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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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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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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560g | 140*210*30mm
ISBN13 9791164051816
ISBN10 116405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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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놓인 것은 2미터와 가냘픈 물망초 한 포기뿐이었다. 그가 맨들맨들한 자기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가디리는 동안 나는 등받이 없는 부드러운 의자에서 몸을 흔들다 균형을 잃고 버둥댔다. 그러고는 매끄러운 표지의 페이퍼백을 펼치며 말했다.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란다.”
--- p.17

20세기 오지 레인저가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수은이 되는 것이었다. 실온에서는 증발하여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고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금속 말이다. 숲으로 사라지면 불안을 유발하는 질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나요? 왜 혼자 살죠? 돌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 p.49

자신들의 생태 틈새가 겹치는 것을 알아차린 땅 파헤치기 까치와 개미 빨아들이기 붉은깃좁은부리딱따구리가 손잡는 광경을 보자 존 뮤어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어떤 것 하나만을 골라내려 할 때, 그것이 우주의 다른 모든 것들과 얽혀 있음을 깨닫게된다.” (…) 나는 어떨까? 나는 누구와 밀접하게 얽혀 있을까? 아무와도.
--- p.63

땅을 돌보는 것은, 특히 혹독한 환경에서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일이다. 작은 설치류를 단지 홧김에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힘들다. 내가 밭쥐숲을 밀어버릴 엄두를 쉬이 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복수보다 더 고귀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 p.89

나는 문을 닫고 한참 동안 거기 서서 블라인드를 몇 번 올렸다 내렸다 한 뒤에 완전히 걷은 채로 고정했다. 밖을 내다보며 상황을 따져보았다. 결론은 명확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하고 몇 시간 뒤, 흠뻑 젖은 채 오들오들 떨며 문턱 너머 바로 저기에 앉아 있던 것은 여우였다.
--- p.117

‘여우사냥foxhunting’이 한 단어인 것은 박새titmouse가 생쥐mouse가 아니듯 여우사냥도 사냥이 아니기 때문이다. 엽사들은 여우의 고기나 가죽을 취하지 않는다. 유해조수를 박멸하는 수단이라기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도 않다. (…) 여우를 죽이는 이유로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상상하지 못하겠다.
--- pp.134~135

나는 개들에게 겁을 줄 수 있었다. 개들은 결국 상자 속 동물이었으니까. 여우에게 겁을 줄 수는 없었다. 치킨 게임은 우리 관계에서 권력을 평등하게 했다. 나는 권력을 약간 잃었고 그는 약간 얻었다. 나는 권력을 약간 잃으면서 공감 능력을 약간 얻었다. 우리의 권력과 책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여우도 알아차렸을 듯하다.
--- p.263

그런데 왜 우리 여우는 절룩거리는 생쥐를 덮치지 않았을까? 나는 매우 중요한 주의 사항 하나를 잊고 있었다. 여우는 생쥐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사냥한다는 사실 말이다. 짐승을 사냥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공격하는 것은 못된 짓에 불과하다.
--- p.266

학부생 때 유기체생물학자 센트죄르지 얼베르트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는 생명을 점점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는 탐구 방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 자신도 같은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그는 에세이에 이렇게 썼다. “점점 작은 척도로 내려가는 여정에는 역설이 있었다. 내가 생명의 비밀을 찾다가 도달한 원자와 전자에는 생명이 전혀 없었다. 중간 어딘가에서 생명이 나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것이다.”
--- pp.299~300

대학 교수와 박사 과정생으로 가득한 강당에 들어가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보라. 한 집단은 음식, 담배, 다이어트 약, 알코올, 마리화나, 섹스, 마약, 항우울제, 항정신병제에 중독되었고, 다른 집단은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얼굴을 꼬집거나 팔에 칼자국을 낸다.
--- p.317

그의 수월한 삶에 샘이 났다. 내 말은 그의 삶이 더 수월했다는 게 아니라 그가 더 수월하게 살아갔다는 뜻이다. 그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는 온갖 종류의 친구를 사귀었다. 가장 눈에 띄는 친구는 까치 테니스공이었다. 찢긴꼬리, 새끼들, 암여우, 나이 든 수여우와도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는 취미도 있었다.
--- p.333

절정 단계의 숲은 자신의 물리적 환경과 완벽에 가깝게 소통한다. 이렇게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변동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절정 단계는 편안하며 가장 안정적인 단계다. 그 무엇의 전주곡도 아닌, 모든 것의 정점.
--- p.356

대체로 사람들은 『모비딕』을 미친 선장에 대한 소설로 여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은 자연과 야생동물을 사랑하고 아메리카들소의 멸종을 애달파하는 외톨이의 일기다. (…) 나와 마찬가지로 이슈메일은 세상을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로 나누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계 구성원이 야생동물과 가축의 두 범주 중 하나에 속하며 어떤 인간은 야생동물에, 어떤 인간은 가축에 속한다고 믿는다.
--- p.357

볼테르는 이렇게 썼다. “자연이 인간에게 개를 준 이유는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에게 기쁨을 주기 위함인 듯하다. 모든 동물 가운데 개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충실하고 가장 훌륭한 친구다.” 나는 여우를 만났을 때 우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이것만은 안다. 볼테르는 유명인치고는 눈이 낮았다. 방어와 충성심이라고? 최고의 친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주는 존재다.
--- p.398

내가 여우를 소유했다면, 그를 등록하거나 목걸이를 걸거나 이름표를 달거나 목줄을 달았다면 소방관들은 그를 구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소유했다면 어떻게 그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겠는가?
--- p.418

왜 종류가 다른 새들이 한데 모이는 거지? 내가 이 질문에 결코 대답하지 않은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질문이 틀렸다. 많은 야생동물은 어울릴 상대를 고를 때 우리보다 덜 까탈스럽다. 옳은 질문은 이것이다. 왜 사람은 짐승과 어울리지 않지?
--- p.431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평균적 동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사회에서는 ‘평균’으로 간주되는 것을 바탕으로 ‘정상적’ 행동의 기준을 정한다. 게다가 나머지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 하지만 정상적 행동을 자연적 행동과 혼동하지는 말라. ‘자연적’이기 위해 정규분포곡선의 꼭대기 바로 아래에 머물러야 한다면 우리는, 우리 모두는 어디서나 회갈색이고 황갈색일 것이다.
--- p.432

여우가 그랬던 것처럼. 땅에서의 삶은 더 적절한 인생 행로에 발을 디디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기착지가 아니다. 야생의 땅과 고요한 공간은 나의 도피처가 아니다. 나의 근거지다. (…) 나와 반대로 사는 사람들, 어느 곳이 집이고 어느 날이 휴일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니 그걸로 유난 떨진 말기로 하자. 우리는 오며 가며 서로 마주칠 것이다.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호의적일 거라 믿는다.
--- pp.436~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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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소로가 『어린 왕자』를 읽었다면 『여우와 나』를 썼을 것이다.”
-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저자)
“우정의 의미에 대해 이제껏 읽은 그 어떤 책에서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 윌 슈발브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저자)
“우리가 동물과, 더 나아가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를 깊이 느끼게 된다. 동물의 존재를 새롭고 경이롭게 경험하게 하는 책이다.”
- 템플 그랜딘 (『동물과의 대화』 저자)
“내밀하고 시적이다. (…) 인간이 자신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원천인 자연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면 이 책을 꼭 읽어라.”
- 스티븐 배철러 (『고독한 나에게』 저자)
“야생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엄밀한 과학적 관찰을 접목함으로써 자연 문학을 통틀어 독보적인 성취를 거뒀다. 이 이야기꾼의 목소리는 놀랄 만큼 독창적이다. 숨 가쁘게 읽어내려갔다.”
- 안드레이 코드레스쿠 (소설가·시인)
“신비롭고 마법 같다.”
- 월스트리트저널
“모두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 뉴욕타임스
“비범하다”
- 오프라데일리
“그저 매혹적이다”
-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우리가 자연 세계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타임매거진
“종을 뛰어넘은 우정에 대한 영감 어린, 잊을 수 없는 탐험”
- 북리스트
“자연의 힘에 대한 진심 어린 통찰, 그리고 야생의 친구에게 보내는 감동적인 경의”
- 커커스리뷰
“자연과 고독에 대한 풍요로운 사색”
- 퍼블리셔스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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