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철학의 창시자인 데카르트는 오늘날도 유효하게 이용될 만한 방법인 체계적 회의(懷疑)의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는 아주 판명하게 진리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일체 믿지 않기로 결심했다.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명백하질 때까지 의심하려고 했다. 이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그는 점차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는 자기 자신뿐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실재하지 않는 것을 줄곧 환영의 형태로 감관에 보여 주어 자기를 속이는 악령이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 악령이 존재한다는 것은 도무지 있을 법한 일이 아니지만, 존재할 가능성은 있으며 그러므로 감관에 의해 지각된 사물에 관한 의심이 가능했던 것이다. ---「2. 물질의 존재」
이러한 연상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동물에게도 연상은 매우 강하다. 일정한 길로만 달리던 말은 다른 방향으로 고삐를 돌리면 저항한다. 가축은 늘 먹이를 주던 사람을 보면 먹이를 주는 줄 알고 기대한다. 이런 제일성(齊一性)에 대한 미숙한 기대는 모두 오해를 일으키기 쉬운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병아리에게 매일같이 모이를 주던 사람도 마지막에는 모이를 주는 대신 그 병아리의 목을 비튼다. 병아리로서는 자연의 제일성에 관해 좀 더 정확한 견해를 가졌더라면 이로웠을 것이다. ---「6. 귀납 원리에 대하여」
철학이 목적으로 하는 비판은 이유 없이 거부를 결정하는 비판이 아니라, 확실한 듯한 지식을 하나하나의 장점에 있어 낱낱이 고찰하고 그 고찰이 완결되었을 때에도 여전히 지식으로서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보류해 두는 비판이다. 거기에 약간의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남아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틀리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