름장식은 그녀의 네이비 블루색 옷을 부드럽게 보이도록 연출했는데 엷은 회색이나 베이지색 정장도 잘 어울린다. 강조할 점은 바로 친근함이다. 오늘날 많은 회사들이 권위적인 경영 스타일에서 팀워크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으므로 친근함은 채용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사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