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마이닝 기반 분석은 비정형 데이터인 텍스트 중심의 대용량 자료를 수집하여 네트워크에 기반한 구조화된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빈도 분석을 통해 주요 개념들의 반복 출현 횟수를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단일한 분석에서 발전하여 단어 간의 관계를 도출하고 구조화하여 단어의 의미와 연결 특성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텍스트 마이닝은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분석 기술과 방법 역시 다양해졌다. 다양한 텍스트 마이닝 방법 중에서 관객이 남긴 대량의 평점 리뷰에서 유의미한 연결과 패턴을 찾아내는데 적합한 분석 지표를 살펴볼 것이다.
--- p.14~15

유신은 박정희 정권이 1972년 10월 남북 정세와 국제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경우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게 제도를 수정한 것을 말한다. 유신 체제 출현의 근본 원인은 박정희 대통령의 종신집권 야욕에서 비롯되었으며, 이에 반대하는 국민 사회를 야만의 폭압 정치로 짓누르는 역사적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에서 80년대 이후 유신을 시·공간으로 하는 영화는 총 68편이었다.17 유신 소재 영화는 크게 박정희 정권의 권력과 국민의 관계가 영화의 전면에 중심으로 등장하는 영화와 유신이 원경화(遠景化)되어 시·공간으로 작용하는 영화로 구분할 수 있다.
--- p.35

중국 정부는 1981년 「약간의 역사문제에 대한 결의(中國共?黨中央委員會關於建國以來的若幹曆史問題的決議)」에서 문혁은 마오쩌둥이 일시적인 착오로 반혁명 집단 4인방(4人幇)에 이용당해 당과 국가, 인민에게 심각한 재난을 초래한 내란이라고 언급한 이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 ‘10년의 재난’에 대한 원인과 책임에 대한 평가는 공론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대혁명에 대한 이미지와 기억은 소설, 영화를 비롯한 문화 매체의 서사를 통해서 이어져 왔다. 마오쩌둥의 사망과 함께 문혁이 종결된 이후 문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모두 98편이다.
--- p.81~83

유신 시대를 재현한 영화 [실미도], [효자동 이발사], [남산의 부장들]에 대하여 관객은 개인의 경험과 인식을 매개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하여 긍정의 평가적 반응을 보이는 반면, 소재인 박정희와 국가 권력 재현에 대해서는 부정의 평가 반응을 다수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관객이 유신 독재 정권과 최고 권력자에 대한 정치의식이 영화에 대한 평가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한국 관객은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하여 영화적 구성과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다르게 자신의 정치 신념과 역사 인식 프레임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 p.206

문혁을 소재로 한 영화 [단풍(楓)], 푸른 연(藍風箏)], [인생(活着)] 평점 리뷰에서 중국 관객은 문혁의 재현에 대하여 감정 반응을 주로 보였다. 한국 관객이 유신 시대를 재현한 영화에 대하여 정치 신념과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평가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실패한 문혁의 영화적 재현에 대하여 공적 기억을 보완하는 새로운 문화적 기억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필요성 역시 충격과 슬픔의 감정 반응으로 표현하였다. 정리하면 중국 관객은 민감한 소재의 재현에 대해서 영화 인물과 서사에 대한 정서적 공감의 감정 반응으로 역사 인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b>한·중 정치 영웅이 남긴 어두운 시대사, <br/>박정희의 유신,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b><br/><br/> 한국과 중국에서 박정희와 마오쩌둥은 역사적으로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역사적 오점인 유신과 문화혁명을 시행하였다. 한국에서 박정희의 유신 정권은 독재 권력의 폭력성을 드러낸 어두운 과거사로 남아있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동원한 대중 정치 운동인 문화대혁명 역시 ‘10년의 동란’으로 중국 현대사의 어두운 과거의 일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유신’과 ‘문혁’은 지금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이 책은 지우고 싶은 기억인 과거사에 대한 영화적 재현과 관객의 ‘현재적 기억’ 양상을 탐색하고 있다. <br/><br/><b>빅데이터 방법으로 찾아내다, <br/> 영화 재현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과 태도! </b><br/><br/>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영화 비평학자인 로버트 로젠스톤(Robert Rosenstone)은 영화는 역사를 ‘정서적인 것, 개인적인 것, 극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하였다. 박정희 유신 정권과 중국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으로 상징할 수 있는 국가 권력의 폭력성과 역사 비극은 현재 은폐된 과거사가 되었고, 영화의 소재로 소환되어 지금 우리 앞에 재현되었다. 지금 관객은 공적 기억보다는 영화적 재현을 통해 그 시대 역사를 문화적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디지털 공간에는 그 기억과 경험이 영화 리뷰로 축적되어있다. 이 책에서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유신과 문화대혁명의 영화적 재현에 대한 상이한 반응과 태도를 도출해 낸 것은 왕민(網民)과 네티즌으로 소환되는 양국 국민의 역사 기억 특징을 이해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관객성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