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겔러를 만난 지 몇 주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스터블바인 장군은 1981년부터 1984년까지 군에서 비밀리에 운영한 심령 스파이 부대를 지휘했다. 비밀 부대라 하면 뭔가 근사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렇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부대는 기본적으로 말하자면, 군인 6명이 메릴랜드 주 포트 미드(Fort Meade)의 폐기된 판자 건물 안에 들어가 삼엄한 경계 속에 심령 훈련을 하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부대였으며, 심령 연구는 군대 은어로 블랙 오퍼레이션(Black Ops)으로 불렸다. ‘존재하지’ 않는 부대이므로 커피 구입비조차 지원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대원들은 자기 돈으로 커피를 사 와야 했고 나중엔 화가 나기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1978년부터 1995년까지 계속 심령 훈련을 한 대원들도 있었다. 이따금 사망하거나 머리가 살짝 도는 대원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새로운 대원이 차출되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대원 중 누군가가 러시아의 군함이나 미래의 사건 같은 환영을 보게 되면 그것을 스케치하여 상부에 올렸다. 그러다 1995년에 이르러, CIA에서 이 부대를 폐지했다. --- p.23
염소연구소는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극비 시설이다. 포트 브래그 안에 거주하는 군인들조차 대부분이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 그들은 나무들이 우거진 구역의 비포장 길 아래에 위치한 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병원으로 지어진 그 낡아빠진 판자 건물들을 폐가처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 건물들 안에는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게 처리된 염소 100마리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그 염소들을 은밀히 이 건물들 안에 모아놓은 것은, 단지 제다이 전사들이 노려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염소연구소는 원래 특수부대 병사들의 야전수술 훈련을 위한 비밀 실험실로 세워졌다. 그 당시 염소들은 방음장치가 된 두꺼운 철문을 지나 벙커 안으로 끌려가 다리에 도축용 볼트건(bolt gun)을 맞았다. 그런 뒤 특수부대 훈련병들이 그 염소를 서둘러 수술실로 데려가서 마취시키고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염소연구소는 예전엔 개연구소(Dog Lab)로 불렸으나, 개에게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이 판명되면서 실험 대상이 염소들로 바뀌었다. 개와 달리 염소와 정서적 유대를 맺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p.28
이 사람은 지극히 인도적인 의도와 평화적인 사상을 품고 있었으나, 내가 나중에 발견하게 되었다시피 2003년 5월 이라크 주둔 미군에 의해 자행된 아주 기괴한 형태의 고문 이면에 영감을 준 존재이기도 했다. 여기서 기괴한 고문이란 아부그라이브(Abu Graib) 교도소에서 행해진 고문, 즉 발가벗은 이라크 수감자들에게 강제로 자위행위를 시키고 서로 오럴섹스 흉내를 내게 했던 그 고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리아 국경에 인접한 소도시 알카임(al-Qa’im)의 폐기된 철도역 뒤 컨테이너 안에서 일어난 고문을 말하는 것이다. 이 고문은 나름대로 아부그라이브에서의 잔학 행위들만큼이나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어린이들의 친구인 보라색 공룡 바니(Barney)와 연관된 것이었기 때문에, 아부그라이브의 고문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전 세계적인 혐오감을 유발하지는 않았다.
이 모든 것과 염소 노려보기, 그리고 그 밖의 많은 것들에 영감을 준 장본인은 바로 짐 채넌(Jim Channon)이라는 이름의 중령이었다. --- p.41
짐을 만났던 그날, 나는 이렇게 물었다. “누군가 그런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고 벽을 통과할 수도 있는 수도승 전사(Warrior Monk)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라고 정말로 믿으시는 겁니까?”
짐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대답했다.
“자식이 자동차 밑에 깔리자 한 손으로 그 차를 들어 올렸다는 여자들 얘기도 있잖소. 수도승 전사에게 그런 일을 기대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겠소?”
짐은 1979년에 부대 지휘관들에게도 했던 얘기라면서 덧붙여 말하길, ‘수도승 전사’는 새로운 군 표본이며, 그것이 미친 개념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런 쪽으로 따지자면 카우보이나 미식축구 선수 같은 기존 표본들보다 더 심할 것도 없다고 했다.
“수도승 전사는 수도승의 위풍, 수도승의 봉사와 헌신, 그리고 전사의 완벽한 기술과 정확성을 지닌 사람을 말하오.” --- p.57
그래서 3일째 날에 새로운 실험이 행해졌다. 가이는 특수부대 측에 염소 30마리를 모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30마리입니다. 그 염소들의 몸에 번호를 표시해주십시오. 그러면 한 번호를 골라 그 번호의 염소를 쓰러뜨리겠습니다.”
특수부대 측에서는 이번에는 염소연구소 주변에 무장 보초병들을 배치했다. 그전에는 그런 보안 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었는데, 추측컨대 그전엔 정말로 염소가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엄숙했다. 등에 번호가 달린 염소 30마리가 방 안에 들여졌고, 가이는 임의로 16번을 골랐다.
그러나 가이는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걸어가서 하나님 품에 안기는 모습을 그릴 때마다 한 특수부대원이 그에게 염소를 죽이라고 외쳤던 기억이 명상을 방해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성 미카엘 대천사를 그려보는 단계까지 갔지만, 칼을 내리꽂으려는 순간에 또다시 “염소를 죽이세요!”라는 외침이 가이와 그 염소 사이에 놓인 심령의 통로를 가로막았다.
“나는 정말 짜증이 났소. 어쨌든, 레니가 옆방으로 가보니 17번 염소가 쓰러져 죽어 있었소.”
“무고한 희생자였군요?”
“맞소.”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의 끝이라고 했다. --- p.85
그래서 애덤은 여기저기 다니며 물어보았다. 알아보니, 컨테이너 속의 포로들에게 쩌렁쩌렁 들려주는 노래들 중에는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 영화 〈트리플 엑스〉의 사운드트랙을 비롯해 “개새끼들, 다 태워버려”라는 가사가 들어간 노래도 있었고, 더욱 놀랍게도 보라색 공룡이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 〈바니와 친구들(Barney & Friends)〉에 나오는 노래 〈난 널 사랑해(I Love You)〉와 〈세서미 스트리트〉의 주제곡까지 있었다.
애덤은 이메일로 뉴욕에 기사를 보냈고, 《뉴스위크》 편집장은 여기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바니와 친구들〉의 제작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와 연결되기 전 통화대기 상태에 있을 때 대기 음악으로 나온 곡은 〈바니와 친구들〉의 주제가 〈난 널 사랑해〉였다.
《뉴스위크》의 편집장이 그렇게 해서 실은 기사의 마지막 줄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에게도 당혹스러운 얘기였다!”
내가 처음 바니 고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03년 5월 19일이었다. NBC 시사 프로그램 〈투데이〉에서 “그러면 마지막 소식으로……” 하며 우스개 기사로 다루어졌을 때였다.
앤 커리(뉴스 앵커): 이라크 주둔 미군이 이라크 전쟁포로들의 저항을 약화시키기 위해 잔인하고 비정상적이라고 부를 만한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 소식을 들으면 많은 부모들이 제 말에 동의할 겁니다! 일부 포로들이 보라색 공룡 바니가 부르는 〈난 널 사랑해〉를 24시간 내내 강제로 듣고 있다고 합니다. (……)
NBC는 〈바니와 친구들〉의 한 장면을 내보냈는데, 보라색 공룡 바니가 항상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연기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퍼덕이고 다니는 장면이었다. 스튜디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앤 커리는 ‘불쌍한 포로들’이라는 감정이 담긴 듯한 웃긴 목소리로 그 이야기를 보도했다.
앤 커리: 이상은《뉴스위크》의 보도 내용이었습니다. 《뉴스위크》와 인터뷰를 한 미군의 한 첩보요원은, 계속 바니 노래를 45분 정도 들으니 질려서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아지더라고 말했습니다.
스튜디오: (웃음소리)
앤 커리는 공동 진행자 케이티 쿠릭에게 몸을 돌렸다.
앤 커리: 케이티! 우리도 한번 불러볼까요!
케이티 쿠릭: (웃으면서) 사양하겠어요! 포로들도 한 1시간쯤 지나면 비밀을 털어놓을 것 같네요, 안 그래요? 그러면 이제는 앨을 불러 날씨 얘기 좀 들어보죠.
앨 로커(일기예보 아나운서): 바니로 통하지 않으면 텔레토비로 바꿔서 괴롭히면 되겠군요! --- p.151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스터블바인 장군이 말했다.
“그들이 짐 캐넌의 발상에 충실했다면 그런 실없는 일들을 벌일 필요는 없었을 거요.”
“짐 캐넌의 발상이라면, 그 시끄러운 음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그럼 포로들에게 음악을 크게 틀어준다는 발상이 초능력부대에서 유래된 게 확실하군요?”
“확실하오. 의심의 여지가 없소. 주파수도 마찬가지요.”
“주파수요?”
“그렇소, 주파수.”
“주파수의 역할은 뭡니까?”
“사람들의 균형을 깨뜨리는 거요. 주파수를 갖고 온갖 일을 할 수 있소. 주파수를 이용해 설사를 하게 만들 수도 있고 복통을 일으킬 수도 있소. 그들이 왜 사진 속에서처럼 그런 실없는 짓들을 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오. 그냥 주파수를 쏘기만 해도 되었는데 말이오!”
그는 잠시 말이 없다가 애처로운 어조로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이 점을 생각해보시오. 전쟁포로 보호조항을 둔 제네바협약에서는 그런 것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지 모르겠소.”
“쩌렁쩌렁한 음악과 주파수에 대해서 말입니까?”
“아무도 그쪽으로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소. 아마 그것은 제네바협정의 관점에서는 아직 검토되지 않은 분야일 거요.” --- p.189
조지 화이트가 CIA를 떠날 때 그의 사직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들어 있었다. “저는 일이 정말 정말 재미있어서 현장에서 전심전력을 다해 일했습니다. (?…) 혈기왕성한 미국 청년이 인가 하에 최고의 축복받은 환경에서 거짓말하고 죽이고 기만하고 훔치고 강간하고 약탈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조지 화이트의 사직서를 수리한 상관은 프랭크 올슨의 술에 LSD를 탔던 바로 그 CIA 요원으로, 시드니 고틀립(Sidney Gottlieb)이라는 이름의 불교도였다.
고틀립은 존 멀홀랜드라는 브로드웨이 마술사에게서 손기술을 배웠다. 이 마술사는 오늘날에는 거의 잊힌 존재이지만 당시만 해도 대스타인 데이비드 카퍼필드 같은 사람이었는데, 1953년에 건강이 안 좋다면서 불가사의하게 사람들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실은 시드니 고틀립에게 비밀리에 고용되어 요원들에게 술잔에 LSD를 넣는 요령을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고틀립에게 해외에 있는 미국의 적들의 칫솔이나 시거에 독소를 몰래 집어넣는 요령도 가르쳐주었다.
고틀립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콩고 최초의 총리 파트리체 루뭄바를 암살하고자 콩고에 가서 그의 칫솔에 독소를 넣었던 바로 그 인물이다.(이 암살 시도는 실패했다. 소문에 따르면, 그보다 앞서 비미국인인 다른 누군가가 루뭄바를 암살했다고 한다.) 한편 그는 모노그램이 새겨진 손수건에 브루셀라균을 넣어 이라크의 아브드 알 카림 카심 대령(1958년 쿠데타로 이라크 왕정을 전복시킨 인물:옮긴이)에게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이 역시 실패했다). 그뿐 아니다. 쿠바로 가서 피델 카스트로의 시거와 잠수복에 몰래 독극물을 주입한 사람도 그였다. 카스트로 역시 죽지 않았다.
한마디로 상투적인 코미디극을 보는 듯했지만, 에릭으로서는 이따금씩 그것을 보고 웃지 못할 사람들이 자기 가족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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