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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무덤
중고도서

제주의 무덤

조용훈 저 / 김종범 사진 | 몽트 | 2023년 03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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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430g | 175*225*10mm
ISBN13 9788969890825
ISBN10 896989082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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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  출간 20230315, 판형 175x225, 쪽수 156
  •  특이사항 : -사진/그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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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무덤(산담)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다. 밭과 산, 오름 등에 위치한 곳이 많은데 그것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공존하는 제주 특유의 삶에 대한 철학이 깔려 있다. 이러한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무덤을 중심으로 둘러싼 ‘돌담’ 그리고 농사를 짓기에는 척박하여 생활 자체가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그들의 삶과 죽음을 초월한 철학적인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산담’은 죽어서도 망자의 혼령이 집으로 찾아오기를 바라는 ‘시문(출입문)’이 만들어져 있고 출입문 위치는 남자는 오른쪽 그리고 여자는 왼쪽으로 있다. ‘시문’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시문’의 위치에 돌계단을 만들어 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렇듯 산 자의 풍요로운 삶은 망자의 혼령이 지켜줌으로써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올 수 있었다고 믿었고, 앞으로도 혼령이 떠나지 않게 하려는 산 자의 간절함이 남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제주 특유의 돌담과 산담들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김종범 작가 노트」중에서

겨울 숲.
푸른 빛이 이곳에 도착했다.
경이롭고 환상적이다,
조용하고 경건하고 찬란하다.
오름의 정상은 차고 단호하다.
고요가 숲을 점령하자 그(녀)는 고립무원이다.
눈(雪)의 푸른 슬픔이 나무를 적시고 가지를 미세하게 흔들었다.
잔설은 서늘한 가슴 속까지 이미 파고들었다.
그(녀)는 무심하게도 이곳을 떠났다.
사라졌다.
흔적만이 이렇게 절해고도에 홀로 남겨졌다.
그(녀)가 남겨 둔 눈동자가 하늘을 응시하며
자신이 이곳에 잠들었을 때를 기억한다.
숲은 홀로 남은 그(녀)의 체취를 뜨겁게 에워싸고 눈(雪)마저 가릴 것이다.
마침내 외로움도 눈(雪)에 덮일 것이다.
홀로 남겨진 외로움,
이토록 치명적이다.

너에게로 향하기 위해 나의 몸이 날렵해진다. 출항을 기다리는 배처럼 신호를 기다리지만 끝내 억겁의 세월에 갇혔다. 망망대해 푸른 물결은 파도치며 떠나는 나를 가두고 방향까지 봉쇄했다. 세계와 단절시켰다. 둘 곳 없어 어지러운 마음이 평안을 얻지 못해서 광분한 억새처럼 심란하다. 억새는, 떠나는 혹은 떠나지 못하는 나의 성정을 향해 슬픔을 마구마구 풀어낸다. 이미 오래전 너의 그리움은 내 몸을 점령해서 모세혈관의 끝까지 파고들었다. 친절한 이방인으로 다가와 끝없이 밀어를 속삭이며 새로운 인연으로 나를 품었다. 나는 광포한 슬픔을 바라보며 물결치며 폭발하는 너의 마음을 받았다. 잠시 홀로 외롭고 쓸쓸했다. 이제 시간은 어김없이 추위를 부르고 겨울은 시간마저 얼리리라. 나를 에워싸고 냉동시키리라. 부디 둘 곳조차 없는 그 마음 이제 알겠으니 그만 멈추기를.

바야흐로 너는 오름의 정상에서 영혼의 자유를 만끽한다. 정상 쪽에 머리를 두고 절대 고독을 선포한다. 탕탕한 정신이 풍경을 압도한다. 갈대의 무리는 춤을 추며 네 주변을 별처럼 반짝, 빛을 뿌린다. 길은 세필처럼 가늘고 길게 오름과 오름을 이어서 여기저기 순례자의 영혼과 만나게 한다. 천공의 빛을 정상에서 그대로 뒤집어쓰고 가장 낮은 사람을 향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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