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한복판으로 갑자기 밀려들어 왔지만, 내 삶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기에, 그분께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맡기면 되었다. 어제와 동일한 삶을 살며 주께서 맡기신 역할을 감당하면 되었다. 폭풍우가 즉시 걷히지 않더라도, 나의 믿음은 소리처럼 공중에 흩어져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의 삶 가운데 태도와 순종으로 새겨 가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평소와 같이 일어났다. 여느 때와 같이 씻고, 아이들의 도시락과 간식,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 식사를 했고, 등교를 시킨 후, 청소기를 돌렸다. 그래,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 p.36
몇 시간 뒤,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가 맞은 상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장은 조금 부어 있지만 색도 좋고 장의 천공도 다 찾은 상태예요. 마지막에 장이 조금씩 운동하는 것도 볼 수 있었고요.” 안도의 숨을 내쉬는 나의 팔을 붙잡으며 서 닥터는 말을 이어 갔다. “언니, 수술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뭔지 아세요?” 의아한 내게 그녀가 말했다. “‘밀라그로’(기적이다)와 ‘헤수스 로 이소’(예수님이 하셨다)였어요.”
수술실에 들어간 의사와 간호사들이 ‘기적’이라고 ‘예수님이 하셨다’고 입을 모았다는 얘기다. “여기가 수술실인지, 간증 집회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니까요.” 그들은 2리터가 넘는 고름에 뒤엉켜 있던 장을 보았기에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 상황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장을 정성껏 세척하고 천공을 찾아서 막는 것뿐이었다. 어떤 기대도 감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수술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이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렸다.
--- p.64-65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명령하신 하나님은 생명(시간)을 쪼개어 하나님의 아들인 김윤상을 위해 기도하는 열방의 기도를 흠향하시며, 졸지도 않으시고 일하셨다. 주를 믿는 열방의 성도들이 기도의 불씨를 당겼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열방의 기도는 일하시는 하나님의 성실하심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덕분에 김윤상의 바이탈 수치가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죽음을 향하던 그의 수치들이 처음으로 호전을 보이던 날, 나는 모든 오감을 이용해 주님을 찬양했다.
--- p.75-76
“김윤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로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김윤상을 데려가기로 결정하셨다면, 그것은 김윤상에게 최고로 선한 일입니다. 나의 남편 김윤상을 데려가시고, 나를 과부로 살라고 결정하셨다면, 나를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로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리 결정하셨다면, 이것은 내게 최고로 귀한 선물입니다. 예준이, 예성이, 예왕이에게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빠를 데려가기로 결정하셨다면,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이 일의 주인은 여호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당신의 성품대로 마음껏 일하여 주옵소서.”
--- p.94-95
‘김윤상의 부서진 몸을 내가 고치듯이, 기도하는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도, 삶도 내가 만지고 있단다. 영이 부서진 너, 마음이 무너진 너, 관계가 깨어진 너, 온전한 나를 몰라 나에게 실망한 너, 육안으로는 체크할 수 없지만, 부서지고 상한 마음을, 영을, 삶을, 관계를 그리고 너와 나를 만지고 있단다. 이것은 김윤상을 위해 기도하는 모든 영 가운데 행할 나의 뜻이란다.’
그랬다. 이것이 내 주님의 마음이었다.
--- p.100
이제부터 남편과 내가 함께 직면해야 할 일이 시작됐다. 남편은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차츰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아내로서 그의 손을 잡고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을 헤쳐 나아가야 했다.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주어지는 감정이었다. 고민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기에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랬다. 이만큼 그가 우리 가족 곁으로 성큼 들어온 것이다.
--- p.134-135
“이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이 사람에게 꼭 나눠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난 정확히 알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그것은 나쁜 거지. 그런 내가 불편하다고 해도 나는 어쩔 수 없어. 내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시니까.” 남편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든, 비즈니스든 그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겼다. 어떤 결과이든 집착하지 않고 다만 주님이 허락하셨으므로 감사했다. 계속해서 내 힘을 빼며 주님의 의중을 순간순간 여쭸다.
---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