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연안습지로서 당당한 위상을 갖춘
순천만에서 원시 생명의 기운을 오롯이 느끼다!
물과 갯벌, 벌판과 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약속의 땅 순천만이다. 그곳은 수많은 생명붙이들의 삶터이자 쉼터요, 고향이다. 뭇 사람들에게 그리움과 즐거움, 애환과 탄식 그리고 환희와 감동의 장소이기도 하다. 순천만이 있어 새들은 자맥질을 하고, 게들은 삶을 이어가며, 물고기는 숨을 쉰다.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최남단에 위치한 순천만은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높아 람사르(습지보전국제협약) 습지에 등록(2006년 1월)되었고, 천연기념물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2003년 12월), 보호받고 있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있는 순천만은 해수역이 75제곱킬로미터, 갯벌 면적은 서울 여의도 30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지구 생태계의 콩팥이라 불리는 갯벌은 오염정화 기능은 물론, 어류 생산과 서식지 역할을 하고, 심미적 아름다움, 홍수와 태풍 조절을 하는 등 그 기능이 다양하다.
그렇다면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학자들에 따르면, 농경지에 비해 같은 면적당 최고 100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갯벌은 수산물의 생산과 해양생물의 서식지로서의 가치와 자연재해 조절, 생태 체험장으로서의 기능, 학술적 가치 등을 합치면 그 어떤 생태계나 구조물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소중한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순천만의 가치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세세한 정보를 [하늘이 내린 선물, 순천만] 이 한 권의 책에 담아 원시 생명의 기운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업은 더욱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포늪]을 시작으로,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 등 지구를 살리는 자연의 콩팥, 한국의 습지를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저자 강병국(사진 최종수)이 [하늘이 내린 선물, 순천만]을 발표했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의 공식 방문지인 우포늪,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 순천만을 모두 아우르는 지난한 여정이었다.
순천만에서 살아 숨 쉬는 귀한 생명들의 모습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을 기록하다!
순천만은 왼쪽으로 고흥반도, 오른쪽으로 여수반도의 끝부분이 만의 입구를 막고 있는 형상으로 마치 호리병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모양새다. 그래서 바깥 바다로부터의 물 흐름이 매우 약해 밀물과 썰물로 생기는 조류에 따른 물질 공급의 비중이 낮고, 자연스레 바깥 바다로 이동하는 것도 매우 느리거나 차단된다. 대신 육지에서 흘러들어오는 하천(동천과 이사천, 해룡천)에서 공급받는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생성되었기에 순천만은 넉넉하고 풍요로운 모습이 되었다.
온화한 자연환경으로 염생식물을 비롯한 갯벌 생물들이 살아가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갯벌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사람과 새, 게와 갈대가 한데 어우러져 멋진 공생의 장을 펼친다.
드넓은 갯벌이 있어 그 어느 곳보다 생물의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순천만의 대표 식물 갈대 군락과 더불어 염생식물 칠면초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IUCN(국제자연보존연맹)의 적색목록에 등재된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개리, 독수리, 흑두루미, 재두루미, 흑꼬리도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생존 개체수 1000마리 미만으로 알려진 희귀철새인 청다리도요사촌, 고대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등 12종을 비롯해 총 34종 3만 2393마리의 멸종위기종 및 법적 보호종 등 세계적인 희귀조류가 관찰되기도 한다.
이렇듯 염생식물의 천국이자 게와 조개가 널려 있는 곳,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의 보금자리인 순천만의 다양한 삶을 [하늘이 내린 선물, 순천만]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순천만을 탐사한 저자들의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8천 년의 세월이 빚은 자연의 걸작,
풍요롭고 건강한 모습에서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얻다!
귀하디귀한 70여 종 새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비롯해, 드넓게 펼쳐진 순천만의 갯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천진스러운 짱뚱어와 게, 화사한 모습을 뽐내는 꽃들과 곤충, 그리고 순천만을 둘러싼 마을들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글과 사진을 보노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맴돌고, 때로는 감탄을 자아낸다.
전봇대를 뽑아내어 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의 안전한 비행을 보장하고, 갈대열차로 사람들을 자연으로 실어 나른다. 탐사선에 올라 갯벌 깊숙이 둘러보고, 탐방로를 따라 순천만을 산책하게 해놓은 인간의 손길이 따뜻하다. 순천만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내는 해설사가 있어 탐사선에 탄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탐방로는 명상과 철학의 길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남지 않아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흑두루미가 혹한을 피해 이곳으로 무리 지어 날아들고, 수많은 물새들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한가롭게 노닌다.
순천만은 개발이 아닌 보존이 지역경제 발전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1년에 1천억 원의 경제효과를 거둔다니, 순천만은 생물 종 다양성의 보고(寶庫)이면서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8천여 년의 세월이 빚은 걸작,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 북 [마슐랭 가이드]는 한국의 수많은 관광지 23곳 중 순천만에 별 3개(☆☆☆)를 주었다. 별 셋은 ‘매우 추천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일상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곳, 삶에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체험하고 싶다면 순천만을 찾을 일이다.
저자들이 기나긴 세월 동안 뿌리를 찾아 나선 습지 탐사를 이곳 순천만에서 마무리 지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