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일상적이라서 오히려 더 눈에 띄지 않는 이 위협의 여러 측면들을 파악한 나는 그것이 전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를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대기오염은 현대 생활의 불가피한 부분,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해야만 하는 어떤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대안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오래된 낡은 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더 사악한 힘들이 작동하는 걸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걸 해보거나 시도해본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와 거기로 갈 수 있을까?”
--- pp.17~18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선택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어떻게 선택할지에 대한 것이자,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꿔놓은 것들이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결과들 역시 야기한 한 시대의 복잡함에 대한 것이다.”
--- p.19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나는 짙은 연무 속에 켜진 조명등을 바라보았고, 비행기가 착륙도 하기 전에 이 공기가 델리에서는 관념이 아님을 이해했다. 공기가 깨끗한 편에 속하는 4월인데도, 마치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성긴 연기와 같은 밤을 밝히는 가로등 속 오염을 볼 수 있었다. 낮이 되면 얇은 커튼이 드리워져 다리와 건물들이 종적을 감췄다”
--- p.65
“오염은 위기의 순간뿐만 아니라 겨울철 매일매일 끝없이 이어지는 끈질김으로도 노년 환자들의 삶을 위협한다. 차르노빌스키는 이들에게 공기가 안 좋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운동을 삼가라고 조언해야 하는 불편한 위치에 있다. 그는 이 처방의 씁쓸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시기엔 사람들이 아주 슬퍼해요. 집에만 있으면 외로운데, 이 우울증은 노인 건강에 아주아주 해롭죠.’ 그는 악순환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했다. 우울함과 고립감이 악화된다. ‘물론 고령의 환자가 집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그 끝에 뭐가 있겠어요? 침대에서 지내다가 결국 죽는 거예요.’
--- p.148
“암울하고 성난 포퓰리즘, 민족주의와 고립, 과학에 대한 무시의 바람이 유럽과 미국, 바르샤바와 워싱턴, 그 사이 곳곳에서 불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그 집단적인 의지를 제때 불러내리라는 희망은 순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인간과 지구를 죽음으로 내모는 석탄과 다른 연료들에 대한 의존을 끝장내고 그것들을 원래 있던 곳에 내버려둔 채 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평화로운 혁명을 이행한다면, 그 변화는 인류 역사에서 똑같이 자랑스럽고 고결한 한 시절로 자리할 것이다. 부패한 정권과 증오의 장벽이 함께 무너져 내리던 그 획기적인 1989년과 나란히.”
--- pp.171~172
“기술이 야기한 혼란은 이미 현대의 다른 영역을 숱하게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이제 곧 교통도 기술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거라는 생각은 더는 몽상이 아닐지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전화는 미래에나 있을 법한 판타지처럼 보였지만 이제 우리는 도로를 걸으면서 스카이프와 페이스타임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타고 다닌 것보다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 자동차를 계속 몰고 있는 걸까? 자동차에는 중요한 문제가 많이 걸려 있다. 우리의 건강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건강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의 도시와 교외의 능력, 사람들이 미칠 것 같은 교통체증에 갇혀 몇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갈 수 있게 해주는 능력 같은 것들 역시 얽혀 있다.”
--- p.399
“우리의 역사에는 오늘을 위한 가치 있는 이정표가 될 만한 교훈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청정한 공기의 편익은 거의 항상 그 비용이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해 고민할 때는 가격표가 눈에 더 크게 들어오고, 그 비용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물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종종 그 비용을 과장한다. 하지만 오염 유발자들이 오염을 제거할 수밖에 없게 할 경우 이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아낸다. 이런 투지는 종종 변화를 예상보다 더 빠르고 쉽게 만드는 혁신을 불러온다. 그리고 비용이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 적더라도 편익은 전반적인 행복과 생산성 증가의 연쇄효과 속에서 몇 배로 증폭되어 예상보다 훨씬 커질 때가 드물지 않다. 이런 편익은 수백만 명 사이로 흩어져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정도는 아니다.”
--- pp.403~404
“우리가 아는 세상과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무의식은 호흡과 몸의 다른 많은 중요한 기능을 제어하지만, 모든 삶의 매개변수를 좌우하는 결정은 의식적으로 내려야 한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도시를 넘겨줄 필요도,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선박들이 해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몸을 독성물질로 오염시키도록 내버려둘 필요도, 밖으로 발을 내딛기만 해도 기력이 쇠약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 p.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