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를 혐오하고 불신하는 시대가 되었다.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게 바로 향약에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향약(鄕約)은 조선조 내내 마을 공동체를 떠받치는 기둥의 역할을 해왔다. 조선 시대는 지나갔지만, 향약의 정신은 우리의 문화적 유전자 속에 남아있다. 우리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에 그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공동체적 기반이 무너진 우리 시대에 더욱 그 의미가 절실하다.<br/><br/> 이런 점을 헤아려볼 때, 향약의 성격과 그 현대적 의의를 지탱하는 정확한 역사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광주 향약에 대한 역사적 규명이 절실한데, 이는 조선 시대 여러 향약 가운데 가장 최초의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에 광주 향약이야말로 더욱 향약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는 판단하에 저자는 그 형성 과정에 주목한다.

존경하는 이문효 선생께서 조선시대 화목하고 건전한 마을 공동체를 유지한 기둥의 역할을 한 주민들의 자치 규약이라 할 수 있는 광주 향약의 형성 과정을 방대한 문헌과 상세한 자료를 토대로 종합 정리하여 출간하게 됨을 충심으로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아울러 광주 향약의 기원과 전개 과정의 역사를 규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온갖 정성을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관련 자료 수집과 정리에 조력한 노고에 심심한 위로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저자의 선대 어른이신 필문 이선제 선생께서 세종조 때 중앙 관료로 봉직하던 당시, 어리석은 지방 사족 한 사람 잘못으로 인하여 당시 광주목에서 무진군으로 읍호가 강등되어 온 고을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선제 선생께서 사족들이 스스로 수신하여 표상을 보이는 향약을 선택하고 반성의 의지를 보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규약을 세우고 이에 찬동하는 고을 사족 90명과 함께 한 마음으로 솔선수범하여 향풍이 바로 서고 읍호가 복귀되기를 기약하였습니다. 저자는 약조를 지켜 고을 풍속을 선양할 것을 선도한 활약이 광주 향약의 시작이었음을 규명하고자 그 과정에 관한 연구를 착수하였습니다. 오랫동안 봉직한 교육자의 관점에서 또한 학자의 안목에서 선대인 이선제 선생의 광주 향약 시행과 관련한 업적에 국한하지 않고 부용정향약, 퇴계향약, 양과동향약, 예안향약 등 사례에도 심도있게 탐색, 연구하였습니다. 특히 김문발 선생이 부용정을 건립하여 향인들과 더불어 향약을 시행하였던 기록도 탐색하는 등으로 조선시대 향약의 실상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향약의 역사서를 제시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구구절절 주옥같은 저술 발간에 마음 깊이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