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거나 사람을 관찰할 때,
모든 면을 뜯어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특정한 측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을 보는 관점조차 더 밝아지겠죠.
세상이 좀 더 살맛나지 않을까요?
이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세상의 가장 좋았던 부분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당신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때는 제가 물어볼게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
--- p.6
보통 사람들은 이 질문에 값비싼 물건보다는
의외로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외장하드가 고장나면
자료 복원에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물건 자체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어찌 보면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휴대폰, 노트북인데…
우리가 그렇게까지 마음을 졸인 이유도,
되찾았을 때 소리를 지르며 기뻐한 이유도,
그 안에 담긴 소중한 기억들 때문일 거다.
--- p.20
여행하면서 분명 굉장히 힘들었던 곳도 있었는데,
심지어 분위기가 칙칙해서
3일 만에 재빨리 떠난 국가에서조차
사진만큼은 내가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떤 여행이든 결국은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분명 기억의 왜곡이 작용한 건 맞지만,
안 좋은 기억은 잊히고 좋은 기억만 남는다는 사실은
참 감사한 일이다.
--- p.40
사람은, 사람을 나누기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편을 나누면 반드시 유리한 쪽이 생긴다.
그리고 누구든 유리한 편에 서길 원한다.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가진 만큼,
힘이 닿는 대로 누군가와 선을 긋고,
또 누군가와는 편을 만들어 특권을 누리기 원한다.
어떤 부분에서 나 역시 크게 다른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다.
내 잣대로 상대를 쉽게 판단하고
구분짓던 모습들이 떠올라 많이 반성했다.
옳고 그름은 분별하되,
나와 삶의 모습이 다른 누군가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넉넉함이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
--- p.69
감정은 시대를 초월한다.
그것이 사랑, 기쁨, 감사, 욕심, 질투, 분노, 무엇이든 간에
늘 존재해왔고 어디에나 존재한다.
심지어 아주 오래전의 역사적 사실이
이러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문화에 따라, 시대에 따라,
인간의 ‘다름’과 ‘한결같음’의 공존을 느낀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 p.90
‘와 여기 네팔 맞나?’
어떻게 네팔에서 이런 맛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니 어쩌면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맛스러운 한국음식이 나왔다.
외국에서는 찾기 힘든 진짜 한국적인 김치와,
늘 먹던 흩날리는 밥이 아닌,
푸짐하게 꾹꾹 눌러 담은 정성스런 진밥.
게다가 주변 한식당의 절반수준인 착한 가격까지.
‘집밥을 담은 한 끼가 이렇게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구나.’
가까이 있을 때 귀한 줄 모르는 지금 내 앞의 집밥,
내 앞의 가족들을 다시 보게 된다.
--- p.115
돌아서 생각해 보면,
이들이 한국을 이만큼 사랑하고,
한국 사람인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놀라운 친절을 베푼 것은,
그들 자체가 워낙 따뜻한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함께 지내며 나눈 이야기들로 미루어볼 때
한국에 있는 동안 주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 지나간 선배들이 뿌려둔 사랑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먹는 것 같아 늘 감사하다.
그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 p.140
하루하루 새로운 ‘우리 집’을 만나는 것.
장기 여행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매일 익숙한 내 집이 주는 안정감도 좋지만,
여행 중 만나는 우리 집은 뜻밖의 선물이다.
이 선물을 기쁨으로 함께 맞이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감사하고,
오늘도 발 뻗고 누울 ‘오늘의 우리 집’이 있음에 감사하다.
--- p.162
온탕에 들어가면 처음엔 피로가 풀어지다가도
너무 오래 있으면 지치듯,
어느 상황에서든 벗어나야 할 적절한 때가 있다.
여행의 자리도,
만남의 자리도,
일상의 자리도,
영원히 머물고 싶은 자리에서 빠져나올 때
그 자리가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또 그래야 나아갈 새로운 방향이 생긴다.
--- p.192
살다 보면 바람의 저항을 이겨내고 달려가듯
반드시 내가 노력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나 어떤 때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믿고 맡겨야 할 때도 있다.
삶을 혼자 걸어가는 것 같지만 늘 함께 가는 이들이 있다.
순간순간 나를 날게 하는 손길이 있다.
그렇게 쌓여가는 믿음은 나의 ‘자존감’이 되고,
나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시인하는 ‘겸손함’이 된다.
노력과 믿음.
이 둘의 조화가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든다.
--- p.212
어떤 날은 가만 앉아서 여행책자만 보고 있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아내와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하루 종일 해먹에 누워 쉬는 날도 있다.
블로그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여행의 기억을 돕는, 여행을 위한 블로그가 아닌,
블로그를 위한 여행이 될지도 모르기에.
우린 다시, 우리만의 시간을 따라간다.
--- p.253
“어떤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커피일까요?”
최고급 커피를 생산하고 세계로 수출하는 이곳에서,
가장 좋은 커피를 선택하는 꿀팁을 알려주려 한다.
‘이런 고급 정보를 놓칠 순 없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귀를 쫑긋 세우며 메모를 준비한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순간 모두의 이목이 가이드에게로 쏠렸다.
“자기 입에 맛있는 커피면 그게 제일 좋은 커피입니다.”
--- p.282
한국에 충분히 적응된 지금,
똑같이 잔디밭에 누워 있어도,
똑같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외국에 있는 그들은 평화로워 보이고
우린 여유가 없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죠?
늘 여행자의 눈으로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제 눈을 감고,
숨을 한번 크으게 내쉬며,
여행자가 되어 삶을 들여다 보세요.
그러면 지금까지 보던 세상이 달라 보일 거예요.
---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