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역사 섹션에 들어서는 순간,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이의 몸이 허공에서 추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천장 기둥에 걸린 기다란 줄이 그의 목에 감겨 있었다. 리디아는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움찔했지만, 도망치지 않고 그를 향해, 조이를 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길쭉한 다리를 끌어안고 그를 들어 올리려 했다.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서점 안을 섬뜩하게 울렸다. 그 비명이 자신이 내는 소리임을 깨달았다. --- p.13
종이에 작은 사각형과 정사각형 모양의 구멍이 아홉 개쯤 나 있었기에, 책을 불빛 아래 펼쳐들면 페이지는 마치 아이가 가위로 오려 만든 마천루처럼 보였다. 구멍의 크기와 모양 때문에, 처음에는 조이가 자기만 아는 목적으로 알파벳을 잘라 붙여 문장을 만들기 위해 글자를 잘라냈으리라 생각했다. 이를테면?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유괴범의 몸값 요구 편지라든지, 매혹의 시구 콜라주라든지, 아니면 유서라든지. 그러나 구멍을 더 찬찬히 바라보니, 단어가 통째로 잘려 나간 경우는 없었다. 흰 여백이든 글자가 적힌 부분이든 상관없이 의미에 개의치 않고 마구 잘라낸 상태였다. --- p.76
“조이가 책을 왜 잘라냈는지 알고 싶다고 했지?” 데이비드가 말했다. “여기 해답이 있어.”
“무슨 뜻이야?”
데이비드는 잘못 붙은 라벨을 두드렸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당신에게 이 책을 가리켜 보인 거야. 조이가.”
“왜 그랬을까?”
“모르지.” 데이비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해답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 답은 원래 이 라벨이 붙어 있었던 책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라벨을 추적하라고?”
“라벨을 추적해. 이 라벨이 붙어 있어야 할 책을 찾아내라고.” --- p.93
부츠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싱크대 문짝 사이 틈으로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손전등, 희미한 둥근 불빛이 주변의 세상을 지워버렸다. 망치남의 발소리가 싱크대로 다가와 멈추었고, 그의 그림자가 모든 것을 다시 어둠 속에 빠뜨렸다. 그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근육이 경직됐고, 어깨 위의 쓰레기 분쇄기가 돌처럼 단단하게 느껴졌다. 겨우 몇 센티미터 너머에서 그의 무릎이 싱크대 문짝을 누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끼긱’.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것은 열리지 않았다. --- p.106
“그런데 이 사진은 어디서 얻었니?” 라지가 물었다.
“조이에게서. 목을 매단 남자.”
“정말이야?” 라지는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섬뜩하네. 어떻게 이 사진을 구했을까? 넌 이 사진을 가게나 아니면 그 근처에서 받은 거니?”
“그렇게 운 좋을 리가 없지. 그가 죽던 날 밤 이전에는 한 번도 못 봤던 사진이야. 어쨌든 내가 기억하는 한.”
사실 리디아는 조이가 이 사진을 어떻게 구했는지, 왜 이 사진을 원했을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어떤 시나리오도 말이 안 되었다. --- p.187
“솔직히 말할까? 우리가 뭔가 놓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난 잠이 안 왔소. 경찰 중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뭔가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그는 그 가능성을 떨쳐버리고 싶기라도 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가 수사를 망쳤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뭔가 놓쳤을 가능성. 왜냐하면, 그 집에 발을 들인 경찰들? 다 큰 어른들이 거기 들어가면 자기 아이라도 잃은 것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완전히 평정을 잃어버렸거든. 심지어 경찰 하나는 강력반을 그만두고 경제사범 담당으로 옮겨갔소. 그 어마어마한 사건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 집은 완전히 피바다였어. 거기 있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소.” --- p.216~217
“이건 정말 조이답군요. 마치 그가 이 책들이 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가장 심오한 자기 자신. 최후의 작품으로. 조이에게 책은 안식이었으니, 자기 자신을 개인적으로 책 안에 삽입하는 이 작업이야말로 자신의 무거운 짐을 세상에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죠. 리디아 당신에게도. 조이는 자살했고, 이건 조이 나름대로?정당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진 않은데, 자신을 그렇게 막다른 상태로 몰아간 과정과 소통하려는 시도였던 것 같아요. 자신의 영혼에 창문을 낸다, 정말 조이다워. 정말로.” --- p.231
복도로 걸음을 옮기자, 유리조각이 발밑 카펫에서 바삭거렸다. 침실 문지방 바로 앞 시체 무더기에서 도티의 팔이 튀어나와 있었다. 머릿속은 흐릿했지만, 토마스는 반지를 찾아야 한다, 절대 그 반지를 이 집에 남겨서는 안 된다고 되뇌었다. 그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카펫에 두 손을 짚었다. 뭔가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에서 아픔이 저릿하게 올라왔다. 손바닥을 들어 올리니 붉은 핏방울이 손목을 타고 흘러내려 셔츠 소매를 적시고 있었다. 피를 닦아내자 엄지손가락 밑 살점에 박힌 작은 유리조각 끝이 따끔하게 느껴졌다.
--- p.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