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문 옥춘헤어숍〉은 후미진 곳을 좋아하는 아이와, 스스로의 모습이 미운 귀신의 이야기야.
옛스러운 비밀을 간직한 남장승 디자이너와, 옥춘 헤어숍의 이야기지.
귀신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어때?
얼굴을 머리칼로 다 가린 처녀귀신, 덥수룩하고 지저분한 머리칼의 총각귀신,
괴상하고 이리저리 뻗친 머리칼이 떠오를 거야.
소외된 자들의 이미지는 그렇지. 지저분하고 후미진 곳에서 낯설고 괴상한 모습으로 나타나.
귀신들의 모습이 꼭 그래야만 할까?
귀신전문 옥춘헤어숍은 귀신들을 위한 헤어숍이야.
그곳에서 스스로를 다듬는 귀신들의 모습은 분명 멋질 거야.
--- 「귀신들을 위한 헤어숍」 중에서
어린 귀신에게 마음은 어려워.
어두운 곳에 숨어 모습을 감추고 있어도 종종 누군가가 말을 걸어 올 때가 있어.
하지만, 어린 귀신의 모습을 본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망쳐. 달아나.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리기도 해.
그래서, 어린 귀신은 마음을 닫아. 골목길 어두운 곳이나, 미끄럼틀 동굴통 속에 숨어.
아무도 자신을 보고 놀라지 않도록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 「어린 귀신」 중에서
어쩌면, 그 애는 어린귀신을 알아볼지도 몰라.
주변을 잘 관찰하고, 후미진 곳을 살펴볼 줄 아는 상냥한 그 아이라면 말이야.
고양이를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다정히 대하고,, 애써 어두운 곳을 찾아와 말을 거는
어쩌면, 그 애는 어린귀신의 마음을 알아채 줄지도 몰라.
--- 「상냥한 마음」 중에서
어린이에게 머리를 자르는 일은 힘겨워.
빨간색, 파란색의 화려한 기둥이 돌아가고, 문을 열면 파마약 냄새가 훅 끼쳐와.
깔끄러운 하얀 가운을 목에 두르고, 가만히 거울 앞에 앉아야 해. 낯선 손길에 머리를 맡겨야 해.
차가운 쇠가위가 목덜미를 지나고, 머리칼이 한올 한올 떨어져.
아무리 가렵고, 아무리 답답해도 참아야 해.
헤어숍은 아이에게 두려운 곳일지도 몰라.
그 애에게도 마찬가지야.
--- 「그 애」 중에서
우리는 소외된 자들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싶었어.
다만, 그 방식이 과격하거나 날카롭지 않았으면 했어.
상냥한 마음과 그 마음을 바라볼 줄 아는 따뜻한 시선으로 이뤄지길 바랐어.
〈귀신전문 옥춘헤어숍〉에는 귀신들이 찾아와.
옛스러운 비밀을 간직한 장승 디자이너는 귀신들의 머리를 다듬어 줘.
귀신을 무서워하던 사람들은 어쩌면,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소외된 자들에 대한 편견을 잊을지도 몰라.
새롭고 다정하게 그들을 바라볼 수 있을 거야.
--- 「의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