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를 생각하면 그리스 신화 속의 여전사인 ‘아마존’이 떠오른다.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는 그녀가 한국문학 판으로 입성하며 힘차게 불어 젖힌 일종의 진군나팔 같은 것이었다. 뒤돌아보지 않는 힘 있는 문장과 압도적인 서사 그리고 정교한 취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리얼리티가, 여성작가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여러 문학적 함정들을 너끈히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7년의 밤》은 강력한 전사로서의 그녀가 가진 역량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결정판’처럼 읽힌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 내장된 다양한 인간 군상과 인간 본질을 이만큼 생생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로 결집해내는 것은 문단의 ‘아마존’이 아니고선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약한 현대인들의 섬세한 내면을 감성적 이미지에 의존해 표출해온, 내면화 경향의 ‘90년대식 소설’들이 아직 종언을 고하지 않고 있는 현 단계에서, 정유정이 보여주는 문학적 성실성, 역동적 서사, 통 큰 어필은 새로운 소설의 지평을 여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녀는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다.
- 박범신 (소설가)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 당신이라면 그 저주받은 생을 어떤 타구로 받아칠 것인가. 여기 광활한 수수 벌판 한가운데 깊게 파인 생의 우물, 그 고통의 블랙홀로 사라진 아비 때문에 평생 악몽을 꾸는 사내가 있다. 대를 이어 그 우물 난간에 매달린 어린 아들을 구하고 사형수가 된 사내는 이제 살아남은 아들에게 다시 절묘한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 삶과 죽음, 죄와 벌, 이승과 저승 사이의 사랑, 악마와 선인의 위태로운 경계, 천지를 두드리는 물보라의 굉음……. 이 장대한 스케일의 숨 막히는 서사를 끝까지 힘차게 밀고 나간 작가의 에너지가 경이롭다.
- 조용호 (소설가)
가장 증오했던 대상을 구원하고, 가장 혐오했던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역설. 그 속에 구원의 비밀이 숨어 있다. (…) 어떤 스캔들 속에서도, 어떤 정치적 외압 속에서도, 인간 개개인의 진실은 함부로 도륙당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 아름답고 화려한 시절에 선행을 베풀기는 쉽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정말 우리 자신의 참된 자아를 증명하는 것은, 참혹하고 비통한 시절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 쉬는 인간성’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것이다. 이제 소설을 덮는다. 어디선가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모든 존재의 소리 없는 흐느낌에 귀 기울여야 할 시간이다.
정여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