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끊임없이 각색되고 변주되어온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이죽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불세출 멜로드라마의 뿌리에는 셰익스피어,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낭만적이고 동시대적인 스핀오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레즈비언의 성적 지향을 비극의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기질적 특성인 ‘비극적 결함’에 빗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송희는 원작의 대사들과 새로 쓴 대사들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셰익스피어를 성공적으로 훔쳐냈다. 이 귀하디 귀한 희곡집을 책장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세트 옆에 나란히 꽂아두어도 좋겠다. 글쓰는 배우 한송희의 유능함과 열정을 질투하며 그의 다음 행보를 기다려본다.
- 임대형 (영화감독, 〈윤희에게〉)
‘줄리엣과 줄리엣’은 한송희의 세계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배우이자 극작가, 소설가로도 활동하는 창작자 한송희는 무엇이든 ‘진짜’로 만들어버린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헤테로 로맨스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짜로 만들고, 온 세상의 방해 속에 사랑한 두 여성이 진짜라고 말한다. 줄리엣 몬테규가 되어 줄리엣 캐플렛을 진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동료들과 만든 무대 위의 순간을 관객들이 빠져드는 진짜 세상으로 만든다. 두려워할지언정 포기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한송희의 용기는 아름답게 빛난다. 그럴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무엇일까, 팬으로서 그의 연기와 글을 보며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그 모든 게 진짜로 진짜였구나. 그는 진짜로 고민하고 진짜로 애쓰고 진짜로 사랑하며, 쓴다. 그러니 모두가 진짜로 빠져들 수밖에.
- 조우리 (소설가, 〈이어달리기〉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줄리엣과 줄리엣’이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시한 열렬하고 철없는 사랑 역시 이성애자 문학의 특권이었음을. 레즈비언 줄리엣, 젠더 퀴어 승려, 무성애자 하녀…… 읽는 내내 예측할 수 없이 울고 웃었다. 이 퀴어 희곡집의 풍부함과 다채로움은 들어본 적이 없던 종류의 것이었다. 쉽지 않은 시도를 지속하는 동안 자신의 두려움과 섬세하게 맞서 온 작가의 솔직한 에세이를 포함하여, 이 책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아름답고 용감하다. 다 읽고 나면 당신 역시 저항 없이 믿게 될 것이다. ‘줄리엣과 줄리엣’이 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본이라는 사실을.
- 김선오 (시인, 〈세트장〉 〈나이트 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