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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이 전부다
중고도서

발견이 전부다

: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

권덕형 | 샘터 | 2018년 0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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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72g | 133*198*20mm
ISBN13 9788946420786
ISBN10 894642078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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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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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을 잘 하려면 작은 것을 큰 것 보듯 보면 됩니다. 짧게 지나치고 말던 것을 신중히 보아야 할 일과 마찬가지로 길게, 오래, 눈여겨보면 됩니다. 피곤한 일이고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성실해야 하는 일입니다. 열정과 땀이 필요한 일이고, 따뜻한 시선을 가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 매우 인간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봇에게 많은 것을 넘겨줘야 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발견이라는 창의적인 행위는 인간의 필수 덕목이고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 pp.7~8 여는 글 - 작은 것을 큰 것 보듯


나는 그 광고들을 보면서 ‘성취를 위해서, 혹은 인생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몸을 지불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
유명인들이나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만 몸을 대가로 지불하는가? 인생은 어찌 그리 가혹한지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에게조차 요구하는 것이 많다.
어머니는 한때 가세가 기울었을 때 식당을 열어 재기의 방편으로 삼으셨다. 좁은 주방에서 뜨거운 가스 불을 다루느라 몸이 한두 군데가 망가진 게 아니었다. 호흡기가 안 좋아지고 몸 여러 곳에 치유되지 못할 통증이 생겼으니 어찌 보면 몸으로 지불한 게 많았다. 사정이 가혹할수록, 얻기 힘든 것을 얻으려 할수록 생은 더 많은 ‘몸’을 요구하는가 보다.
--- pp.17~19 몸을 지불하며 살아간다는 것


이 광고는 참 매력적이다. 풍력 에너지라는 물질적인 대상을 저렇게 시적으로, 그러나 본질을 충실히 표현하면서 전달할 수 있다니! 하나의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재미있고 훈훈하고 부러운 광고다. (…
모두가 뛰어난 업적을 이루는 삶을 살 수는 없다. 소박하게 살다 소박하게 저물기도 할 것이다. 그런 평범한 인생들에게도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행운은 빠짐없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자신을 미워하거나 버려두지 않도록, 누구에게나 저 모퉁이를 돌면 ‘나를 알아주는’ 존재가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
--- pp.24~27 네가 나를 발견해 주었을 때


그는 200년 전, 조니워커의 창업자가 소년 시절부터 생업을 맡았다는 것으로 말문을 연다. 식료품점에서 출발해 위스키를 블렌딩하기 시작했으며, 아들에 손자까지 그 대열에 합류해 조니워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는 것이 요지다. 1860년에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사각의 병을 개발했다는 얘기로 흘러, 1909년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어렵게 부탁해 식당용 냅킨 위에 ‘스트라이딩 맨’을 그려 달라고 했다는 얘기에 이른다. 오늘날 조니워커의 상징이 된 그림이다. 뒤이어 조니워커가 많은 스타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다(Keep Walking ’라는 모토는 시민운동가들에게
도 큰 영감을 주었다고 전한다. (…
삶은 길이다. 그리고 인생이란 곧 걷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이 막히면 걸어야 하고, 피가 막히면 걸어야 한다. 울음이 나를 막으면 걸어야 하고, 아이디어가 막히면 걸어야 한다. 사랑이 막히면 걸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까지의 짧은 걸음, 환승할 때 떠밀려 걷는 걸음,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위에서의 몇 걸음. 그것이 내 하루를 구성하는 걸음의 전부다. 그러고 보면 나는 엉덩이로 살고 있다. 하루를 지탱하는 엉덩이, 거대한 삶의 엉덩이다.
--- pp.29~30, p.33 삶은 길, 인생은 걸음걸이


버스에 매달린 인도인들은 절대로 떨어질 리가 없으며, 그처럼 대단한 ‘생에 대한 집착’이 곧 제품의 대단한 접착력과 같음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광고다.
그래, 삶이란 접착제보다 이토록 간절한 것이겠지.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이곳 한국에서도 말이다. 한국전쟁을 기록한 사진이 나올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기차 지붕에 옹기종기 앉아서 칼바람을 버텨 가며 남쪽으로 향하던 피난민들의 사진이다. (…
접착제 광고를 보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은 ‘붙어 있음’이 아니라 ‘내림’이었다. 내리기로 돼 있던 정거장보다 훨씬 전에 내려야 했던, 정거장이 아닌 곳인데도 운행되는 버스에서 뛰어내리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 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기차에 달라붙어 삶을 영위하고자 했던 그들과 그 아들딸들이 지금은 손의 힘을 풀고 황량한 대지 위에 힘없이 털썩 내려서고 있는 것이 아닐까?
--- pp. 49~50 접착보다 더 간절한 집착


문득 다시 한 번 아버지와 싸우고 싶다. 아버지와 컴퓨터 그래픽으로나마 한 링에서 뛸 수 있다면, 나는 언제든 기꺼이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리라. 그리고 “당신의 아들이 이런 몸놀림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의 아들이 이렇게 나이 먹어 가고 있어요”라고 잽을 날리고 싶다. 당신에게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하고, 당신을 힘껏 끌어안기도 하면서 말이다. CF 속의 알리가 딸의 실력에 놀라며 윙크하듯이, 딸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웃듯이, 그렇게 얼굴을 마주 보고 싶다.
“아버지, 나는 잘 싸우고 있는 건가요?”
--- p.69 혼자만의 싸움이 아님을


“머리를 왜 기르게 됐어요?”
광고주와의 회식자리에서 내 옆에 앉아 있던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팀 직원이 물었다. 머리를 길러 어깨까지 온 지 벌써 3년이 넘었으므로 이런 질문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해 얼버무린다는 것이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광고인으로는 인상이 워낙 착하기만 해서…… 살기 위해서 그랬죠.”
“별로 착해 보이시진 않는데.”
“하하, 그런가요? 나름 착한 면도 있는데요.”
어설프게 대답하고 대화는 싱겁게 끝났지만, 나의 대답 속에는 ‘살기 위해서, 외모부터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 p.90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움직이기


어찌 보면 대한민국은 불 꺼지기를 두려워하는 사회 같다. 죽도록 일하다가 그중 일부는 어처구니없게도 일에 치여 죽고, 그렇게 폭주하는 사회 같다고나 할까. 제철 회사의 용광로처럼 한번 켜지면 좀처럼 식지 않는 머리를 이고 산다는 것은 불안하다. 등불을 예로 들면, 켜지지 않으면 불편을 견디면 되지만, 꺼지지 않으면 불안을 견뎌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arth Hour’라는 지구촌 불 끄기 행사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에서 한 시간 동안 불을 끄자는 운동이다. 광고 대행사들이 연합해서 그런 행사를 하면 어떨까? 그리고 ‘당신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우리도 쉽니다’라는 공동 광고를 내보내는 건 어떨까? 창의적인 일에 오로지 물리적인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좀 진부하지 않은가? 크리에이티브하려면, 행복한 광고를 만들려면 ‘내일’에도 밤을 줘야 한다. 어둠을 줘야 한다. ‘off’를 허락해야 한다.
--- pp.98~99 영원히 꺼지지 않는 스위치


광고 대행사는 ‘광고를 원하는 자’ 즉 광고주를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광고주는 제한이 없어서 ‘나를 광고해 달라’며 각종 직업군, 별의별 상품과 서비스 광고 의뢰가 물밀듯이 들어온다. 농부가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단란주점 사장님이 찾아오기도 한다. 야쿠르트를 만드는 사람, 잇몸 약을 만드는 사람,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 철을 만드는 사람, 변호사, 의사 그리고 대통령을 꿈꾸는 거물급 정치인까지 세상 사람 누구나 찾아온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광고라도 내고 싶은 사람, 그걸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광고주가 되는 것이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할 때면 ‘직업 세계 일주’라도 하는 기분이 든다.
--- p.107 오늘도 우리는 땅굴을 판다


“먼저 구두를 보는 거야. 그리고 상상해 봐. 저런 모양이나 색깔, 청결도를 가진 구두, 그리고 저런 양말을 신는 사람은 나이가 얼마나 될까? 어떤 표정을 한 사람일까? 어느 브랜드 가방을 들었을까? 시계는 찼을까 안 찼을까?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너의 예상과 실제 그 사람의 얼굴과 차림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거야.”
그렇게 해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혹은 소비자를 파악하고, 그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눈에 담아 두라는 것이었다.
(… 카메라 광고는 그러므로 사랑에 머뭇거리거나 사랑을 멈춘, 혹은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초대다. 사랑하고, 바라보고, 담으라는…….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카메라 광고는 사랑광고다.
--- p.130, p.133 모든 카메라는 사랑의 도구


Read it before Hollywood does(할리우드가 읽기 전에 먼저 읽어라 .
체코 도서관원협회는, 혹시 다른 책의 표지 그림이 인쇄된 것이 아닌가 싶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위와 같은 카피를 적은 책갈피를 꽂아 놓았다. 거기에는 ‘할리우드를 통해 읽게 되기 전에 먼저 원작을 읽어라’라고 쓰여 있다. 할리우드의 만행, 혹은 할리우드의 요리가 시작되기 전에 원작을 읽으라는 호소다.
“저기요, 할리우드가 손대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도 본드걸이 나올지 모른답니다. 늘씬한 8등신 미녀들이 노인의 영웅담에 탄성을 지르며 독한 양주를 따라 주고 안주를 입에 넣어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니까요. 그러니 이 어처구니없는 〈007 노인과 바다〉 편이 나오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으세요”라는 말이다. 같은 시리즈로 만들어진 《제인 에어》 편도 블록버스터로 심하게 변질된 책 표지를 보여 주고 있다.
--- p.138 원작 먼저


상념은 또다시 우리 동네에 걸린 낮은 간판들을 배회하기 시작한다. 어디 자식의 이름뿐이겠는가? 자신의 이름일 수도, 아내의 이름일 수도, 어머니의 이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박하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저 간판들은 세상의 거친 바람 앞에 세운 깃발일 것이다. 의지할 데도 딱히 없어 ‘자기 자신’이라는 최소 단위의 인간 존재에 기대어, 소소한 일상들이 자아내는 사소한 인생에 기대어 세운 깃발일 것이다. 세상엔 그처럼 소박한 간판들이 깃발처럼 솟아올라, 작고 낮은 이들의 희망을 펄럭이고 있다.
--- p.152 작은 돛단배들이 행복의 언덕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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