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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스투어

: 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요리사 앤서니 보뎅의 엽기발랄 세계음식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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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420g | 128*188*30mm
ISBN13 9788970594385
ISBN10 897059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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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나를 따라 세계를 누빈 촬영팀을 싫어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아니다. 방송 종사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우리 촬영팀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다수는 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은 경험이 있었기에, 북적대는 주방이나 칼 든 사람들 곁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익히 아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먹은 끔찍한 음식을 함께 먹었다. 가끔 병균 배양실 같은 호텔에 묵을 때에도 함께했다. 촬영을 위해 지뢰밭과 도로 차단기를 겁 없이 돌파하기도 했다. 내가 술에 취해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유탄 발사기를 갈겨 댈 때에도 곁에서는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추위에 떨 때 그들도 추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도, 식중독도, 벌레의 습격도, 골 때리는 채식주의자와의 만남도, 모두 나와 함께 겪었다. 그들은 멕시코의 시골 사람들이 데킬라 마시기 시합을 제안했을 때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시합 도중에 가끔 하수구에 기어가서 토할 때조차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들도 나와 함께 돼지 피로 샤워를 하면서 돼지를 때려잡고, 멱따고, 관장하는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고든 램지의 지옥 같은 주방에서 종일 촬영하던 날에도 누구 하나 다친 사람 없이 일을 끝마쳤다. 그것도 시종일관 희희낙락대면서. 그러니 독자들께서는 내가 캄보디아의 유령 호텔에 처박혀 외롭고 아프고 겁난다고 아무리 징징거릴지라도, 같은 층 어딘가에 촬영팀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 테니까. --- pp.30~31

이구아나를 먹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텔레비전 업계의 큰형님께서 말씀하셨다.
"토니 씨는 이구아나를 먹습니다."
난 정말이지 이구아나 따위에는 흥미도 없었다. 우리 요리사들한테 듣기로는 정말로 아무것도 살 돈이 없을 때 먹는 게 바로 이구아나였기 때문이다. 이구아나는 값싸고 흔한 재료였다. 가이드인 레오조차도 음식을 사 먹을 돈이 없던 시절에나 일주일에 몇 번씩 개를 데리고 이구아나를 잡으러 나간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이다. 그 커다란 도마뱀이 맛있을 거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을 뿐더러, 내 생각이 옳은지 확인해 보겠다고 이구아나를 죽이기는 더욱 싫었다. 하지만 카메라맨 매슈는 '이구아나 먹기'로 케이블 시리즈 파충류 촬영 부문 대상을 탈 작정인 듯싶었다. --- pp.356~357

내가 이때껏 채식주의자들한테 지독한 소리를 퍼부어 댄 줄은 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심지어 책 여기저기서 '헤즈볼라 같은 인간들'이니 '인간 정신의 선하고 우수한 부분이라면 뭐든 반대하는 적들'이라고 비난했는데도 그들은 내 책 낭독회에 와주었고, 멋진 소감을 적은 편지도 보내 주었다. 영국에서 내 책의 홍보를 맡은 담당자는 내가 무척 존경하는 인물인데 그녀도 채식주의자이고(몇 번인가 그녀한테 총을 들이대고 생선을 먹으라고 협박한 적이 있긴 하다), 함께 일했던 카메라맨들 중에도 몇 명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의 신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도 대단한 유머 감각을 발휘하곤 했다. 지난 몇 달 간 만났던 채식주의자들은 자기네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면 내가 베이컨 치즈버거를 사다가 입에 처넣을 줄 알면서도 내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산꼭대기에 지은 뾰족지붕 집을 찾아가 랠프 네이더 지지자들이나, 다리털도 안 깎고 카프탄을 걸친 대지의 여신 숭배자들 틈에 끼어 앉아 솥에 든 렌즈콩을 건져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의 홈그라운드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른 건 다 제쳐 둔다고 해도 일단 담배를 못 피우게 막을 게 뻔했으니까.
--- pp.4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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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파란 옷의 베르베르인들과 사막을 누비고, 어딘지 모를 사막 한가운데서 새끼 양의 불알을 발라먹는 일, 베트남의 시장에 쪼그리고 앉아 노파가 끓여 주는 베트남식 커피를 마시는 터프한 여행에 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아도 좋겠다. 기념비적일 만큼 오래된 거름망에 걸쭉한 시럽처럼 뚝뚝 떨어지는 검은색 액체를 마시는 일에 대해서라면 말이다. 스페인 최고의 식당에서부터 포르투갈식으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먹는 일까지, 앤서니 보뎅은 몬도가네식 미식의 절정을 맛보며 '잃어버린 추억의 향신료'를 찾아 세계를 누빈다. 내가 한 레스토랑의 요리사이고, 세계일주를 기획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앤서니 보뎅처럼 썼을 것이다. 적어도 그처럼 쓰고 싶어 했을 것이다.
백영옥 (소설 『스타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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