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칭기즈칸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땐 항상 이것이 몽골의 앞날에 ‘무슨 이익’이 될 것인가를 가장 염두에 두었다. 그러니 자비니, 인권이니 하는 말들은 씨알도 안 먹힐 수밖에!
부하들이 칭기즈칸의 뜻을 돌리려고 전전긍긍하던 그때, 칭기즈칸의 최측근 참모였던 야율초재가 칸의 성향을 꿰뚫고 승부수를 날렸다. “칸이시여! 중국인들이 농토에서 그냥 농사를 짓게 하고, 대신 ‘세금’을 거두시지요. 그러면 중국 농토를 초원으로 바꾸어 말과 양을 키우는 것보다 칸의 주머니가 훨씬 두둑해질 것입니다.”
세금(tax)?! 몽골 같은 유목사회에선 없는 개념이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을 대상으로 세금 같은 걸 걷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말하자면 초원에는 강자의 ‘약탈’만이 존재하지, 정기적으로 뭔가를 ‘징수’하는 일은 아예 불가능했다. 하지만 농토에 정착해서 생활하는 중국 농민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에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 세금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계획을 저지하고자 한 것이다.
칭기즈칸처럼 현실주의자인 권력자를 설득할 땐 대의명분, 인권 같은 것은 소용이 없다. 오직 ‘미래의 이익’만이 통할 뿐이다.
--- 칭기즈칸의 ‘무차별 대학살’을 막은 협상 카드 중에서
2009년, 빌 클린턴(Bill Clinton) 미국 전 대통령이 호랑이 소굴 같은 평양으로 홀연히 날아가, 억류된 두 미국인 기자를 구해냈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장면이 카메라 앞에서 펼쳐졌다.
풀려난 기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연신 클린턴에게 감사의 찬사를 보내고, 옆에 선 앨 고어(Al Gore) 미국 전 부통령까지 흥분해 떠들어대는데, 정작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인 클린턴은 그저 야릇한 미소만 지으며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클린턴이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듣는 이의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의 명연설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인물인데 말이다.
자신의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 그는 왜 침묵을 지킨 걸까?
그런데 클린턴의 묘한 침묵은 오히려 미국인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를 치솟게 하였다. 그의 침묵을 사람들은 이렇게 해석한 것이다. ‘저렇게 멋진 일을 했으면서, 자화자찬도 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있다니!
협상이론에서는 클린턴 같은 침묵을 두고 ‘전략적 침묵(strategic silence)’이라 한다. 일부러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킴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거나 상대 혹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고차원의 전략인 것이다.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건 간에, 때로는 명연설이나 달변보다 수수께끼 같은 침묵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다.
--- 빌 클린턴과 칭기즈칸의 비기, 전략적 침묵 중에서
아무리 바다에서 용감하게 싸우고, 전쟁을 잘하면 무엇 하나?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왕을 모신 한양의 조정대신들이 엉뚱한 결정을 내리면 큰 낭패이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초기의 수군 철폐론같이 말이다.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장군 정도 되면 용감하게 실전에서 싸움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적에 대한 정보수집, 부하들의 사기 진작 등 실로 다양한 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은, 자신과 부하들에 대한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중앙의 권력자들과 좋은 인맥을 만드는 ‘네트워크 협상력’이다. 이순신에게는 나라를 구하고자 싸우는 장군의 뜻을 이해하고 도와주며, 더욱이 반대 세력이 음해하고자 할 때 방패막이가 되어줄 인맥이 있었다. 이순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류성룡, 이항복 같은 당대의 명신들이 그를 지원하고 보호해주지 않았던가.
--- 이순신 장군에게 배우는 ‘인맥 만들기’ 전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