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본명:안재찬
--- 류혜숙 ruru100@yes24.com
우리에게 시인이자 명상가, 번역가, 출판 기획자로 잘 알려진 류시화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안재찬이란 본명으로 등단하여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다, 당시의 역사적·사회적 시각에서 벗어난 신비주의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아 문단에서 `외계인'이라는 비난을 들었고, 끝내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그대로 절필을 선언했다. 그후 10여년 간 티벳과 인도 등을 돌며 명상 활동을 하다가, 1991년 류시화란 새로운 이름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란 시집을 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간결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감성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쉽게 파고들었고,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류시화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자가 된 청소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시집』 등 국내에 꾸준히 명상 관련 서적을 소개해 온 류시화는 1997년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내면서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류시화는 대중적 시를 써온 인기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 50~60여종의 책을 기획하고 번역해 온, 출판계에서 인정 받는 성공적인 기획자로도 통한다. 자신은 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지만 『성자가 된 청소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시집』, 『마음을 열어주는 101한 가지 이야기』 등 지난 10여년 간 1천만부의 책을 팔아 치우는 데 일조했다. 류시화란 이름 석자만 내걸어도 곧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입지화된 명성 속에서 나온 류시화의 인도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현재까지 꾸준히 팔려 나가면서 30만부라는 판매고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스스로를 전생에 인도인이었다고 할 만큼 인도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저자가 10여 년 간에 걸쳐 인도, 네팔, 티벳 등지를 돌면서 겪은 인상 깊은 일화를 모아 놓은 여행기이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수려한 컬러 사진으로 장식하고, 관광지를 돌면서 느끼는 감상이나 주변 환경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여타의 여행기와는 차별화된 독자성을 보인다. 오히려 인도 각지를 돌며 명상하는 구도자로서, 저자의 삶 속에 투영된 인도를 독특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지닌 매력적인 나라로 다가서게 한다. 저자는 여행 중에 만난 인도인들을 통해 인도의 구도적 가치관과 철학적 삶을 소개하고 있다. 가난하게 살아도 늘 `노 프라블럼(No Problem)' 을 외치는 릭샤 운전사, 매일 아침 꼬박꼬박 피리 소리로 잠을 깨워 주는 노인, 돈을 줘도 절대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거지들, 남의 가방 속 화장지를 아무 말도 없이 꺼내 가는 남자, 현실에 대한 직시와 철학적 면모를 두루 갖춘 인도 소년 등 인도인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당당하고, 낙천적이며,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저자가 인도에서 만나는 경험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한 예로 행선지를 가던 버스의 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친구를 만나 차를 마시고, 2~3시간이 되어 돌아왔는데도 한 사람도 화를 내지 않더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버스는 떠날 시간이 되면 정확히 떠날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우리가 어떤 시도를 한다 해도 신이 정해 놓은 순서를 뒤바꿀 순 없습니다. ...여기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마구 화를 내든지,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갖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왜 어리석게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쪽을 택하겠습니까?” 남루한 옷차림의 인도인에게서 인생을 초월한 대철학자의 인상을 받았다는 저자의 느낌은 그가 다른 인도인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당신들은 왜 부지런히 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신들은 왜 쉬지 않는가”라고 응수하는 인도인 특유의 당당함, “난 널 만나기 위해 이번 생에 태어났다. 그러니 내 생활비를 네가 전부 대줘야만 하겠다.” 처음 만난 수도승에게 전해 들은 뻔뻔스런 주장도 저자에게는 밉지 않은 기억으로 인도에 대한 추억에 보탬이 되었다. 인도인들의 재치 있는 순발력과 번뜩이는 통찰력, 때로 뻔뻔스럽기까지 한 주장은 때론 우습고, 놀랍지만 때론 부럽고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거리의 부랑자조차 명상가로, 철학자로 살아가는 인도인들은 우리의 삶의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사고관을 지니고 있다. 한없이 가난하고, 게으르며 노력의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 모습도 작은 것에 연연하며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우리 눈에야 어색해 보이는 일이지, 마음의 여유를 지니며 살아가는 인도인에게는 큰 의미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류시화라는 이름만 믿고 덜컥 책을 구입한 사람에게도 역시나 실망을 주지 않는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인도라는 나라를 그 느낌과 가장 어울리는 구도자적 이미지로 새롭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오랜 기간 명상과 구도의 여행을 해온 저자의 삶 속에 포착된 인도인의 사고 방식은, 심지어 여행자에게 돈을 받으면서도 선행을 베풀 기회를 주었다며 자신에게 고마워하라는 걸인들의 억지조차도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
한 대학교수가 있었다. 그는 미국인이었다. 캘리포니아의 UCLA대학 사회학과 교수였던가. 어느날 그는 동료교수들과 함께 네팔로 관광여행을 떠났다. 도중에 그는 여행경유지인 인도 북부의 바라나시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의 이야기는 갑자기 끝이 난다. 왜냐하면 존 아무개라는 그 교수는 그곳 바라나시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으니까. 그는 네팔로도 가지 않았고 미국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생에서 그런 순간을 조심해야 하리라. 저기 어딘가에서 인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꽃과 태양과 비의 나라, 사막과 해변과 만년설의 나라, 영원한 지혜를 축복하는 신들의 나라가!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이 평범한 일상을 탈출해 그곳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 pp. 202-203 |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 p.54 |
존 아무개라는 그 교수는 그곳 바라나시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으니까. 그는 네팔로도 가지 않았고 미국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생에서 그런 순간을 조심해야 하리라. 저기 어딘가에서 인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p.202 |
전생에 나는 인도에서 살았다. 어떤 장소엘 가거나 누구와 애기를 하고 있는데, 언젠가도 꼭 한번 이런 상황이 일어난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이른바 데자뷔(기시감)현상이다. 몇해전 올드 델리에서 나는 그것보다 휠씬 더 신비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자전거 릭샤를 타고 옛 성곽을 보러 가는길이었다. 릭샤운전사 샤부가 뜻모를 애기를 중얼거리지만 않았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찬드니 쵸크시장을 꾸불꾸불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샤부가 말해다. '난 당신을 압니다.당신은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분명히 당신을 기억해요'
--- p.187 |
저울을 준 신
동인도 캘커타 시내에서 둥근 저울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몸무게를 달아 주고 1루피(30원)를 받는 직업을 가진 인도인 남자는 인생이 행복한가를 묻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은 같은 겁니다. 신이 내게 주지 않은 것 보다 준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지요. 신은 내게 벌어먹고 살 저울을 주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난 얼마나 행운입니까. 이 저울을 주지 않았다면 우리 식구는 굶어 죽었을 거에요.' --- p.214 |
'오늘은 아무 소득도 없었어요. 하지만 내일은 뭔가 훔칠 수 있을 거예요.' 비시누는 언제나 그렇게 희망적이었다.
-아름다운 도둑 중에서 --- p.57 |
'어디로 가든지 너무 자신을 끌고 다니지 마시오.한 장소에 앉아서도 많은 걸 볼 수 있으니깐요.좋은 여행이 되길 빌겠소. 그런 잘 가시오.나마스카'
--- p.201 |
'무엇을 하며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내가 묻자 머리를 산발한 요가 스승이 말했다.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 --- p.229 |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밧줄로 스스로를 묶고 있지.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유를 찾는거야. 그대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게.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그대 자신이야. 먼저 그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결코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어.
--- p.69 |
마음이 내키지도 않는 상태에서 1백 루피, 약 3천 원 정도를 적선한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노인은 내게 작은 베풂에도 보답하는 자세를 가르쳤고, 가난하지만 아직은 부유함을 잃지 않은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 노인 덕분에 나는 지금도 잘난 체 하며 말한다. 나처럼 인도 여행을 멋지게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어떤 국가 원수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과연 아침마다 누군가가 와서 환상적인 피리소리로 잠을 깨워 주었겠느냐고. 내가 알기로 인도 역사상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 p.115 |
마드라스를 떠나는 날 아침, 마지막으로 차루를 만났다. 작별 인사도 할 겸, 그 동안 타고 다닌 릭샤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차루는 또 손을 흔들며 허풍을 떨었다.
' 돈은 주고 싶은 대로 주세요. 전 아무 문제없습니다.' 내가 일부러 정색을 하면서, 그럼 1루피(30원)만 줘도 되겠느냐고 묻자 차루는 외쳤다. ' 노 프라블럼!' 그러면서 차루는 당당하게 덧붙였다. 1루피만 줘서 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자기의 친구이니까, 자기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마의 행복이 아니라 돈을 준 내 자신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 만큼 돈ㅇ르 달라고 했다. 영리한 차루, 얄미운 차루, 못난 차루...... 마드라스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차루의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생일 살면서도 '노 프라플럼!' 을 외치며, 푸웅푸웅 고무나팔을 울리며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차루!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집착과 소유를 벗어 던지지 못하는 내게 그는 잊지 못할 훌륭한 스승이었다. --- p. |
릴루가 말했다.
'사실 난 그때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고통이나 슬픔 같은 것들을 느끼고 있지도 않았어요.그런데 성자가 내게 마음의 평화를 찾으라고 말하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내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거든요.그래서 난 그 성자가 그냥 아무에게나 그렇게 말하는가 보다고 생각했어요.' 그 기운은 바로 릴루가 내게 준 선물이었음을,흔들리는 기차에 앉아 멀리 인도 대륙을 바라보면서 나는 깨달았다.그토록 젊은 나이에 생의 고통을 체험한 뒤,홀연히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 용기가 내게도 힘을 주었던 것이다.그 생명력이 어느새 내 안에도 옮겨와 있었다. 그 생명력 말고도,릴루는 헤어지면서 내게 자신이 두르고 있던 그 초록색 인도 스카프를 선물했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흘렀지만 난 아직도 그 스카프를 갖고 있다.가끔 그걸 꺼내 스카프에 매달린 작고 둥근 장식용 거울들을 들여다본다.그러면 또다시인도에 가고 싶다. 릴루는 잘 있을까.그녀는 정말로 강고트리의 그 성자를 만나러 떠났을까.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자기 안에서 찾아냈을까. --- p.133, 38-9 |
'두 유 원트 쉬-?'
쉬-하고 싶은가? 그런 뜻이었다. 어머니의 속삭임과도 같은 그 정겨운 '쉬-'라는 말을 듣는 순가 나는 마음 속에 있던 두려움과 고독감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수없이 들어서 내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그 한마디가, 낯선 곳에 병들어 쓰러진 내 영혼을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 --- p.94 |
'당신은 형이 죽었는데 이 명상센터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는가? 다들 앞으로의 일을 염려하고 있고,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아무렇지도 않은가?'
그러자 스와미 아난다는 대답했다. '내가 왜 걱정을 해야 하는가? 이 명상센터는 내 소유가 아니다. 그런데 왜 내가, 내 소유가 아닌 것을 놓고 미래를 염려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스승은 우리에게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살라고 가르쳤지 않은가?' 그의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우리의 것이란 없음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명상센터에 오지 않았던가. 미래에 살기보다는 '지금 여기'에 살기 위해 온갖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히지 않았던가. 다들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겼던 스와미 아난다는 어는새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무엇인가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스와미 아난다의 그 말은 나한테도 큰 지침이 되었다. 상황의 변화가 생기고 내 곁에 머물렀던 것이 떠나갈 때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으려고 할 때마다, 나는 스승의 어떤 가르침보다도 스와미 아난다의 그 말을 깨우침의 거울로 삼았다.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내가 왜 걱정해야 하느가? 스승은 우리에게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라고 가르쳤지 않은가?' --- p.120, ---pp.11-24, ---p.121,---pp,1-7 |
노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것이 곧 밝혀졌다. 그는 내가 그 갠지스 강가에 머무는 닷새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참마다 내 방 앞에 와서 필릴리 필릴리 피리를 불었다. 피리소리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면 미명을 헤치고 갠지스 강 위로 오렌지색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노인이 불어주는 피리곡 때문에 나는 날마다 새롭고, 뭔가 다른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다.
마음이 내키지도 않은 상태에서 1백 루피, 약 3천 원 정도를 적선한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 노인은 내게 작은 베풂에도 보답하는 자세를 가르쳤고, 가난하지만 아직은 부유함을 잃지 않은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 노인 덕분에 나는 지금도 잘난 체하며 말한다. 나처럼 인도 여행을 멋지게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어떤 국가원수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과연 아침마다 누군가가 와서 환상적인 피리소리로 잠을 깨워주었겠느냐고. 내가 알기론 인도 역사상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 p.115 |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 여행을 위한 서시 중에서 |
난 신이 인간을 만들때는 목적이 있다고 믿소. 누구는 달리기를 잘하도록 만들었고 누구는 장사를 잘하도록 만들었소. 반면에 내게는 문둥병을 주어 인생의 집착을 끊어버리도록 만든 거요. 하루에도 수십 구의 시신을 장작에 얹고 태우면서 신이 내게 부여한 삶의 목적을 깨달으라고 말이오.
--- p.109 |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 자신임을 잊지 말게. 그대만이 그대를 구속할 수 있고 또 그대만이 그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밧줄로 스스로를 묶고 있지,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유를 찾는 거야.
--- 본문 중에서 |
' 오늘은 아무 소득도 없어요.하지만 내일은 뭔가 훔칠수 있을거예요'
비시누는 언제나 그렇게 희망적이었다. 단 한번도 내 앞에서 실망한 기색을 내보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어땠지?' 대답은 한결 같았다. ' 오늘은 아무 소득도 없어요.하지만 내일은 뭔가 훔칠수 있을거예요' --- p.57--아름다운 도둑 |
작가 류시화의 독특한 산문집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이미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자 명상가·번역가로 활동중인 류시화는 주로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번역서를 소개하는 한편 인도와 네팔, 티벳 등지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그는 특히 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라 6년이 지난 지금까지 50만부가 넘는 발행기록을 세운 채 계속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는 첫번째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출간 6개월 만에 30만부를 돌파하여 시집 출판계에 유례가 없는 기록을 세운 두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통해 독특한 시세계를 인정받았다. 류시화는 자신이 전생에 인도인이었다고 말할 만큼 인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여행에 있었으며, 특히 인도 여행은 그 황금기의 열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삶을 배웠고, 세상을 알았다. …… 그곳에서 나는 때로 당혹스러웠고, 어지러웠으며,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무서워 도망치기도 했다. 허무하거나, 존재 밑바닥까지 행복하기도 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서 나 자신과 마주서본 적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인도였다.' 놀라운 것은 평범하다 못해 천하기 짝이 없는 책 속의 인도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나름대로 철학자라는 점이다. 가난한 릭샤 운전사 차루의 '노 프라블럼' 철학, 누더기 담요를 두른 요기 싯다 바바의 세 가지 만트라, 미치광이 구루(영적 스승) 스리 바가반 구루의 '자유로운 정신'에 대한 화두 등……. 또 돈을 줘도 절대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지들, 선행을 베풂으로써 자신의 악업을 씻으니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이다. 가방 속의 화장지를 아무 말없이 꺼내가는 인도인 남자에게 따지면 '이게 왜 너의 거냐? 네가 잠시 갖고 있는 거지?'라며 오히려 당당하다. 기차 안에서 좌석표도 없이 무례하게 끼여앉은 사람들 보고 자리 주인이라고 말하면 '잠시 앉았다가 떠날 자리를 가지고 무슨 근거로 네 자리라고 주장하는가?' 하고 조용히 대답한다. 물건값을 깎고 기분이 좋아 돌아서는데 '그렇게 물건값을 깎아서 사니까 넌 행복하냐?'고 상인들은 반문한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이렇듯 그가 지난 10년 동안 열 차례에 걸쳐 인도 등지를 여행하면서 체험한 엉뚱하고, 기발하고, 감동적인 일화들을 모은 것이다. 이 책에는 여행기가 주기 쉬운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상이나 그 흔한 풍물 스케치 한 줄 없다. 다만 명상을 하고 글을 쓰고 구도의 길을 걷는 그가 인도의 시장에서, 허름한 여관에서, 더러운 기차 안에서, 한적한 마을에서, 광활한 평원에서, 히말라야 동굴의 스승 밑에서 직접 체험한 사건들과 감동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의 백미는 권말에 있다. '인디아 어록'이 그것. '인디아 어록'은 그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대중 속의 현자(賢者)들과 이야기하다 그들로부터 들은 인상적인 말들만 모아 하나의 장(章)으로 엮은 어록이다. 짤막한 말로 사물의 핵심을 잘 찌르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인의 재치있는 순발력과 번뜩이는 통찰력이 잘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인도인의 현실 수용의 철학까지를 그대로 알 수 있다. 서른네 편의 감동적인 글과 아름다운 사진이 만나, 인도의 신비와 더이상 숨길 것 없는 인도의 현실이 절묘하게 표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