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이 되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해서 억지로 하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의 소리를 따라 몸과 마음이 편안한 쪽으로 흘러왔을 뿐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우리 삶에 불필요한 물건뿐 아니라 마음을 짓누르는 과거의 기억, 어찌할 수 없는 타인의 시선, 걷잡을 수 없는 복잡한 생각들을 덜어내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알맹이만 남길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알맹이에 관한 이야기다.
--- p.6, 「프롤로그」 중에서
물건이나 가구를 들이려고 할 때마다 우리는 질문한다.
‘이 물건이 여백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을까.’
길게 고민하지 않아도 답은 나왔다. 대부분의 물건이나 가구는 여백과 바꿀 만한 가치가 없었다. 이 질문 하나면 물건을 들이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집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 p.23, 「1부 '당신에게 필요한 집은 몇 평인가요?’」 중에서
나는 여전히 ‘꾸밈’과 ‘관리’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나가고 있다. 누군가 내게 샴푸, 스킨, 로션을 왜 다시 쓰게 되었냐고 물으면 달리 할 말이 없다. 그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정도를 조절해가면서 내 몸이 편안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밖에는. 이제는 내 삶을 ‘꾸미는 삶’ 혹은 ‘꾸미지 않는 삶’이라고 정의 내리지 않는다. 그저 내 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며 변화에 열려 있으려고 한다. 거울을 외면하지도 않고, 거울에 빠져 있지도 않으며.
--- p.38, 「1부 ‘거울 앞에서 당신은 행복한가요?’」 중에서
어른들은 내게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그 말은 맞았다. 하지만 영상을 만들며 누구보다 행복했던 나는 그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내지 못했을 때 불행해졌다.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은 것은,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지 않도록 잘 지켜내는 법이었다.
--- p.49, 「1부 ‘무엇을 할 때 살아 있다고 느끼나요?’」 중에서
두려움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또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 밑바닥에는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고, 사람을 어려워하는 마음 밑바닥에는 투명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두려움은 나를 넘어뜨리지만 나는 일어나는 법을 안다. 알 수 없는 것을 알려고 애쓰지 않는 것,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어찌하려고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두려워하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보는 것.
--- p.103, 「2부 ‘두려움의 밑바닥을 마주한 적 있나요?’」 중에서
미래를 생각 않고 사는 듯 보이는 나를 향해 사람들은 종종 ‘불안하지 않냐’고 묻는다. 재수 공부를 하지 않고 도서관에 다녔던 그때와 비교하자면, 지금 나는 거의 불안하지 않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변화는 ‘내게 안정적인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그대로 행하는 삶이다. 또 내 삶에 닥친 문제를 헤쳐나갈 힘이 있는 삶이다.
--- p.115, 「2부 ‘원하는 미래를 원하고 있나요?’」 중에서
나에게 서울은 지나치게 빨랐다. 아무리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보려고 해도 지나치게 바쁘고, 지나치게 많이 일하고,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면 삶이 금세 못마땅해지고 생기를 잃었다. 마음을 곱게 먹어보려 해도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이 있었다. 내 삶이 좋아지려면 환경을 바꾸어야 했다.
동해에서 나는 사람보다 동네 고양이들과 자주 어울렸다. 어느 날, 마당으로 찾아온 고양이가 내 무릎으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이내 드릉드릉 코를 골며 낮잠을 잤다. 읽던 책을 조심히 덮고는 가만히 고양이와 숨소리를 맞추었다. 폭탄이 떨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편안했다. 행복의 끝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그저 지금으로 충분했다.
--- p.123, 「2부 ‘감정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나요?’」 중에서
나와 너무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서, 나는 나의 호불호를 내려놓아야 했다. ‘이건 좋고, 저건 하기 싫어’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기 싫은 일도 현우가 하고 싶어 하면 기꺼이 나섰다. 익숙하고 편안한 나의 세계를 서서히 지우고, 어색하고 불편한 현우의 세계를 조금씩 받아들였다.
_pp.202~203, 「3부 ‘너무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 있나요?’」 중에서
우리는 참 긴 시간을 돌아왔다. 내 삶에 엄마 아빠가 들어올 자리를 막아두었을 때는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사랑을 받지도 못했다. 그땐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사랑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에서는 모든 걸 내 뜻대로 하며 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귀찮고 번거로운 사랑이 좋다. 나는 이제 앞으로 다가올 갈등이 두렵지 않다. 우리는 사랑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따로 또 같이 갈등을 풀어갈 테니까.
--- p.239, 「3부 ‘가족의 사랑이 짐이 되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