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은 서로의 모난 자리에 다치지 않도록 뾰족한 부분을 둥글게 만드는 데 걸린 세월이었다. 티격태격,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했던 감정은 두 사람이 멀어지는 시간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다가서기 위한 시간이었다. 때로는 깎이지 않는 못은 살짝 피해 가고 덮어주면서 받아들이기도 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가슴에 채우고 있었다. 둥글게 다듬어진 곳이 사랑으로 가득 차자 작은 천사가 자리를 잡았다. 시현이는 그렇게 우리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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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인성의 광산에는 모든 미덕의 보석이 박혀 있다.’라는 것이 버츄프로젝트의 철학이다. 사람의 내면에 아름다운 언어가 300여 가지 이상의 단어가 있다고 한다. 그중 52개의 미덕으로 간추려 놓았는데, 이것은 1년을 52주로 해서 매주 1개의 미덕을 빛내다 보면 1년이면 52개의 미덕을 모두 빛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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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라고 하니, 나도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걸 내게 말해 주고 있었다. 부족한 것은 내 안의 미덕들이 연마되지 않았을 뿐, 내 존재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아이를 양육할 때 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엄마도 잘못할 수 있고, 그럴 때는 용서해주면 좋겠어. 물론 너도 잘못할 수 있어, 괜찮아.’ 잘못을 통해 배우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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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안경을 쓰면, 하나의 행동에도 다양한 미덕을 찾을 수 있다. 친구들을 초대하여 먹을 것을 챙겨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배려와 친절을 떠올렸다. 동시에 아들은, 커다란 식칼을 보며 두려움에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며 ‘이건 옳지 않아. 위험한 행동이야’라고 멈추고 안전을 위한 절도의 미덕을 빛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절도 대신에 아들은 두려움 앞에 용기의 미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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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울타리를 만드는 방법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을 찾는다.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규칙에 따라 만든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찾을 때는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행동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것들을 표현할 때는 과거형이나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행동에 적합한 미덕을 표지판처럼 앞에 세워서 잊지 않도록 한다. 우리는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다음과 같이 미덕의 울타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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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을 돌아보니 아이가 꾸역꾸역 읽어 냈을 모습이 떠오른다. 한계에 오른 아들에게 책임감을 요구한 나의 모습도 보였다. 책임감을 요구하기 전, 아이의 마음을 먼저 민감하게 알아차렸다면, 좋아하는 목록에서 ‘책 읽기’가 사라지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10년을 아이에게 공들인, 독서 습관이 나의 욕심으로 한순간에 삐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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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말이 들어가 있는 곳의 미덕이 ‘배려’라면, 주변에 배려심이 높은 사람이나, 배려가 필요한 순간을 떠올려 이야기한다. 자연이나 사물과 연결해 대화를 나눈다.
내 ‘말’이 들어가 있는 칸에 ‘감사’라고 적혀 있다면, “감사는 지금 필요한 미덕이야, 지금 시현이가 없다면 혼자 있어야겠지. 시현아,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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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친구, 선생님, 동생 또는 나 자신, 혹은 특정한 어떤 사람이 대상이 된다. 그들이 가진 성격, 말이나 행동을 떠올리며 미덕을 찾아준다. 사람들과 함께 미덕을 찾다 보면, 미처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미덕이 빛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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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때, 있었던 사건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게 하고 그때의 감정을 들어야 한다. 일기장 속에는 사건과 감정이 들어간 이야기가 전개된다. 의무적으로 적어야 하는 일기 쓰기라고 해도 즐겁게 적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이 들어가 있는 일기장은 아이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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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의 개수를 충분히 제공하여 아이들이 없애고 싶은 행동의 목록을 모두 적었다. 컵으로 탑을 쌓았다. 상대 팀의 컵을 많이 쓰러트리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팀 대항을 대환영했다. 아이들은 갈수록 새로운 재미를 느끼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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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사람에게 선을 긋는 것이 옳지 않음을 가르쳐준 고마운 스승이다. 함께 했던 상황과 감정들은 아이들을 배움의 순간으로 인도했고, 배움만큼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과정의 한 가운데 있었던 나는 행운이었다. 내가 만나보았던 그 어떤 아이들보다 최고로 훌륭했던 나의 스승님들, 다시 한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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