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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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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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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2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148*210*30mm
ISBN13 9791197967610
ISBN10 119796761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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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출간 20230102, 판형 148x210(A5), 쪽수 348
  •  특이사항 : -사회문제 일반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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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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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부동산시장 혹은 주택시장과 관련해 몇 가지의 신화(myth)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내가 신화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사실과 부합되는지는 따져 보지도 않고 사람들이 무조건 맞을 것이라고 믿는 어떤 생각을 뜻하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신화들 중에는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것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마치 그것이 진실인 양 뇌리에 박혀 버린 것입니다.

그 신화들 중 사실과 100% 부합되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입니다. 지난 몇십 년의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부동산, 특히 주택의 가격은 줄곧 상승세를 지속해 왔고 이에 따라 주택에 투자한 사람들은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주변에서 주택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그 반대로 손해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주택만큼 확실하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 대상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는 데는 역대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주택가격도 여느 상품의 가격처럼 오르락내리락하게 마련이고,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주택에 투자해 상당한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드물지만 과거에 주택시장이 침체상태에 빠져 그 신화가 깨질 뻔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때마다 주택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개입하는 일을 반복해 왔습니다. 정부가 마치 주택에 투자한 사람들의 수호성자라도 되는 양 말이지요.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이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움직일 수 없는 진실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여윳돈이 있으면 주택에 투자해 놓은 다음 그저 기다리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큰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믿음이 깊게 뿌리를 박은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이유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 대부분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 폭등을 일으키는 일이 자주 반복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과 문재인 정부 시절의 주택가격 폭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의 추세를 보면, 한번 뛰어올라간 주택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그 수준에 머무는 경향을 보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주택가격이 변화해 온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다음 페이지의 그림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돈이 많이 풀려 주택시장으로 몰려들면 또다시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르고는 했습니다. 이와 같은 ‘톱니효과’(ratchet effect)가 발생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천문학적 수준의 주택가격에 이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에 불을 붙이고, 불붙은 투기적 수요는 다시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두 번째 신화는 주택시장의 안정을 시장기능에 내맡겨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이와 같은 믿음은 주택과 관련된 문제도 시장기능에 내맡겨 두고 정부는 가능한 한 개입을 삼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만약 주택가격이 너무 높은 수준으로 올라 부득이 개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규제를 실시하는 등의 직접적 개입을 삼가고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주택시장도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에 내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그러나 주택시장은 여느 상품의 시장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주택은 주거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투자 대상으로서도 강한 매력을 갖고 있어 일반적 상품과는 다른 과정에 의해 그것에 대한 수요가 결정됩니다. 주택가격이 오를 때 주거 목적을 위한 수요와 투자 목적을 위한 수요가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주거 목적을 위한 수요는 더 작아지는 반면, 투자 목적을 위한 수요는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격의 등락이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거꾸로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시장은 공급의 측면에서도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한 시점에 존재하는 주택의 총량이 주택의 공급량을 뜻한다고 인식하지만, 이것은 오해입니다. 현재 거주하는 사람이 팔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주택의 경우에는 주택의 실질적 공급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주택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는 팔려고 내놓은 소수의 주택만이 실질적 공급을 뜻합니다. 이처럼 주택의 실질적 공급량이 무척 적기 때문에 수요에 생긴 작은 변화가 매우 큰 폭의 가격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수요와 공급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주택시장이 작은 여건의 변화에도 크게 요동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돈이 많이 풀렸다거나 이자율이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는데, 수요의 증가폭이 그리 크지 않은데도 주택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에서 때때로 거품이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거품은 경제에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문제를 오직 시장기능에 내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최소한 투기적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합니다.

어느 시점에서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사회적 문제가 된다면 공급의 부족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고 수요의 과다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주택 공급의 확대에서 찾을 수도 있고 수요의 억제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를 보면 공급의 확대만이 유일한 해법이며 수요의 억제는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식으로 여론이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세 번째의 신화가 만들어지는데, 그것은 수요 억제로는 주택가격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믿음입니다.

보수적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이 이 신화를 창조하고 확산시킨 장본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공급의 확대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공급확대론에는 많은 수의 관련 학자들까지 가세하고 있어 실로 어마어마한 세력을 이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워낙 큰 영향력을 갖고 있어 일반 사람들은 감히 의문을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맞는 말인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 바람에 나처럼 투기적 수요의 억제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믿는 수요억제론자들은 숨도 못 쉬고 납죽 엎드려 있어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과연 공급확대론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수요억제론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지난날 주택가격 폭등을 가져온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생히 기억하는 두 번의 주택가격 폭등사태, 즉 노무현 정부 시절과 문재인 정부 시절의 주택가격 폭등 사태를 가져온 주원인은 분명 수요 측면에 있었으며 공급 측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당시 주택 공급의 측면에서 가격 폭등을 가져올 특기할 만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신규 주택의 건설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가 새로 도입되었다든가 혹은 주택 건설비용이 갑자기 뛰어올라 매우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신규 주택을 구입할 수 없게 되는 등의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시의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은 순전히 불붙은 투기적 수요에 있었음이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로 바뀌고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택가격은 갑작스레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주역들이 입만 열면 부르짖던 주택 공급의 확대가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에 그랬을까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정권 교체기의 짧은 시간 동안에는 주택 공급의 확대 그 자체가 이루어질 리 없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 두 번의 경험은 공급확대론이 현실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생생히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세 번째 신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또 하나의 신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세금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잡을 수 없고, 따라서 주택가격 안정을 이룰 수도 없다는 ‘세금무용론’(稅金無用論)입니다. 사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지만, 세금을 무겁게 매겨 투기적 수요를 잠재우려 했지만 당장에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무거운 세금에도 불구하고 한번 불붙은 투기적 수요는 꺼질 줄 모르고 타올라 주택가격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만들었으니까요. 이 사실만 놓고 보면 세금무용론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때를 되돌아보면 세금의 중과가 투기 억제장치로서 효과를 갖는지의 여부를 제대로 실험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어떤 정책의 효과는 정부가 일관성 있게 그것을 추진하려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는 의지를 갖는다고 인식하는 경우에만 국민은 그 정책이 이끌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결과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국민이 정부의 의지에 대해 의심을 갖는다면 그 정책은 결코 성공적인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잘 기억하시듯,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도입과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는 모두 정권교체기를 앞둔 시점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그 당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정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수야당이 종부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습니까? 그들은 종부세를 아예 없애 버리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습니까? 정권이 바뀌면 현저히 약화되거나 아예 사라져버릴 종부세가 투기 수요 억제에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은 어떤 정책이든 간에 그것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었을 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응을 보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책시차(policy lag)라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따라서 어떤 정책의 성과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정책이 도입되는 즉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해서 그 정책이 쓸모없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다음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방금 전까지 천장을 모르고 뛰어오르던 주택가격이 갑자기 안정세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동안의 폭등세로 인해 주택가격이 너무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는 경계심리가 작용한 데다가 이자율이 크게 뛰어올라 주택 투자의 기회비용이 커진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짐작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이전 정부의 세금 중과가 시차를 두고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입니다.

어찌 되었든 주택가격 안정과 관련된 세금무용론은 엄밀한 이론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막연한 가설일 뿐입니다. 세금 중과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하에서는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것이 내 굳은 믿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막판에 종부세의 최고 세율을 6%나 되는 수준으로 크게 올렸습니다. 과세 대상 주택 가치가 100억원인 다주택 보유자는 매년 6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말인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부담을 감내하면서 계속 버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종부세의 중과가 다주택 보유자에게 큰 압박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또 하나의 신화는 보수적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이룬 반면, 진보적 정부는 주택가격 폭등을 일으켰다는 인식입니다. 결과만 놓고 맹목적으로 해석해 보면 틀린 말은 결코 아니지요.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주택가격의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책의 본문에서 샅샅이 해부해 보여주겠지만, 오히려 주택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 그들의 정책 기조였습니다. 그들의 부동산정책 덕분에 주택가격 안정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그들의 부동산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안정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주택 경기의 하강 국면에서 정권을 잡았던 행운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점에서는 윤석열 정부도 똑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주택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두 정부 모두 집권 초기에는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올 일들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단 주택가격 폭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는 사실만은 인정해 줘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주택가격 안정에 실패했다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택 투기의 억제에 주안점을 둔 그들의 정책이 틀렸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모두 주택 경기의 상승 국면에서 집권했다는 사실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지펴놓은 주택 투기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정권을 잡았고,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부추긴 갭투자의 열풍이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정권을 잡았습니다. 더군다나 그때는 전 세계적인 주택가격 폭등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전 세계가 긴밀한 경제관계로 엮여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택시장이 이와 같은 세계적 추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어떤 일에 대한 평가는 단지 결과만을 보고 내려서는 안 됩니다. 배경이나 진행 과정 등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비로소 올바른 평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보수적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에 성공한 반면 진보적 정부는 실패했다는 신화는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각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보지 않고 단지 나타난 결과만을 보고 한쪽은 성공을 거두었는데 다른 쪽은 실패를 했다는 식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 중 어떤 부분이 주택가격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는지 그 증거를 제시할 수 없는 한 그들의 부동산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는 내릴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이 더 좋은 부동산정책을 폈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근거가 박약한 주장입니다.

주택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신화 중 마지막으로 한 가지 추가해야 할 것은 다주택 보유자야말로 전월세 가격 안정의 일등공신이라는 인식입니다. 모든 사람이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인구의 거의 절반가량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처지인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런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나날이 치솟는 전월세 가격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의 주택정책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전월세 시장의 안정화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우리 사회의 주택정책에서 가장 큰 암 덩어리라고 보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이하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것은 바로 앞에서 말한 신화에 그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려면 풍부한 임대주택 공급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 보유자에게 각종 세제상 혜택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 도입된 제도니까요. 이 정책의 시각에서 보면 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다주택 보유자가 전월세 가격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 됩니다. 이런 유익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주택 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 부담을 안기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이 되겠고요.
이것이 바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중과를 반대하는 핵심 논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 보유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세제상 혜택을 모두 거두어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임대주택의 공급량이 크게 줄어 전월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될까요?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임대주택 공급량이 단 한 채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그 때문에 전월세 가격이 치솟는 결과도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뒤에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임대주택 공급량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주택의 총 숫자에서 주택 보유자의 숫자를 뺀 것과 같은 수준에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예컨대 주택 5채를 보유하고 그중 4채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어떤 임대사업자가 있다고 합시다. 그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숫자는 세제상의 특혜와 관계없이 언제나 4채로 고정되어 있는 것 아닌가요?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세제상 특혜를 폐지한다고 해서 갑자기 임대해 주던 주택을 놀려두기로 작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주택 보유자를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금을 무겁게 물린다고 해서 그 사람을 죄인으로 취급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죄인이면 교도소에 가둬놓거나 벌금을 물리지 무거운 세금 부담을 안기지 않습니다. 세금을 내는 일은 선량한 시민의 명예로운 의무이며,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그만큼 큰 경제력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주택 보유자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가져다주는 일등공신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모두 죄인으로 취급하라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주택 보유자가 어떤 동기에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몰라도, 그들이 주택가격 상승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자기가 살 집만 사려 한다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일도 없고, 따라서 주택가격이 폭등해야 할 이유도 없게 됩니다. 투자 수단으로서 주택을 사재기하는 것은 그 한도가 없어 일단 투기적 수요에 불이 붙으면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주택 보유의 기회비용을 올려 투자 수단으로서 주택이 갖는 매력을 줄이는 것이 주택가격 안정의 지름길이 되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정책이 정처 없는 표류를 거듭해 온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우리 사회의 주택시장과 관련한 여섯 가지의 신화를 아래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신화 1 : 주택에 투자해 놓으면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신화 2 : 주택문제는 시장기구에 내맡겨 풀게 해야 한다.
신화 3 : 수요 억제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
신화 4 : 세금 중과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
신화 5 : 보수적 정부가 더 좋은 부동산정책을 폈다.
신화 6 : 다주택 보유자는 전월세 가격의 안정을 가져다준 일등공신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이 여섯 가지 신화 중 첫 번째 것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개는 모두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허구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섯 개 모두가 사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믿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신화들이 우리 사회의 여론을 지배해 왔고, 그 결과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제대로 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역주행을 거듭해 왔습니다. 여러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쓴 글들을 모아 펴낸 이 책은 그 신화들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는 숱한 거짓들을 몰아내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삶에서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의 해결만큼 중요한 다른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의식주 문제의 해결에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은 그 문제의 해결에 최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비극은 사람들에게 안락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주택이 투자의 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주택도 자산의 일종이고 따라서 투자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 신화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주택이 투자 수단으로서 너무나도 큰 의미를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택의 공급량이 고무줄처럼 쉽게 늘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가 커지면 주택가격은 크게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숱한 주택가격 폭등 사태가 바로 이와 같은 사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수단으로서 주택이 갖는 매력을 크게 줄이지 않는 한 주택가격의 안정은 이룰 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것만큼 중요한 숙제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허구에 지나지 않는 갖가지 신화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려 이렇게 자명한 해법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다주택 보유자 최상위 100명이 주택 2만 1천 채를 소유하고 있답니다. 주택 투기 바람이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직전인 2016년만 해도 최상위 100명이 1만 7천 채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20% 이상 늘어 소수에 의한 다주택 소유 현상이 한층 더 심화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언론보도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다주택 보유 ‘큰손’ 1천 명이 무려 4만 4천 채의 주택을 싹쓸이해 갔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은 수의 주택을 싹쓸이해 간 사람은 그 기간 동안 791채나 되는 주택을 사들였다고 하네요. 이렇게 투기적 수요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눈부신 경제성장 덕분에 우리 국민의 평균적 소득은 매우 빠른 속도로 커져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주택가격은 소득의 증가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해 왔습니다. 그 결과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이란 꿈은 오히려 한층 더 이루어지기 힘든 목표가 되어 버렸습니다.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으로 인해 웬만한 서민은 이제 내 집 마련의 꿈을 완전히 포기해야만 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주택가격이 조금도 오르지 않도록 만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했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천문학적 수준까지 폭등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몇 번 맞았는데도 근시안적 정책 대응 탓으로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싹쓸이해 가지 않고 전 국민에게 고루 나누어졌다면 모든 가정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도 아직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전월셋집을 전전해야 하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꿈은 영원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에 빠진다면 삶의 의욕 그 자체를 잃게 될 것이 뻔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딱한 처지에 빠져 있는 현실을 극복해 보려는 의지가 이 책을 펴내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그동안 제 홈페이지에 써서 올린 7편의 시론을 모아 놓았습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06년 4월에 쓴 것으로, 이미 17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다른 시론들도 꽤나 그 역사가 오래된 것들이 많아 지금의 시점에서 읽으면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각 시론을 썼을 때의 관점에서 읽어 주십사 하는 의도에서 제목 바로 아래에 그 글을 쓴 날짜를 써놓았습니다. 조금 성가시더라도 글을 썼던 시점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글들을 읽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2부에서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써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시론과 달리 길이가 짧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대화 형식으로 썼기 때문에 제1부보다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런데 이 글들도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것들이 많으니 글을 썼던 시점의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두서없이 쓴 글들이지만, 우리 사회 최대의 현안과제 중 하나인 주택문제에 대한 고민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 내보여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저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독자들 중 어떤 분은 이 일방적 주장에 불편한 마음이 되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논의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충고해 주시고 싶은 분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 없이 논점을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단호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아무런 사심 없이 학자적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내려 했다는 점만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프롤로그」중에서

이제 우리 사회의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가난한 서민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완전히 포기해 버려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평생 아끼며 모아봤자 내 집은커녕 웬만한 크기의 전셋집 보증금을 내기조차 벅찬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월셋집을 전전하며 불안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이들을 이런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었는지 소리쳐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현안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도 주택가격 폭등과 긴밀한 관련을 갖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지난날 주택문제에 대해 써온 글을 다시 읽으면서 짙은 아쉬움이 밀려옴을 느꼈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까지 치닫게 만든 정치인들에 대한 원망과 더불어, 왜 미리 대비해 이런 비극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회한에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을 거의 불가피한 귀결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땅은 좁은데 인구는 많으니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고 배길 수 있느냐는 논리에서 말이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힘을 모아 노력했더라면 주택가격이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뒤돌아보면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절호의 기회가 최소한 두 번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오늘의 비극적 상황을 맞고 말았습니다. 그 첫 번째 기회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때, 즉 2008년 전후의 시점에서 찾아왔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줄곧 괴롭혀 오던 주택가격 폭등 사태가 갑자기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주택가격은 좀체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가 주택가격의 지속적 안정세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만약 이명박 정부와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 짜놓은 부동산정책의 기본골격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주택가격이 오늘날 보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뛰어올랐을 리 없을 것이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부양에 눈이 어두워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주택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 기조로 바꿈으로써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걷어차 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뿌린 주택 투기의 씨앗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면서 알찬 결실을 맺어 오늘의 비극을 맞게 된 것이지요. 그들이 조급함을 버리고 조금 더 장기적 안목에서 부동산정책을 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주택가격의 지속적 안정세를 굳힐 두 번째의 좋은 기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을 전후한 시기였다고 봅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뿌린 주택 투기의 씨앗이 가진 위험성을 간파하고 이를 무력화하는 작업에 즉각 착수했다면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출범하자마자 더 이상 주택 투기를 방임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면 임기 내내 그들을 괴롭혔던 주택가격 폭등의 악몽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중간한 태도로 일관했고 그 사이에 주택 투기의 불길은 진화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크게 번지고 말았습니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국회의 압도적 다수석까지 차지해 거칠 것이 없었던 문재인 정부가 왜 출범 초의 아까운 시간을 그대로 낭비하고 말았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뒤늦게 이미 큰불로 커져버린 투기적 수요를 잡는다고 허둥대니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올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여러분이 잘 아시듯 때마침 전 세계적인 주택가격의 폭등 현상까지 겹쳐져 진화가 더욱 어렵게 되지 않았습니까? 출범하자마자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탓에 급기야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사람들의 조롱감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 중 으뜸으로 꼽는 데 아무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프롤로그」에서 말한 여러 가지 주택시장 관련 신화가 확대재생산되었습니다. 예컨대 수요의 억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한층 더 힘을 얻었습니다. 또한 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세금 중과로는 주택가격의 상승 행진을 멈출 수 없다는 주장도 진실인 양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보수적 정부가 더욱 잘했다는 평가를 수긍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나는 그와 같은 신화들이 사실과 동떨어진 허구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주위에서 나와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설사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감히 그것을 입 밖에 낼 용기를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의 수도 상당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신화들은 우리 사회의 언론을 장악한 보수세력이 만들어내 온 사회의 각계각층에 널리 유포시킨 믿음의 체계입니다. 그들의 영향력이 너무나 큰지라 그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감히 입을 열어 반대되는 말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런 기울어진 여론의 지형이 그동안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을 가져온 핵심적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이와 같은 여론의 골리앗에 맞서 싸울 다윗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택가격의 지속적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기초가 확립되려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여론에 계속 끌려다니다가는 주택시장에서 튀어 오른 불씨가 전체 경제를 몽땅 태워버리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투기적 수요가 고개를 들 때마다 급등한 주택가격으로 인해 거품이 계속 커지다가 급기야 거품 붕괴 사태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주택가격 급등을 가져올 위험한 도박을 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가격의 지속적 안정세를 굳힐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던 주택가격이 갑자기 하향세로 전환함에 따라 지속적 안정세를 굳힐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주택가격은 이제 오를 대로 올라 더 이상 오를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 사회의 주택 피라미드는 지금 정점에 이르러 이제는 내려올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이니까요. 억세게도 운 좋은 윤석열 정부는 아무 일 하지 않고서도 주택가격의 안정을 이룩한 정부라는 칭송을 받을 수 있는 행운을 안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정부가 현 부동산정책의 기본골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주택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서서히 떨어질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그러나 보수적 정부가 갖고 있는 속성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면 곧바로 보수적 정부의 지지기반으로부터 거센 불평이 쏟아져 나올 게 분명합니다. 집을 몇 채씩 가진 부유층의 입장에서 볼 때 주택가격의 하락이 반가울 리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들은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장치의 철폐를 요구할 것입니다.

보수적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지지기반에서 터져 나오는 이런 불평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자신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건설경기의 침체를 결코 반길 리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지면 이명박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정책 기조를 투기 억제에서 투기 조장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 때 투기 조장책을 열심히 밀어붙였던 사람들이 현 정부에서 다시 주역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와 같은 정책 기조의 변화는 더욱 그럴듯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부동산정책 관련 공약 중 유일하게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리라고 예상되는 부분은 전국에 250만 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약속 하나뿐입니다. 나머지는 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큰 것들뿐입니다. 현 정부의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 이래 보여 온 행동을 보면 주택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큰 것들이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려는 시도입니다. 이와 같은 시도야말로 주택가격 안정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달려가겠다는 신호가 아닌가요?

지금 우리 사회의 주택시장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하기만 한다면 주택가격이 지속적 안정세를 굳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뛰어오르는 집값 때문에 한숨을 짓는 무주택 서민들의 시름도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겠지요. 그러나 또다시 경기부양의 유혹에 빠져 투기 억제장치들을 줄줄이 풀어가는 우를 범한다면 이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 것입니다. 투기 억제장치가 모두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불타오른 투기 열풍이 주택가격의 추가적 상승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다시 시작될 것이 너무나도 뻔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진심은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주택가격의 하락추세가 어느 정도 지속되어야 비로소 그들이 추구하는 부동산정책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현 정부가 진실로 성공적인 부동산정책을 폈던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이 책에 기록한 역대 정부 부동산정책의 역사에서 무언가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가 주는 값진 교훈은 성공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주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에필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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