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웅! 육중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소년은 그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장도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러다가 주변이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자자, 이제 저놈들 쓸어버리자고. 다들 그렇게 얼어있지 말고 앞으로 나서지 그래?” “아, 그, 그래!” 멍청하니 소년을 보고 있던 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금 주변에서 고함소리, 칼 부딪치는 소리 등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며 전투가 재개되었다. 소년 또한 그들 사이에 끼여서 놀들을 도륙했다. 놀들은 소년이 사신(死神)으로 보이는지 공포에 질려 달아나려고 했지만 헛된 노력이었다. 동료들을 잃은 용병들이 눈에 핏대를 올리며 그들의 도주를 막았으니까. 용병들이 놀들과 맞서는 사이 소년이 착실하게 놀들의 숫자를 줄여갔기 때문에 놀들은 금세 전멸 직전까지 몰렸다. “응?” 한창 놀들을 도륙하던 소년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묘한 느낌이 그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 느낌을 쫓아 하늘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무언가 새하얀 빛을 발하는 것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광경이 보였다. “유성인가?” 비록 대낮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유성 외에 다른 존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순백의 섬광을 발하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 유성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대낮에 유성이라니… 특이하군.” 소년이 중얼거리는 사이 유성은 하늘을 완전히 가로질러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소년은 잠시 동안 별이 떨어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