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랑이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인데, 나는 사랑을 모르는구나, 그 사실이 지금 만나는 이 사람에게 너무나 미안하구나, 라며 버티던 몇 년. 당신을 위하는 줄로만 알았던 그 시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런 시간들이 오히려 더 당신을 욕되게 했다는 걸. ---‘당신을 위하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던 그 시절’ 중에서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무엇이 그리 힘들었냐고. 나는 말을 하려다가 주저한다. 보기에 큰일이 아닐지라도, 다만 내가 구멍이 촘촘한 체를 가진 탓에 힘들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통과시킬 만한 작은 모래알이 내 마음속에 오랜 시간 동안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펜로즈의 계단’ 중에서
나만큼이나 미안한 일이 많은 너, 섬세한 결을 가진 덕에 잠깐의 빗자루 질에도 쓸려서 아파하는 너, 상대가 칼이 아닌 종이를 내밀어도 손끝을 베어버리고 마는 너. 그리고 그것을 보는 나는, 마음이 아프다. 맑은 물을 들여다보듯 너와, 너와, 너의 마음이 다 보이는데 나 어떡하지. ---‘그동안은 그런 당신들이 버거웠어’ 중에서
그렇구나. 더 나은 상황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괜찮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구나. 모래 바람이 불어 눈앞이 보이지 않을 때, 맑은 하늘과 평탄한 길이 나타나기만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눈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입으로 그 바람을 들이마시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이. ---‘지금 괜찮을 수 있는 방법’ 중에서
나는 또 넘어질 것이다. 인생은 울퉁불퉁하니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아지는 것, 그것뿐만 아니라, 그 아픔이 나를 죽일 만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아프다 할지라도 종국에는 낫게 된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인생은 울퉁불퉁하니까’ 중에서
인생이란 건 본디 자잘한 변화들이 계속되는 것이라지만, 나는 요즘 다소 큰 변화를 꾀하며 인생의 물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삶을 꿈꾸는 거냐고? 글쎄 과연 그럴까? 이미 알고 있지 않나. 환승은 목적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걸.
---‘프롤로그_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