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으로서의 독서도, 공부로서의 독서도, 자료 수집으로서의 독서도, 기본은 정보를 얻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이 정보를 제공하는 첫 번째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니 책은 자연히 필요조건에서 순위가 밀리고 있다. 어느 한적한 섬에 가서 디지털을 멀리하며 느긋하게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는데, 슬프게도 어디에 간들 가장 먼저 가방에 챙기는 것은 노트북이다.
이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얼마나 전자문명에 발목이 잡혀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전철을 타면 대다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는 전철 안에서 독서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 p. 41
평범한 우리는 미래에 대해 매일같이 위기감을 느끼며 긴장의 끈을 꽉 붙잡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거침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한복판에서 그런 변화와는 상관없이 나 혼자 유유자적하며 살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에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는 정신자세다. 어릴 적에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평소에 예습과 복습을 착실히 했듯이, 그렇게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가 내일의 공룡이 되지 않는 길이다.
--- p.51~52
내가 일상적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출판사와 잡지사의 젊은 편집자들인데, 가만히 보면 그들이 대부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업무량이 너무 많기 때문인지, 담당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현재 맡고 있는 원고량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을 위한 자료 말고는 제대로 독서도 하지 않는다.
언젠가 젊은 출판 편집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당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깜짝 놀랐다. 책은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 같은 것으로, 그 책이 왜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텐데 정작 책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그 정도로 무관심하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p. 56
“꿈보다는 목표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미래에 대한 계획은 그것이 아무리 막연하더라도 없는 것보다 갖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꿈이나 목표가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나는 중학교 때 꿈이나 목표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 것보다 같은 학년의 여학생이나 영화, 음악, 만화, 세계명작 같은 것들에 더 흥미를 느꼈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흥미가 생기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접하다보면 언젠가 꼭 뭔가와 만나게 된다. 중학생은 그것을 위한 시간을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 p. 66
젊은 시절, 가령 외국의 유명한 록밴드가 오래전에 발표한 앨범을 찾으려고 도쿄 시내 레코드 가게를 샅샅이 뒤진 적이 있다. 순수한 열정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고, 그 시절의 젊은이들 대부분이 어느 분야든 깊이 심취하여 끝 모를 욕망을 발산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엔 그렇게나 진귀했던 앨범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다. 손에 넣으려고 하면 언제라도 간단히 그렇게 된다는 의식은 지겨움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는 욕망의 뿌리마저 지워버린다. 욕망은 상상력에 의해서 생겨나고, 길러지고, 강도를 증가 시키는 법인데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잡을 수 있다면 로망이 생겨날 리 없다. 따라서 경제가 살아나서 ‘소비가 확대될까?’가 아니라 ‘욕망과 상상력은 부활할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내게 그에 대한 전망을 말하라면 조금 비관적이라고 본다고 대답하겠다.
--- p.8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