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텃밭이나 베란다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베란다에 미니 텃밭을 만들어 토마토와 상추를 기르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그런데 식물을 키우다 보면 거름을 주고 해충이 생기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많아집니다. 한마디로 게으른 사람은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추라면 게으른 사람도 충분히 기를 수 있습니다. 부추는 한 번 씨를 뿌리면 그 다음 해부터는 뿌리에서 싹이 계속 돋아나 알아서 자랍니다. 따로 돌보지 않아도 싹을 틔운 자리에서 10년 이상 자라고,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수확할 수 있습니다.
자생력이 강한 부추는 비타민A, 비타민B, 비타민C, 칼륨, 철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합니다.
부추에서 맵고 싸한 냄새가 나는 것은 유화알린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유화알린은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몸속 연소 활동을 촉진해 체온을 올립니다. 체온이 1도씨 올라가면 기초대사량이 15퍼센트나 증가해 살이 빠지기 쉬워집니다.
유화알린은 몸속에서 비타민B1과 결합해 알리티아민이라는 성분으로 바뀝니다. 알리티아민은 피로 회복과 정력 증강에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타니타 남성직원들은 요리에 들어간 부추를 남기는 법이 없습니다. _65쪽
음식에 들어 있는 염분을 낮추기 위해서는 요리할 때 소금보다 대두를 발효시켜 만든 간장이나 된장으로 간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금은 짠맛이 주를 이루지만, 간장과 된장은 짠맛과 콩의 구수한 맛, 단맛 등 다양한 맛이 납니다. 또 대두의 영양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유산균 등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더해집니다.
간장과 된장의 주재료인 대두는 다른 콩에 비해 알이 크고 단백질 함량이 풍부해 발효되면 글루타민산이 많이 생성됩니다. 글루타민산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으로, 조미료에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대두는 두뇌 발달에 좋은 불포화지방산과 레시틴도 풍부합니다. 특히 레시틴은 물과 기름을 섞는 성질이 있어 혈관에 쌓인 지방을 녹여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혈관계 질환을 예방합니다.
또 대두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뼈를 만드는 골아 세포를 증가시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억제해 오십견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킵니다. _95쪽
파를 보면 어릴 적 식탁 앞에서 엄마와 씨름했던 기억이 납니다. 맵고 알싸한 향이 나는 파가 싫었던 저는 엄마 몰래 국이나 반찬에 들어간 파를 쏙쏙 골라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현장을 포착해, 파를 골라내는 제 손등을 ‘탁’하고 내려쳤습니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가면 텃밭에 있는 파를 발로 툭툭 차면서 화풀이를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 식성이 바뀌었는지 파가 좋아졌습니다.
파는 찌개, 국, 나물, 고기와 생선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미역국에는 파를 넣지 않습니다. 미끌미끌한 미역과 미끈거리는 파를 함께 넣으면 식감이 좋지 않고, 파에 들어 있는 유황과 인이 미역에 풍부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파에서 나는 맵고 알싸한 향은 알리신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알리신은 식재료의 독을 희석하고, 잡내를 중화시킵니다.
파에는 비타민A, 단백질, 칼슘, 철분, 엽산 등 몸에 좋은 성분이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게다가 비타민C는 사과나 양파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
우리 부엌에는 병원 약보다 더 효과적인 감기약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파지요. 감기로 코가 답답할 때 파를 달인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 꽉 막힌 코가 뻥 뚫립니다. _53쪽
밥상 앞에 앉으면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지요. “체할라, 꼭꼭 씹어 먹어라!” 이 말은 소화 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음식을 꼭꼭 씹을수록 침 속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많이 분비됩니다. 또 잘게 쪼개진 음식물은 위장에서 소화액과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져 소화가 잘 됩니다.
꼭꼭 씹는 행위는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보통 음식을 먹고 나면 20분이 지나야 포만중추가 자극을 받습니다. 20분이 경과하기 전에는 뱃속이 음식물로 가득 차 있어도 배고프다고 느끼게 됩니다. 결국 과식을 한 후 뒤늦게 찾아온 포만감으로 괴로워하게 되지요. 천천히 꼭꼭 씹다보면 식사 시간이 길어져 과식을 방지합니다. 또 음식물을 씹을수록 교감신경을 자극해 체내에서 지방 분해가 활발해집니다.
꼬들꼬들한 무말랭이는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무말랭이는 무를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분은 증발하고, 영양소만 남게 됩니다. 그래서 생무보다 식이섬유가 열다섯 배, 칼슘이 열세 배, 칼륨이 열두 배 이상 함유되어 있습니다. 무말랭이를 햇빛에 말릴 때는 생무에 소량 들어 있던 비타민D가 풍부해집니다. 비타민D는 몸속에서 칼슘의 흡수를 돕습니다. 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무말랭이를 만들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우리의 밥상을 풍요롭게 합니다. _215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