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피라의 웹사이트
[공지사항] 여러분의 제보가 필요합니다! 작성자 : 뱀피라
뱀파이어가 오직 이야기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이 홈페이지에서 즉시 나가시기 바랍니다. 다신 오지 않아도 좋아요. 그런 사람이라면 저와 전혀 공통점이 없을 테고, 서로 시간만 낭비할 테니까요.
하지만 뱀파이어가 정말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면, 계속 읽어 보세요. 흥미로운 소식이 있습니다.
뱀파이어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항상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이제 정말 확실한 증거가 생겼어요. 최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뱀파이어에 관한 꿈을 꾸고 있어요. 물론 그게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건 오직 저만 알아요. 잠든 상태에서 전달받는 비밀 메시지 같은 거예요. 아직 뭐라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전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죠. 예전부터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이 꿈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 왔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요. 최근에 브렌트 숲에서 무엇인가가 길 가던 사람을 두 번에 걸쳐 공격했다는 소식, 알고 계시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건 늑대나 여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뱀파이어의 소행이에요. 제 꿈은 지금 며칠째 제게 뱀파이어에 대해 경고하고 있어요.
만약 뱀파이어에 관한 어떤 정보라도 가지고 계시다면, 바로 연락 주세요. 특히 베이싱 근처의 그레이트 월든 지역 주변에서 뱀파이어를 목격한 분이 계시다면 꼭 연락 주세요. 저도 그 근처에 살고 있어요.
모든 제보는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 점은 안심하세요.
정보를 가지고 계신 분은 저에게 바로 연락해 주세요. 이리저리 파헤쳐서 함께 뱀파이어들을 찾아냅시다. 그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습니다.
[제보] 뱀피라 님께 작성자 : 키티
정말 뱀파이어를 본 것 같아서 글 남겨요. 며칠 전 밤에 밖에서 만난 남자인데, 다른 시대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눈동자는 까맣고 피부는 하얗다 못해 창백할 정도였어요. 정말 충격적이더군요. “야, 뱀파이어!” 하고 소리를 질러 봤더니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쳐다보더군요. 마치 내가 자기의 치명적인 비밀을 눈치챈 것처럼 말이에요. 그 후에도 계속 덜덜 떨었다니까요.
- 뱀피라의 답변
아마 가장 무도회를 하고 나오는 길 아니었을까요? 화장도 약간 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누가 자기한테 “야, 뱀파이어!”라고 소리치면 짜증내는 사람들은 엄청 많을 거예요. 키티 님이 본 건 진짜 뱀파이어가 아니라고 100퍼센트 확신함.
[제보] 훈남 뱀파이어 발견! 작성자 : 리비
뱀피라 님, 우리 동네에 사는 아이인데요, 엄청 창백한 피부에다가 정말 귀여운 남자애가 있어요. 며칠 전 밤에 뒤에서 걔 이름을 불렀더니 돌아보더라고요. 근데 눈이 새빨간 거 있죠! 순간 무서워서 가슴이 철렁했다니까요. 근데 귀여우니깐 걘 분명히 뱀파이어가 틀림없어요. 영화 「트와일라잇」에 나오는 그 남자애랑 정말 비슷해요. ♥♥
- Re : 뱀피라의 답변
그 남자애가 빨간색 컬러 렌즈를 꼈거나, 아님 그냥 잘못본 거겠죠. 그 사람은 뱀파이어가 아니라고 200퍼센트 확신합니다. 그리고 여기 남자 친구 찾는 웹사이트 아니거든요.
[잡담] 뱀파이어 짱! 작성자 : 검은 마녀
저 진짜 뱀파이어를 짱 좋아해요! 밤이고 낮이고 뱀파이어 생각만 해요. 저도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요. 진심임! “내 목덜미를 물어 줘,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라고 적힌 티셔츠도 샀어요. 뱀피라 님도 뱀파이어가 물어 주길 기다리고 있죠? 그럴 것 같은데. 조만간 한번 만나요. 제가 사는 윈체스터에서 그곳까지 그리 멀지 않으니까.
- Re : 뱀피라의 답변
어디서 그런 구역질나는 티셔츠를 사셨나요? 검은 마녀님도 똑같아요. 그런다고 뱀파이어가 찾아오는 건 아니라고요! 우리가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듯.
진짜 쓸 만한 제보는 하나도 없네. 나같이 민감한 사람들만이 지금, 여기에 뱀파이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 pp.12-15
오후 5시 37분
“무서워하지 말아라.”
할머니가 나한테서 물러나며 달래듯 말했어.
“인정해도 괜찮단다. 알잖니, 난 너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 왔어. 나한테 있어서 너는 전혀 무서운 존재가 아니란다.”
나는 그저 입을 떡 벌린 채 할머니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너무 무서워서 말도 안 나오더라. 내가 반-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아챈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시커먼 뭔가가 눈앞? 나타나더니 분노에 가득 찬 소리를 내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어! 마치 미친 악마가 갑자기 풀려난 것 같았지 뭐야.
탈룰라가 벌떡 일어나서 나를 도우려고 다가오는 순간, 엘사 할머니가 낮은 휘파람을 불었어. 그 미친 악마, 아니 얼룩 고양이는 즉시 나에게서 떨어져 나와 고개를 푹 수그렸어.
“그래, 그렇게 부끄러워해야지,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정말 미안하구나, 얘야. 다치진 않았니?”
“아, 안 다쳤어요. 괜찮아요.”
방금 벌어진 일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서 더듬거리며 말했어.
“루퍼스를 처음 데려왔을 땐 시도 때도 없이 저런 짓을 했단다.”
할머니가 말을 이어 갔어.
“정말 지옥에서 나온 것처럼 사나운 고양이지. 나한테도 항상 달려들곤 했는데 어느 날 ‘루퍼스, 지금까지 한 번도 고양이에게 이런 말 한 적 없는데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면 널 포기할 테다!’라고 말했더니 그 후론 완전히 달라졌지 뭐니. 날 보기만 하면 배를 쓰다듬어 달라고 난리란다.”
“그 말 믿도록 노력해 볼게요.”
난 간신히 이렇게 대답했어.
할머니가 고양이를 번쩍 안아 올렸어. 아까와는 딴판으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차분한 고양이가 되어 있더라고.
“다시 한 번 사과하마. 루퍼스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예전 버릇이 되살아난단다.”
할머니는 다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어.
--- pp.5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