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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중고도서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안미란 글 / 윤정주 그림 | 창비 | 2001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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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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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8쪽 | 364g | 153*224*20mm
ISBN13 9788936441920
ISBN10 893644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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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 어머니는 컴퓨터를 켜고 디스켓 안의 파일을 열어보았다. 그것은 놀랍게도 2년 동안 남편이 쑥갓과 다른 채소를 조심스레 가꾸어 온 기록이었다. 전문적인 기록이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내용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중간 중간에는 남편의 솔직한 생각들이 적혀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남편이 제1세대 씨앗만 거둔 게 아니라 그 씨앗을 다시 심어 제2세대, 제3세대까지 싹을 틔웠다는 사실이다. 남편은 제1세대 쑥갓이 제대로 꽃을 못 피우자 야생종을 교배했다.

"그래, 이거야!"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제3세대에 거둔 씨앗을 가지고 홍평수 이름으로 특허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증거물이 된 쑥갓은 제3세대이다. 콜럼버스사가 가진 유전자 정보하고는 다른 점이 많다. 그들이 판매하는 쑥갓 씨앗과 완전히 다른 품종인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진희 어머니는 흥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진희 어머니는 디스켓을 안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전화를 했다.
"진희니? 너 다람쥐 어디서 봤지?"

진희 어머니는 남편의 자전거를 타고 박물관을 나섰다.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이 넘쳤다. 별내리로 가는 길목에서 진희를 만나기로 했다. 진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집을 나섰다. 10분도 안 지나서 어머니를 만났다. 둘은 거북산으로 갔다. 거북산은 멀리서 보아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걸 알 수 있었다. 커다란 간판도 보인다. 이제 드러내 놓고 그린 밸리를 선전한다. 굴착기의 거대한 손아귀가 거북산 허리를 후벼 팠다.

진희와 진희 어머니는 공사장에서 나오는 매운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밭으로 갔다. 진희는 아버지와 씨를 뿌렸던 땅을 '우리 밭'이라고 불렀다. 밭은 엉망이었다. 누군가 몽땅 갈아엎었다. 진희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러나 진희 어머니는 달랐다. 성큼성큼 밭으로 걸어가더니 맨손으로 땅을 헤치기 시작했다. 흙 속에 무릎을 박고 뭔가 찾던 진희 어머니가 외쳤다.
"있다!"
진희 어머니 두 손에는 싹이 있었다. 떡잎 두 장 사이로 본잎이 나오는 어린 싹이다.
--- pp.15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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