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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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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398g | 128*188*30mm
ISBN13 9788996227205
ISBN10 899622720X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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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숨소리만 들려올 뿐, 한참을 기다려도 주혁이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침대에 등이 닿기가 무섭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불처럼 몰아붙여 그녀를 태워놓기 일쑤였던 그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가 바로 곁에 누워있는데도 말이다.

애초에 섹스뿐인 사이다. 그녀가 원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몇 달 전, 처음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을 땐 그저 반항 심리였는지도 모른다. 누구와도 상관없이 한순간에 잃어버린 7년에 대해 끓어오르는 반항이었다. 참고, 억누르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 7년이 그녀를 주혁의 침대로 몰아넣은 것인지도 모른다. 엄연히 따지자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그때 그 순간에 주혁이 있었을 뿐.

화가 불쑥불쑥 치밀 때, 억울함이 꾸역꾸역 몰려올 때, 그리고 여전히 살아 숨쉬는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 그녀는 주혁을 찾았다. 오늘도 집으로 가는 대신 주혁의 아파트로 따라온 것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뇌리에 박혀버린, 고통이 덕지덕지하던 명은의 얼굴을 잊고 싶었고, 한술이라도 뜨고 나가라며 애원하던 엄마와의 대면도 미루고 싶었다. 그저 속 편하게 잠이나 자려고 온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탈선, 뜨겁고 끈적끈적한 행위 속에서 모든 것을 잊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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