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현은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다. 사진을 찍는 작가도 아니다. 그런 그가 ‘설렘’을 기획하고 준비한 건, 잘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로 시작한 원고를 보면서 그가 얄밉다.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느날 갑자기’라니….
“잘 못하는 건 창피한 게 아니야. 잘하려 하지 않는 게 창피한 거지.”
넉살좋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기에 아무말 없이 안아 줄 수밖에 없다. 망설이지 않았던 그에게 ‘잘했다’고 말해본다. 그리고 그의 ‘설렘’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꼬치장사꾼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건방진 여행꾼은 중국어를 하지 못했다.
건방진 여행꾼은 먹고 싶은 꼬치를 잔뜩 고르곤, 언제나 말없이 내민다.
꼬치장사꾼도 말없이 손가락을 펼쳐 가격을 말해준다.
간혹 익숙하지 못한 셈이라 더 많은 돈을 꺼내주기도 했는데,
순박한 꼬치 장사꾼은 모른 체 가져가도 그만일 것을
제 가격의 돈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다시 돌려준다.
--- p.28 <거리는 맛있다> 중에서

적당한 직장에 들어가 다달이 나오는 월급만 기다리며 살기도 했고,
그냥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려고 무의미한 노력을 했던 적도 있다네.
무엇이 옳은 삶인지, 내가 살았던 삶이 옳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기쁘네.
나란 사람, 그래도 참 잘 살았구나 하는.
--- p.76 <회상> 중에서

저우좡에서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를 맞았다. 우산이 없어 걱정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일회용 우산을 파는 요란한 할머니들에게 둘러싸였다. 우산을 팔고 있으면서도 정작 할머니들은 비를 맞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생각보다 싸지 않았던 그 우산을 아무 말 없이 샀다.
고맙게도 비는 저우좡을 촉촉하게 적신 뒤 곧 멈췄다. 허공에 떠도는 공기마저도 촉촉한 저우좡은 온통 물로 가득 찬 도시였다.
--- p.134 <물의 도시> 중에서

공항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내 방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같지만 달라.
곧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거든.
그건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는 말이기도 해.
--- p.162 <같지만 다른> 중에서

내일이면 모든 것은 한 장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나의 낙서이다.
그림을 못 그려서 대신 사진을 붙여 놓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도 죄다 적어 놓은 나의 낙서다.

나의 낙서를 본 사람들이 어딘가로 무작정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B>기억을 남기고 추억을 담아오다</B><br/><br/>-언제부터 알게 되었던 것일까?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는 진실을. 내가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은 회사 일도 결국엔 처음부터 나란 존재가 없었던 것처럼 아무 일 없이 돌아간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늘 변함없이 잘 돌아간다. 그렇기에 잠시 떠난다 한들 무슨 일이 있겠는가?<br/><br/>-어린 시절, 어른들은 나에게 여행이란 하나라도 더 보고, 더 배우고 와야 하는 거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은 쉼이다. 때론 프랑스에 가서 루브르에 들르지 않아도 된다. 에펠탑이 보이는 작은 카페에 앉아 느긋이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br/><br/>-여행은 여럿이 떠나면 여럿이 떠나서 재밌고, 혼자 떠나면 혼자 떠나는 맛이 있어 즐겁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몇 시간이라도 원하는 사진을 위해 멈출 수 있는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좋다.<br/><br/>-여행 내내 널 생각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여행 내내 널 생각한 탓에 넌 계속 나와 함께였다.<br/><br/><설렘>은 중국 여행의 낯선 길에서 만난 소박한 사람들과 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감성 있는 글과 함께 풀어낸 포토 여행에세이다. 길고긴 프로젝트를 끝내고 영화를 보다가 문득, 여행을 떠나게 된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낯선 거리로의 설렘을 따라가본다.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