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동물병원 종사자들만이 겪을 수 있는 현장밀착형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직업인으로서의 애환과 철학이 고루 버무려져 있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혹은 반려인이 될 계획이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다. 동물병원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거나 관련 업종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대환영이다. 특별한 경계 구분 없이 대중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동물병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미약하나마 일조할 수 있길 소망한다.
---「프롤로그」중에서
‘고양이 집사들의 의사’로 통하는 수의사 P를 처음 만났을 때, 몇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동네 언니 같은 친근하고 유순한 인상이면서(실제로는 남자 수의사다.) 관상이 어딘가 고양이상이라는 점(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인수에도 통하는 말이었나.), 특히 군살 없는 마른 체형과 짧게 자른 단정한 헤어스타일은 스핑크스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그다음으로 시야에 들어온 또 하나, 그가 입은 의사 가운에 붙어있던 고양이 배지였다.
---「2 고양이 환자를 부탁해」중에서
“이 흉터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생긴 거예요. 수술한 뒤에 마취에서 잘 깨어났는지 확인하려다가 고양이가 확 할퀴어서 팔뚝이 찢어진 건데, 보통 마취에서 깨어나면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오르기도 하고, 물기도 하고, 행동이 과격해지거든요. 여기는 주사 맞던 고양이가 뒷발로 차서 찢어진 거예요. 그때는 근처의 응급실로 바로 가서 생체본드로 바로 붙였어요. 아, 또, 고양이한테 손톱을 물려서 손톱이 빠진 적도 있어요.”
---「3 동물병원 히어로즈」중에서
인터뷰를 위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누가 봐도 대학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듯한 앳된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뭐랄까. 전신에 사회 초년생의 고단함이 잔뜩 묻어 있달까. 스킨, 로션만 겨우 바르고 나온 듯한 얼굴에 20대 특유의 상큼발랄은 오간 데 없고, 앞머리에 가득한 새치가 그의 고달픈 일과를 보여주는 듯했다.
---「3 동물병원 히어로즈」중에서
사실 2차 동물병원은 사람으로 치면 종합병원과 다름없다. 응급실이 있어 24시간 진료가 가능하며,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주로 내원한다고 한다. 취재차 방문한 서울의 한 2차 동물병원은 입원실, 진료실, 수술실, 중환자실, 재활실 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웬만한 사람병원보다 나은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호텔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어금니 부러진 포메라니안이비행기까지 타고 날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4 ‘반려’동물, 병원에 왔습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