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영국 정부도 정확히 이런 생각을 했다. 인도 주민들이 코브라에 물려 죽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자 코브라를 잡아오면 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 정책의 시행으로 코브라는 줄어들고, 인도 국민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었을까?
아무리 선의(善意)를 갖고 있더라도 쉬운 해결책만을 모색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례는 현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코브라와 인명 피해가 줄어드는 선순환이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코브라가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전문적으로 코브라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코브라를 잡아오자, 영국 정부는 당황했다. 결국 예산이 모두 소진돼 더 이상 코브라를 잡아와도 보상금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보상금을 노리고 코브라를 사육한 사람들이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 코브라를 말끔히 처분했을 리 없다. 결국 수많은 코브라가 방치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말았다. 대규모 자원을 투자하고도 의도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를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한다. --- pp.19~20
전략가들에게 넓은 시야가 필수이지만, 지금 시야에 문제가 생겼다. 글로벌화로 전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다양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기술 발전으로 생각지도 못한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지식기반 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생 벤처기업들이 강력한 벤처 생태계의 지원을 받아 기존 비즈니스 질서를 파괴하며 한순간에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산업 간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구글은 단순히 인터넷 회사가 아니다. 구글은 데이터 기반의 혁신 모델을 선보이며 보건의료, 자동차, 로봇, 에너지 등 수많은 산업의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글로벌 초연결 사회의 도래는 시야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 p.23
이제 본격적으로 훌륭한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전략에 대한 정의는 무수히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통용되는 개념은 기업의 경영 전략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견해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 혹은 좋은 문제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란 개념으로도 이해되고 있다. 학자마다 정의가 다르지만, 어쨌든 전략은 자원의 제약 속에서 기업이 경쟁우위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의 비전이나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되겠다는 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생산량 확대, 마케팅 강화, 신상품 출시, 신시장 개척 등)을 찾는 것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명문대학에 가고 싶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급적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학원 과외를 통해 적절한 스펙을 확보하는 등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을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전략 서적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인 목표(혹은 비전, 지향점 등), 혹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는 일의 중요성이다. 물론 전략 분야에서 목표 자체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방법론이 제시돼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 수립 방법론과 섞여 있어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목표는 ‘경쟁우위’, ‘실적 향상’, 혹은 ‘주주가치 창출’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쟁우위 창출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실적 향상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실적이 매출인지, 영업이익인지, 당기순이익인지, 시장점유율인지, 혹은 고객만족도 같은 지표인지에 따라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주주가치 창출도 단기적 이익을 중시해야하는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줘야 하는지 등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 pp.42~43
애자일은 일군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만든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은 폭포수(Waterfall) 방식으로 불린다. 한 단계가 끝나면 잘 끝났는지 점검한 후,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획을 하고, 소프트웨어 구조를 설계하고, 세부 코딩을 하고, 오류를 점검하고 테스트한 다음 시장에 내놓아 고객들의 반응을 점검하는 식의 절차를 따른다.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제품 개발이나 TFT 운영 과정도 일반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경영자나 과제 책임자 등 의사결정권자가 전권을 쥐고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방식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고객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내부에서 최고의 인재가 방향을 정했다 하더라도 실제 고객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인지, 실제 고객이 이를 좋아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업에서 진행하는 많은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 바로 애자일이다.
--- p.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