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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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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68g | 140*200*20mm
ISBN13 9791191211467
ISBN10 119121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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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데이터 분석가 송길영은 “일상의 모든 행위에 의미와 욕망이 있다”고 전한다. 우리가 소셜 빅데이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봄으로써 이 다음 시기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 간의 과거를 톺아보고, 미래를 그려본다. - 경제경영 MD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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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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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씀드리건대, 우리는 미래를 미리 본 것입니다. 다만 그때는 그것이 미래인지 몰랐을 뿐. 그저 잠시 나타나는 작은 변화인 줄로만, 아니면 낯선 유행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누적되고 서로 영향받으며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숱하게 목격하며, 세상에는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변화의 방향이 합의되는 메커니즘이 있음을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예전에 우리가 본 그것은 미리 온 미래였던 셈입니다. 그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제게는 일종의 만트라 같은 문장이 생겼습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운명론이거나 정해진 결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것을 선호하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모둠살이가 숙명인 인간종種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원하는 지점, 각자의 욕망이 합의되는 지점, 바로 그곳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각자의 욕망이 부딪치고 서로 만나 추동하며 생성되는 더 큰 욕망의 용광로가 곧 우리의 미래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개가 귀여움의 대상인 애완동물로, 다시 삶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된 것은 2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반려’라는 키워드가 생겨난 것 자체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시작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최근에는 사람이 자신을 ‘반려인’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던 인간이 지위를 내려놓고 자연만물과 공존하는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인간은 심지어 같은 종끼리도 싸우는 존재인데, ‘반려’라는 키워드는 편협했던 공동체의 개념을 한층 넓고 길게 보는 관점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겸허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이 의미 있는 변화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지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은 2016~18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고 ‘반려식물’은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비단 빅데이터가 아니더라도 10년 넘게 비혼/비출산이 이어지는 것에서 반려동물의 상승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근원적으로 인간은 외로운 존재여서 함께할 대상이 필요하니까요.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하면 소진됩니다. 한 신문사의 기사에 따르면 2002년에는 텔레마케터가 유망직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없어질 직업 1위로 지목됐습니다. 2002년의 누군가는 15년도 안 되어 사양산업이 될 일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을지도 모릅니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돼요.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까요.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 「1장 ‘기시감 : 당겨진 미래’」 중에서

한국사회에서 재택근무는 2019년 4분기, 즉 코로나19 직전까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던 단어였습니다. 여기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사전에는 있지만 실체가 없는 단어라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유니콘 같은 거죠. 기껏 쓰여도 ‘비트코인’ ‘소자본’ ‘투자’ 같은 단어와 함께 나왔습니다. 주로 불법 다단계 같은 글들에 재택근무가 쓰였다는 거죠. 거꾸로 말하면 ‘재택근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우리는 그 글을 믿고 걸러왔습니다. 그건 위험한 방법이고 낚이면 곤란하니까요. 이처럼 우리 사회에 수용되지 않던 재택근무를 이번에 상당수의 건실한 기업들이 먼저 도입했습니다. 심지어 해외의 큰 기업들은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본사 건물을 물리적으로 두지 않고 재택근무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해보니 성과가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전제, 즉 반드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통념이 제거되면 효율을 추구하는 상상은 끝도 없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무실은 필요한가요? 나아가 어느 회사는 직원 복지를 위해 전세자금이나 월세를 보조해주기도 하는데, 그게 꼭 필요한 일일까요? 많은 기업이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하는데,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죠. 더 나아가 굳이 얼굴 보면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면, 반드시 같은 나라에 있는 사람을 뽑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계속해서 확장됩니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재택근무는 한시적인 비상대책이니 코로나가 끝나면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복지 측면에서도 재택근무를 둘러싼 논쟁이 앞으로 치열해질 것입니다. 막강한 대안으로 메타버스까지 등장한 마당이니 말입니다. 출발선의 원칙이 무너지면 매 단계의 기준이 바뀌기 때문에, 혁신이 확산됨에 따라 변화하는 것들을 계속 주목해야 합니다.

자신의 업무가 직원들이 하는 일을 감시감독 지도편달하는 것이라 규정하는 분들은 현재의 변화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으면 감시할 수 있는데, 각자 흩어져 보이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으니 일종의 조바심 내지 공포심이 생깁니다. 직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못 미더운데, 막상 일을 잘하면 관리자인 내가 필요 없어질까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겠지만 내가 독려할 여지가 있도록 조금은 느슨하게 하기를 바라는 애매한 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이 심리가 뒷짐 지고 다니며 직원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사무실 순시로 나타났다면, 재택근무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확인해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메신저라는 훌륭한 채널로 자꾸 물어봅니다. “김 대리, 지금 뭐 하고 있나요?” “보고서 3쪽 쓰고 있습니다.” 이때 김 대리의 응답이 늦으면 의심합니다. 자리비우고 논다는 거죠. 사내 메신저는 몇 분 동안 컴퓨터에 입력을 하지 않으면 초록불이 노란불이나 빨간 불로 바뀌는 기능이 있습니다. 색이 바뀌자마자 득달같이 부장님이 말을 붙이니 지치고 열받은 김 대리는 앱을 깝니다. 이름이 ‘Zarianbium(자리안비움)’입니다. 주기적으로 마우스를 흔들어주어서 상대편 메신저에 자리비움 상태로 표시되지 않도록 해주는 앱입니다. 실로 엄청난 창과 방패의 대결입니다. 이런 꼼수가 난무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차를 마시건 음악을 듣건, 성과를 내면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직원에게 근면을 요구하며 과정을 관리하려고 하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던 직원들이 몇 주 만에 출근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 보니 반갑죠. 그래서 부장님이 얘기합니다. “아이고, 그동안 잘 지냈죠? 우리 부서 사람들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이따 업무 끝나고 다같이 맥주 한잔 어때요?” 그러자 팀원이 말합니다. “부장님, 저희도 그러고 싶지만 아직은 조심하는 게 좋으니, 나중에 코로나 다 끝나면 회식해요.” 그래서 부장님이 아쉬워했는데, 퇴근길에 식당을 지나다 보니 자기 빼고 팀원들이 다 모여 있더라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코로나가 부른 변화를 많은 분들은 ‘비대면’이라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선택적 대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똑같이 회사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도 부장님과 함께하는 수직적인 형태의 회식은 싫지만, 팀원들끼리 격의 없이 어울리는 수평적인 모임은 좋다는 속내가 나와버린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탄주를 돌리고 건배사를 강요하는 부장님을 제거하기 위한 핑계로 쓰인 거죠.
--- 「2장 ‘변화 : 가치관의 액상화’」 중에서

이밖에 대만의 마스크 실명제,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등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가 동원되었습니다. 모두 각 나라에서 지혜를 짜낸 새로운 시도들이었죠.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가 이들 시도의 성패를 설명해줄 테니,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면 나라마다 백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백서를 종합한 ‘백서의 백서’가 나오지 않을까요. 코로나가 발생한 환경적 요인과 원인들, 대처와 그에 따른 결과를 모두 기술한 것이 백서라면, 나라마다 각기 다른 시도를 했으니 각국의 시행착오를 집대성한 백서의 백서가 나오는 거죠. 그럼으로써 인류는 좀 더 현명해질 것입니다. 여러 형태의 새로운 시도가 동시에 이루어졌고, 그 결과를 실시간 지켜보았고, 결과에 대한 집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기에, 우리가 적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만큼은 성숙하다면 여기서 얻은 교훈을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유용하게 쓰지 않을까요. 그러기를 희망합니다.

제가 아는 어느 교수님이 논문지도를 하면서 대학원생들에게 차례로 발표할 테니 아침 9시까지 메타버스 연구실에 들어와서 앉아 있으라고 했답니다.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흥미로웠습니다. 평소에는 조금 늦기도 하고 발표 때도 대충 앉아 있어도 됐는데, 메타버스 공간에 나의 아바타와 교수님이 보이니 제 시간에 와서 의자에 정자세로 앉게 되더라고 합니다. 가상공간과 실제 공간 사이에 인지적으로 혼동이 일어난 거죠. 그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각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다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짬짬이 누렸던 딴짓의 여유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앞장서서 메타버스를 도입할지도 모르겠군요. 이 또한 투명성이 가져올 일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 「3장 ‘적응 : 생각의 현행화’」 중에서

직장 내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10년 전에는 선배가 모범을 보이고 후배에게 열정을 기대하는 모종의 위계가 있고, 그에 따라 ‘존경’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 요구되는 것은 ‘나를 괴롭히지 마세요’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영원한 상사였을 사람이 지금은 한시적 동료인 것입니다. 동료가 내게 무례하게 구는 걸 참을 수 없고, 심지어 그 관계마저 한시적이니 훗날을 기약하는 미덕을 굳이 발휘하지 않습니다. 상사가 아니라 동료가 되면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십니까? 상대가 일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데이터에서 상사와 관련해 ‘무능’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죠. 예전에는 상사가 일 안 한다고 뭐라 하지는 않았어요. 저분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은 상사와 직원 모두 능력을 따집니다. 상사가 관리자가 아니라 동료로 인식된다면, 이제는 상사도 일해야 하는 거죠. 물론 상사에게 능력을 요구하는 신입도 그래야 하고요. 이렇게 하여 모두 다 일하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결혼이 힘들어지니 소개팅도 효율을 추구합니다. 탐색비용이 아깝잖아요.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아닌 것 같으면 바로 발을 빼야 해요. 그래서 오후 3시에 만납니다. 여차하면 밥도 같이 안 먹겠다는 거죠. 만약 단칼에 차버릴 정도는 아니라면 3주 동안 3번은 만나는 게 국룰입니다. 실제로 블라인드 앱에 올라오는 내용이에요. 소개팅 자리에 차를 가지고 가는 게 맞냐, 비용 부담은 어떻게 하냐 등, 다들 법칙을 알고 싶어 합니다. 국룰은 편합니다.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긍/부정을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정해진 대로 하면 됩니다. 실수할 위험을 제거해주는 일종의 보험 같은 거죠. 그래서 빅데이터가 좋대요. 국룰이니까. 여기에는 ‘남들도 그렇대’라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중간만 가면 된다는 뜻이죠. ‘취업하면 부모님께 매달 용돈 드리는 게 국룰이야?’ ‘카페 공부 몇 시간이 국룰이야?’ ‘아파트 청소기 돌리는 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국룰이야?’ ‘1년 동안 사귀다 헤어지면 얼마 후에 새로 사귀는 게 국룰이야?’ 끝도 없습니다. 이렇게 국룰을 묻고 나면 이것들을 다 모읍니다. 아침 공복에 물 한잔 마셔야 건강하지, 요가 5분, 명상 15분, 책도 한 줄 읽어야 하는 거아닌가? 그렇게 다 모아서 루틴을 만듭니다. 아침에 뭘 하고, 점심에 뭘 하고, 저녁에는 뭘 하고, 가짓수가 점점 늘어나면 루틴만으로 하루가 끝날 수도 있어요.

구매는 그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에 대한 동조고, 콘텐츠의 수용은 지적 취향에 대한 선언이며, 특정인을 팔로우하는 것은 연대에 대한 증명이 되니 이 행위들은 결국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상에 천명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죠. 이들 행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면 나에 대한 이해가 될 것입니다. 나의 모든 것이 나를 설명하는 메시지가 됩니다.

옛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부의 축적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그 부를 선하게 펼치면 과거의 잘못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개처럼 버는 게 용납되지 않습니다. 환경을 파괴하거나 사회적 책무를 함부로 하거나 투명성에 대한 기준이 잘못된 채로 부를 축적하는 시도 자체가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전제와 같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우리 업 자체를 재정의하고 프로세스를 점검해야 할 문제이지, 돈을 벌고 난 후 사후정산으로 입막음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근원적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만큼 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효율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존재의미를 증명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개개인의 고민과 삶의 비전을 포괄하는 조직의 비전을 요구하게 될 테니까요. 효율을 넘어 의미로 승화되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마음으로 공감하는 소비자 및 사회와 소통할 것을 요구받을 것입니다. 검증 프로세스가 더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에라도 ‘정말로’ 해야 합니다. 정말로 한다는 걸 알면 사람들은 구매행위로 응원합니다. 즉 소비행위가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철학에 동의하고 응원하는 레벨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반면 공존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는 이기적 비전은 동의받지 못할 것이기에 진정성 있는 참여가 따르지 않고, 사회의 지지도 적어져 사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는 강연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녹화방송은 웬만하면 선호하지 않습니다. 생동감과 상호작용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질의응답이 불가능해서입니다. 질의응답을 하면 그 사람의 고민의 깊이가 보입니다. 미리 짠 것도 아니고 즉석에서 던진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그만큼 공부가 쌓여 있고 미리 고민했다는 뜻입니다. 나의 해박함을 팔 수 있을 때 내 진정성이 전문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에 이를 위해서라도 미리 고민하고, 라이브를 고수합니다. 생방송의 인생을 살아갈 때 녹화방송의 안전함을 도모할 것인가, 아니면 축적한 전문성을 근간으로 주체성 있게 살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2016년에 했던 인터뷰 영상 중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었어요. 그때 저는 어떤 걸 하더라도 10년은 해야 전문가가 될 테니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해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10년간 고양이를 키우고 고양이 연구를 해보라, 10년 후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하면 당신은 아마 대가가 되어 있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고양이가 떴습니다. 2016년에 유튜브 고양이 채널 가운데 구독자 5만이 넘는 채널은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은 10등도 구독자가 20만이 넘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관심과 시장을 형성할 만큼 애호의 힘은 강력합니다. 제가 미처 몰랐던 것은 10년이 아니라 5년 만에도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몰입의 정도와 기세에 따라 내 일의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게 내 삶을 정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생활근육이 저는 ‘성장’이라 생각합니다. 예전 뱃사공 아저씨는 평생 헬스클럽에 간 적이 없지만 멋진 근육이 있었습니다. 생활근육입니다. 매일같이 일을 하면 내 안에 근육이 남습니다. 이 생활근육이 말하자면 성장의 지표입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 성장을 위한 삶을 사는 게 아니에요. 내가 삶에 꾸준히 적응한 결과가 성장이라는 생활근육으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 「4장 ‘성장 : 삶의 주도권을 꿈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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