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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인간,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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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83g | 128*185*20mm
ISBN13 9788965132448
ISBN10 8965132444

업체 공지사항

중고도서의 특성상 부록,CD등이 없거나 발행연도,정가,이미지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반품 사유에 해당 되지않으니‘중고상품구매 유의사항‘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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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의 책을 대량으로 주문시, 즉 택배 BOX의 수량이 2개 이상일 경우 추가box 추가부담으로 주문자와 협의 후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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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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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선민
이화여대 불문과와 동대학 통역번역대학원 한불번역과를 졸업했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프랑스의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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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려 넣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 p.11

작고 보잘 것 없는 듯하지만 창백한 우리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어젖히는 이것, 오늘 내가 본 것, 결코 멈춰서는 법이 없는 삶 말입니다. 이러한 삶은 붙잡을 수도 없습니다. 삶은 우리의 마음속에 세워진 기둥 사이를 빠져 달아나는 새처럼 눈앞에서 달아나지요. 우리는 삶의 맞수가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삶은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어리석은 우리를 은혜로이 보살핍니다.
--- p.15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하느님이 이제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어느새 까마득히 먼 곳에 있다. 하지만 집시와 길 잃은 고양이, 접시꽃은 우리가 더는 알 수 없는 영원한 것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
--- p.31

음악과 함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과도 같다. 희미한 인생의 좁은 길로 들어선 것이다. A라는 점에서 B라는 점으로, 이 빛에서 저 빛으로 옮겨 간다.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그 둘 사이에 서 있다. 불확실함 속에서 주저함에 미소지으며, 다른 모든 것은 잊은 채 우리 안에서 스쳐 가듯 움직이고 있는 순간순간의 삶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말이다.
--- p.41

그냥 그렇게 둔다. 인생의 여정과 함께 하듯 그렇게 오디오 기계들을 바라본다. 딱히 고치려 들거나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려 하거나 처음의 완벽한 상태로 되돌리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하나의 원칙이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몇 안 되는 원칙 중의 하나, 아니 어쩌면 유일한 원칙일지도 모른다.
절대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 실패에 대항하지 않는 것이다.
듣고 쓰거나 사랑할 수 없는 처지일 때, 숨 쉬는 일이 힘겨울 때, 언제나 그 처지에 여지를 남겨 두고 시간을 주는 것이다.
--- p.42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한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참모습이 드러나고 진정한 이름이 주어진다.
--- p.54

“항상 사랑하고, 항상 고통스럽고, 항상 죽어가기를.”
세상은 이 외침에 깃든 영감을 알지 못한다. 삶의 등잔불을 켜는 것은 죽음을 아는 자다.
--- p.78

순간 우리의 삶이 교차한다. 멧돼지가 목숨을 걸고 있는 그때, 나는 행복으로 이끌어줄 책을 떠올리고 있었다. 순간 당황한 신이 잡목림 사이로 사라지고, 조금도 흔들림 없던 무신론자는 길을 잃고 만다.
같은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죽음 앞에 직면해 관자놀이까지 전해지는 벌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 앞에 아득히 펼쳐진 시간을 만끽하며 아주 감미로운 것들을 읽는, 이 삶이라는 것을 나는 더 이상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 p.114

텔레비전에서는 황금빛 마스크를 쓴 마네킹들이 이상한 물건을 선전하기 시작한다. 마치 죽음을 고치는 묘약을 찾은 것처럼 떠들어댄다.
하지만 죽음은 병이 아니다.
크리스털 잔이 싱크대에서 깨지고 손가락에 피가 약간 맺힌다.
핏방울은 살갗의 하늘 위에 뜬 붉은 구름이자 살아 있는 자가 중얼거리는 한 편의 시다. 짐승과 구름, 그릇은 삶이 주는 엄청난 충격이 어떤 것인지 안다. 우수에 찬 모습과 잘린 채 여기저기 흩어진 모습, 가장자리에 이가 빠진 모습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나는 쇠똥과 종이책, 손으로 하는 설거지 예찬론자다. 지금껏 서투름이 낸 상처로 붉어진 삶만큼 진실한 것을 본 적이 없다.
--- p.125

“지독히도 빨리 자라네.”
여인이 아칸더스 꽃의 아름다움을 헐뜯으며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는다. 연보라와 잿빛이 감도는 꽃은 머리쓰개 아래로 얼굴을 감춘 듯 수줍은 모습을 하고 소리 없는 외침으로 영원한 존재를 찬양한다. 또 가시가 돋은 줄기와 잎에 새긴 갈색 반점, 땅을 두드리는 비는 오래전부터 대기의 신을 호위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평범하고 초라한 존재가 먼지처럼 떠도는 허무를 읊으며 자신의 핏줄과도 같은 별을 환영한다. 나는 르 크뢰조의 달레바르 거리에서, 곰팡이 슨 보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주 어린 소녀에게 낙엽의 장엄함을 보여주었다. 담벼락에 금이 가게 만들고 돌담에 이끼를 남기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세월을 보여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 멈춰진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한 일은 그 어떤 희생도 아니며 그저 어디서 온 것인지 알지 못하는 은밀한 명령에 대한 복종일 뿐이다. 결국 늙은 걸인이 그 치마를 입은 채 죽은 자들의 세계로 떠나면서 그녀의 행동이 지녔던 찬란함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겠지만, 언젠가 늙은 걸인이 불쑥 내뱉는 말과 함께 그 찬란함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가장 소중한 진실을 품은 채로. 아니 더 나아가 가장 고귀한 것을 세상으로부터 약탈당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되돌려주며 얻은 고결한 기쁨을 시를 통해 영원히 전하며 그 찬란함이 되돌아온다.
--- p.147

“개미 한 마리와 테라스에서 경주를 벌였는데 내가 지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햇살 비추는 곳에 앉아 월가의 억만장자로 살고 있는 노예들을 떠올렸다.”
--- p.181

신이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있다가 불현듯 본심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때 옆을 지나다 보면 그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웃음소리는 음악 속에서 들을 수도 있고 침묵 속에서 들을 수도 있다. 싹이 틀 때에도, 흘러가는 구름 뒤에서도, 이가 빠진 누군가의 입 속에서도 들린다. 우리 일상의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아주 작은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꽃 한 다발이 내는 웃음소리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 p.187

꽃이 내는 웃음소리가 나를 도취시켰다. 세상의 그 어떤 철학도 데이지 꽃 한 송이, 나무딸기 한 그루, 그리고 머리를 민 수도승처럼, 태양과 얼굴을 맞대고 음미하며 웃고 웃고 또 웃는 조약돌 하나와 견줄 수가 없다.
나는 하늘의 푸르름을 바라본다.
문은 없다. 아니면 문은 오래전부터 열려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따금 이 푸르름 안에서 꽃의 웃음과 같은 소리를 듣는다. 그 푸르름을 함께 나누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박한 웃음소리를.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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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보뱅이 장난꾸러기? 아니다, 단지 필립 델레름과 프랑소아즈 에리티에처럼 창조의 천사들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삶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인 것이다. 그의 시적 필치에서 술라주의 그림이, 글렌 굴드의 ‘눈여우와 음의 마르모트’가,‘천상의 직원’인 메뉴앙과 와스트라크, 바흐가 재탄생하는 것이다. 최고의 작품!
기 조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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