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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타임캡슐 침몰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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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타임캡슐 침몰선 이야기

: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수중 고고학자의 종횡무진 탐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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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62g | 128*188*14mm
ISBN13 9791188569397
ISBN10 1188569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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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에서 선미까지 똑바로 배를 관통하는 목재를 ‘킬’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골격으로 말하면 척추에 해당한다. 목조선은 킬을 축으로 프레임과 다른 부위를 조립한다. 그래서 목조선 연구는 킬을 찾는 일이 첫걸음이다. ‘드디어, 드디어 찾아냈어!’ 어두운 구멍 속에서 팔을 꺼낸 다음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로드리고와 하이파이브를 했다(물속 하이파이브는 슬로모션이다). 이 기쁨을 로드리고에게 전하기 위해 힘껏 외쳤다. “우오~~~~!”
다시 말하지만 물속에서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불분명한 외침으로만 지금의 기분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했다. 로드리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 다이브컴퓨터(수심이나 수온 등을 알려주는 손목시계형 장비)를 봤다. 우리가 물속에 들어온 지 30분이 지났다. ‘이제 올라갈 시간이다.’
--- p.10

유네스코는 세계적으로 ‘침몰한 지 100년이 넘은’, ‘수중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침몰선’이 적어도 300만 척이라는 수치를 내놓았다. 300만 척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기예보와 수중 레이더, 해도(항해용 지도)와 조선기술이 발달한 현대 일본에서도 배가 전복하거나 침몰하는 해난 사고가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한다. 이런 사고가 지난 1,000년 동안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일본에만 10만 척의 침몰선이 존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스 연안의 섬 주변에서 58척의 침몰선이 발견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아직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채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침몰선이 엄청 많다.
--- p.20

사람들과 수중 고고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침몰선을 찾으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겠군요’, ‘금화를 찾으면 몰래 숨겨 와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연예인이 트레저 헌터treasure hunter의 조수가 되어 금은보화를 찾으러 다니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트레저 헌터가 얼마나 추악한 행동을 저지르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트레저 헌터의 목적은 역사 연구도, 유물 보존도 아닌 돈이다. 이들은 그저 도굴꾼에 지나지 않으며, 트레저헌팅은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다. 트레저 헌터는 침몰선 유적을 발견하면, 자기들이 모는 배의 스크루 프로펠러 뒤에 L자형 파이프를 장착하여 물 흐름이 아래로 향하도록 스크루를 조정해서 강한 물살을 해저로 분사한다. 이렇게 하면 침몰선 본체가 철저히 파괴된다. 심지어 수심이 깊을 때는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침몰선이 산산조각 나면 금속 탐지기로 해저에 흩어져 있는 금화나 은화 같은 유물을 찾아 옥션 등에서 판매한다.
--- pp.24~25

유학 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나자 가장 낮은 레벨의 반학생들과는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영어 실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토플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반년 전에는 알아들을 수 없었던 영어도 점점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토플 시험은 독해, 청해, 작문, 회화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각각 30점씩 합계 120점 만점이다. 시험을 치른 후 받은 성적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독해: 1점’ 토플 시험은 모두 객관식이다. 적당히 찍어도 5점은 나올 텐데 1점이라니! 다른 점수도 엉망진창, 내 토플 시험 합계 점수는 30점이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대학원 입학은 무리였다.
--- pp.75~76

많은 사람이 해외를 돌아다니며 수중 발굴 일을 하면 힘들어서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체중이 느는 편이다. 푸르니섬 프로젝트에서는 5일에 한 번 꼴로 항구의 보존처리 작업용 텐트 주변에서 간소한 파티가 열렸다. 파티가 열리는 날에는 발굴 작업 중에 시간이 비는 그리스인 팀원들이 생선을 잡아 왔다. 그러면 보존처리 책임자이자 셰프인 앙겔로스가 나서서 요리를 했다. 그런데 이게 또 별미다! 그래서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었다. 가끔은 성게알이나 조개도 캐 왔다. 이건 뭐 수중 고고학 일을하러 온 건지, 낚시를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술잔도 기울인다. 문제는 이게 저녁 식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녁 8시부터는 식당에 맛있고 푸짐한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 pp.130~131

‘수중 발굴 첫 경험을 여기서 하는구나.’ 그런데 현장을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뭐야! 이 더러운 물은? 악취도 나잖아!’ 너무도 더러운 강이었다. 강 표면에는 누리끼리한 색의 기포가 피어올라 있었고, 그 기포는 그대로 하류로 흐르고 있었다. 강의 투명도는 5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팔을 앞으로 뻗으면 손가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투명도다. 마치 묽은 된장국 같았다. 팔라촐로 델로 스텔라 외곽의 드넓은 밭에서 오수가 흘러들어 오는 게 분명했다. 가축의 분뇨가 원료인 비료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런 악취가 나는 거겠지.’강의 너비는 넓은 곳이 20미터 정도였고, 물살은 잔잔하지만 뭐라 말할 수 없이 더러웠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에는 팀원 중 네 명의 귀에 염증까지 생겼다. 또 발굴 조사 중에 쥐나 두더지로 보이는 동물의 사체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하기도 했다. ‘정말 이런 곳에 잠수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수중 고고학 프로젝트는 수질과는 무관하다. 그곳에 수중 유적이 있으면 뛰어들어야 한다.
--- pp.141~143

여기서 크리스처니스 퀸투스호의 역사 자료를 떠올려보자. ‘선원들을 내려준 후 닻줄을 절단해서 좌초시켰다’고 되어 있다. 선원들이 바다로 뛰어내린 게 아니다. 사소한 말처럼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18세기 당시 유럽에서는 범선의 선원이라고 해도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적었다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학교에서 수영을 가르치지 않던 시대였다. 선원들을 바다로 뛰어내리게 한 후 해안까지 헤엄치도록 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마도 작은 배로 옮겨 태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원들이 모두 대피한 후에 정박하고 있던 범선을 확실히 좌초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바다 으로 내린 닻의 줄을 절단하면 된다. 해안에서 가까운 에 내린 닻의 줄을 절단하면 배는 수심이 깊고 장애물이 적은 먼바다 방향으로 흘러가서 웬만해서는 좌초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단시간 내에 확실히 좌초시키려면 먼바다 으로 내린 닻의 줄을 잘라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배가 수심이 얕은 으로 이동하여 결국 좌초되고 만다. 부자연스럽게 해안에서 가까운 에 닻을 내린 이유가 배를 의도적으로 좌초시키기 위함이었다면 크리스처니스 퀸투스호의 역사 자료와 완전히 일치한다. 결국 이 두 척의 침몰선이 1710년에 가라앉은 덴마크 노예선인 크리스처니스 퀸투스호와 프리데리커스 쿼터스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 p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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