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접한다니 무척 기쁘고 영광이다. 쉰 살에서 쉰다섯 살까지 나는 혼돈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십 대 남자에게 정상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하는 것이 올바를까?’ 라는 의문을 품고 해답을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 주기보다 각자가 처한 인생의 독특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도록 도우려 이 책을 썼다. 내가 쉰 살 넘어 경험한 일들과, 이 나이 대 남자들이 많이 경험한 일들을 공유하려 한다. 나나 이 나이 대의 남자들이 직면했던 상황이나 여러 의문이 여러분이 처한 상황이나 의문과 다르지 않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각자 나름의 해법을 찾는 데 이 책이 명쾌하고도 단순한 여러 도구를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오십 대 이상의 한국 남자들에게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2000년 이후로 세 배로 높아졌다. 나중에 부모를 모시고 살겠다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은 1999년에 90퍼센트였지만 15년이 지난 2014년에는 3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중년들은 경제적 결핍은 물론, 사회적인 관심과 존중의 결핍이라는 이중 질곡에 빠져 있다. 한국 사회의 미묘한 측면들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한국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같은 연령대의 다른 사람들과 서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관심과 연민을 나눌 수 있다면 커다란 힘이 된다.
---「한국어판 서문. 한국 남자에게 오십이란 무엇인가」중에서
남자들은 이십 대부터 사십 대까지 일과 가정, 자녀에게 집중하며 삶의 목적을 정하고 소속감을 느낀다. 그러나 사십 대 중반을 넘어 육십 대에 이르면서 익숙하던 구조가 흔들리거나 송두리째 바뀐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결혼 생활은 꼬일 대로 꼬여 파경에 이르기도 한다. 자녀들은 성장해 독립한다. 마치 배가 난파되는 것 같은 일련의 사건에 잘 대처하려면 기술과 자기 격려, 지원군이 필요하다.
남자는 안내(지침)와 지도를 좋아한다. 명확한 절차에 따라 이동하기 원한다. 이 책은 인간관계, 일, 건강, 가족 등과 관련해 당신이 맞닥뜨리게 될 전형적인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당신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 최고의 나날을 즐기며 이 생애 단계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리도록 이 책이 도울 것이다.
---「1장. 오십, 당신은 행복한가요?」중에서
오십 대와 육십 대에 불륜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남자가 불륜에 빠지는 이유는, 배우자와의 깊은 친밀감을 회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일이나 그 밖의 영역에서 느끼는 부족함을 상쇄함으로써 자부심을 강화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남자만의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
남자는 나이를 막론하고 젊은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낄 때 남자는 젊은 여자를 찾는다. 오래된 동반자 관계를 바꾸기 힘들 때, 바람이 도피처가 되는 셈이다.
1990년이었다. 나는 18년간 아내에게만 충실했지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갔다가 바람을 피웠다. 나 자신은 물론 아내와의 약속에 충실하며 살아왔던 내 모든 것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용기를 내어 이 일을 아내에게 말하기까지는 몇 주가 걸렸다. 아내는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몇 달이 걸렸다. 하지만 부부 중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이런 사실을 여러 달 혹은 여러 해 동안 숨겼다가 나중에 들통이 난다면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영원히 무너지고 만다.
---「3장. 계속 아내와 살고 싶은지 생각하라」중에서
은퇴니 명예퇴직 혹은 실직이라는 말이 섬뜩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정년이 따로 없음으로 해서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해고나 실직이 암 진단 다음으로 두려운 말이긴
하지만 긍정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많은 남자들이 지지부진하게 버티던 직장을 제 발로 박차고 나와 새로운 출발을 한다. 실업이든 은퇴든 혹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간에, 그러한 과정에 정서적인 충격과 현실적인 문제,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선택이 있다.
---「4장. 일과 돈, 무엇보다 중요한 것」중에서
남자가 나이 오십이 넘으면, 가족은 인생에 있어 당혹스러운 부분이 되기 쉽다. 부모와 이혼할 수도 없고 아버지라는 자리를 버릴 수도 없다.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툼은 그 어떤 다툼보다 가슴 아프고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중년기에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은 큰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 장에서는 중년기에 맞닥뜨릴 주요한 변화와 쟁점을 설명한다. 죽음의 문에 다가선 늙은 부모에서 시작해 장성한 아이들을 거쳐 형제자매 이야기로 끝맺으려 한다.
부모 중 한 분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중년 남자들에게서 경험담을 많이 들었다. 어떤 감정에 휩싸일지,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을 힘써야 할지 깨달았다. 이 밖에도 준비할 것이 많다. 의논할 것들은 분명하게 의논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드러내 놓아야 한다. 유언장뿐 아니라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고 누구를 부르며, 사람들에게 어떻게 연락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아버지가 죽음을 평온하게 받아들였고 죽음 이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음을 알고 있었기에 슬픔 속에서도 안도했다.
---「6장. 부모, 형제 자식」중에서
청소년기에 남자 아이들은 대체로 사회성이 부족하다. 이는 수십 년이 흘러도 되풀이된다. 남자들은 오십 대 이후로 아내나 자녀, 직장 동료와 멀어진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가 필요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사귀기 힘들다.
삼사십 대에 속한 남자들은 대부분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이에 비해 오십 대 남자들은 모임에 새롭게 관심을 기울인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전통 사회에서 연장자는 대체로 총괄적인 역할을 했다. 즉 연장자 모임들이 지혜를 찾고 함께 변화에 대응했다. 둘째, 인생의 많은 부분을 지나왔으니 모임의 지혜와 우정이 개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우리 시기에 일어나는 위기 가운데 많은 것들은 매우 통렬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단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
---「9장. 사람들과 어울려라」중에서
중년 남자들에게 섹스는 예전과 다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마흔 살 이후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며, 신경 기능이 둔감해지는 탓이다. 그래서 고혈압, 지나친 음주 혹은 우울증 같은 신체적 혹은 정서적 건강 문제들이 나이 먹음에 따라 성생활에 점차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 이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첫째, 발기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발기 자체도 물리적인 자극에 더 많이 의존하며 색정적인 상상에 덜 의존한다. 둘째, 발기의 강도나 지속성이 예전보다 못하다. 셋째, 오르가슴의 성질도 바뀐다. 근수축의 강도가 약해지며 사정 속도도 느려지고 정액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십 대의 건장한 스포츠 선수와 같은 정력을 바라지 않는다면 주눅들 전혀 필요 없다. 상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중년의 고개를 넘어가고 있을 테고, 짧은 시간 동안의 강력하고 강렬한 운동은 바라지 않는다. 지금까지 언급한 중년의 변화를 모두 강점으로 바꿀 수 있다.
---「10장. 포기할 수 없는 섹스」중에서
고립의 늪에서 나와 연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쉰 살은 인생의 겨우 중간 지점이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일만 하고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연륜과 경험을 중심축으로 한 인생 3기를 제대로 누려야 한다. 50년간 딱지가 앉고 또 앉은 실패의 군살이 헛되지 않도록, 실패 속에서 배운 노하우를 남자들끼리 연대해 공유하고, 나아가 다음 세대에게 전수해야 한다. 아울러 남자에게도 갱년기가 찾아온다. 이 시기를 잘 넘기려면 행복한 삶의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 육체적으로는 새로운 비전을 좇아 행동하며, 정신적으로는 나를 즐겁게 해 주는 활동을 하고, 영적으로는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이 세 가지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어판 편집자의 글. 행복한 시간을 누려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