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풍요는 욕망도 희망도 사라지게 한다
“배부르고 따뜻하면 음욕을 생각하게 되고, 주리고 추워야 도심(道心)이 싹트게 된다.”
등이 따뜻하면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밀려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물질적으로 너무 풍부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게을러지고 무력증에 빠져 버린다. 어느 화가가 있었다. 이 화가의 가난했던 시절의 그림은 매우 화려하고 풍성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난해서 누릴 수 없었던 것을 그림을 통해서나마 누리기 위해서, 자신이 누리고 싶은 욕망(희망 사항)을 화폭에 나타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그는 국전에서 특선의 영예를 차지했고, 그에 따라 그림값이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돈을 많이 벌어 부(富)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데 명예와 부를 얻고 난 이후부터 그의 그림은 이상하리만큼 발전이 없고 초라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화가의 욕망과 희망이 물질적 풍요에 의하여 모두 달아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물질적 풍요는 인간에게서 희망과 욕망(의욕)을 빼앗아 가 버릴 뿐만 아니라, 정신상태도 해이해지게 만들어 놓는다. 이는 위 화가의 이야기 속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이 풍부한 곳에 있는 식물의 뿌리를 보면 뿌리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굳이 뿌리를 발달시키지 않아도 물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땅이 메마른 곳에 있는 식물의 뿌리를 보면 잘 발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부족한 물을 더 많이 구하기 위해서 뿌리를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물질적으로 너무 풍부하게 해주면 노력을 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배부르고, 따뜻하고, 즐거운데 무엇 하러 신경 써 가면서까지 노력을 하느냐’고 생각하고 현실에 안주해 버리는 것이다. 또 식물에게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를 발달시키지 않아 연약한 식물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물질적으로 너무 풍부하게만 해주면 자립심이 없어져서 연약한 사람이 되고 만다. 사람은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편안하고 부족한 것 없이 사는 사람한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란 바위에서 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자신이 불편을 느끼고, 절박한 필요성을 느껴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하려고 노력한다. 어두운 밤이 있었기 때문에 전구가 발명될 수 있었으며, 추위가 있었기 때문에 난방기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스위스는 전 국토가 지하자원이 없는 악조건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되어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스위스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잘살게 된 것은, 국토가 갖고 있는 악조건이 오히려 스위스 사람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부추겼기 때문이다. 만약 스위스가 지하자원이 풍부한 좋은 조건을 가졌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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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 이리하여 몸을 닦는 것은 마음을 바로잡는 데 있다고 이르는 것이다.”
마음은 모든 행동의 지배자인 동시에 통치자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모든 행동을 잘 다스리는 것과 같으며,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모든 행동이 좌우되는 것이다. 홀로 되신 할아버지가 계셨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들에게 수면제를 사다 달라고 하였다. 이 부탁을 받은 아들은 수면제를 복용하면 몸에 해롭다고 하면서 사다 주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수면제를 사다 달라는 아버지의 요구에 아들은 수면제를 사다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면제가 중독성이 있고, 또 몸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아들은, 몸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수면제를 대체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궁리 끝에 아들은 수면제 대신 영양제를 수면제라고 하면서 밤마다 한 알씩 드렸다. 그러자 영양제를 수면제로 알고 드신 할아버지는 밤새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면서 잘 주무셨다. 영양제를 수면제로 알고 드시고서는, 밤마다 잘도 주무시던 할아버지는 몇 달이 지나자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른 수면제를 사다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래서 아들은 다시 대체 방안을 생각하였고, 그 대체 방안으로 초코볼을 약 종이에 싸서 드리면서 저녁마다 한 알씩 드시게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면서 잘도 주무시는 것이었다. 잠이라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이 잘 수 있다고 마음을 다스리게 되면 스스로 밀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고 마음을 다스리게 되면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이 밀려오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행동도 결정된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평온을 찾는 유일한 길이며, 마음을 잘 다스릴 때만이 비로소 천국에서 쉴 수 있다. 마음을 잘 다스리게 되면 그에 따라 행동도 절제를 하기 때문에 마음의 평온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쓸데없는 마음의 독(보잘것없는 하찮은 일들에 대한 근심 걱정, 지나친 욕심, 허황된 꿈,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방종 등등)에 휘말리게 되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위와 같은 마음의 독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평소에 마음을 수양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자초하였다는 것이다.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독들을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야만 하며, 마음의 독을 제거하지 못하는 한 마음의 평온은 절대 찾을 수 없다. 그러면 위와 같은 마음의 독들을 어떻게 마음으로부터 몰아낼 수 있는가? 그 유일한 방법은 늘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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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얼굴은 몇 개인가?
“진실한 인간이 되려면 이 세상에 대한 허식을 버리지 않으면 아니 된다. 참된 생활을 알려면, 자기에 대하여 핑계 좋은 선으로만 쏠리지 말고 참된 선이란 무엇인가를 그리고 어디 있는가를 정성껏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숨김없이 보여준다면 우리는 징그러워서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그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중생활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업가가 있었다. 집에서는 부인에게 훌륭한 남편으로서의 행동을 하고,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아버지로서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렇게 집에서는 모범적이고 가정적이었지만 일단 가정을 벗어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하여 외도를 하였다. 이 사람은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 가정에 더욱더 충실했다. 이렇게 남편의 행동이 모범적이고 가정적이었기 때문에 부인은 남편의 외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였다. 이러한 생활은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는 이렇게 부인을 속이고 완벽한 연기를 하면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 대단하고 완벽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면서 생활했다. 어느 날 그는 밤에 잠을 자다가 꿈을 꾸게 되었다. 험상궂고 징그럽게 생긴 괴물이 자신을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너무나 징그러운 나머지 그는 도망을 쳤다. 그래도 괴물은 그를 따라다녔다. 뛰어가면 뛰어서 따라오고, 걸어가면 걸어서 따라왔다.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괴물에게 그가 물었다. “당신,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나를 이렇게 졸졸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것이요?” 괴물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정체는 당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의 그림자요. 내 모습이 당신이 보기에 징그럽다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이렇게 징그럽다는 뜻이요. 당신의 행위가 올바르고 아름답다면 나의 모습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할 것이요.” 이 말을 들은 사업가는 당당하게 괴물에게 따졌다. “내 행동이 무엇이 잘못됐단 말입니까? 제가 외도를 하지만 그렇다고 처자식을 외면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가족들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괴물은 인상을 더 찡그렸다. “어허, 나의 모습은 당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라니까. 만약 당신의 말대로 당신의 행동이 정당하다면 내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이 되어 있을 거요. 내 모습을 변화시키려면 당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면 됩니다.” 사업가는 잠에서 깨어났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뜬눈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행동이 그렇게 징그럽단 말인가?’ 하고.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가장(假裝)의 천재요, 위장의 천재다. 또 모든 인간들은 외견상 보이는 얼굴과 마음속에 있는 이성(理性)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얼굴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때에 따라 위장하여 두 얼굴을 내민다. 두 얼굴 중에 그 사람의 진실한 모습은 이성의 얼굴이지만, 이성의 얼굴은 자기 자신만 볼 수 있을 뿐이며, 타인들은 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들은 위장된 외면상의 얼굴에 속아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지금 나의 얼굴은 몇 개인가. 지금 나의 얼굴은 두 모습이 아닌가. 두얼굴을 내밀기 위해서 지금 위장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성의 얼굴과 외면상의 얼굴을 일치시킬 때 그대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그대의 모습은 가장 추한 모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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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는 보이지 않는 줄로 맺어져 있다
“모든 사람들과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자기와 남을 절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남을 연결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뇌물을 듬뿍 준다고 좋은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슬플 때는 같이 슬퍼하고, 기쁠 때는 같이 축배를 들며, 외로울 때 곁에서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면서 평소에 상대방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 때 진정으로 좋은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길을 가던 사람이 지쳐서 쓰러졌다. 그때 마침 행인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쓰러진 사람은 그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행인은 자기 혼자서 가기도 힘이 든데 쓰러진 사람을 데리고 가다가는 자기도 함께 죽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의 애원을 뿌리치고 못 본 척 그냥 가 버렸다. 한참 뒤에 또 다른 행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눈밭에 쓰러져 있던 사람은 다시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천만다행으로 이 행인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쓰러진 사람을 부추겨서 함께 갔다. 그런데 처음에 그냥 지나쳤던 행인은 얼마 가지 못하고 쓰러져서 얼어 죽고 말았다. 그러나 쓰러졌던 사람과 그를 부추겨서 같이 간 행인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갔다. 둘이 부둥켜안고 갔기 때문에 체온이 유지되어서 얼어 죽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혹자는 돈이 있는데 왜 혼자서 못 살아가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뭐 하는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차를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차를 탈 수 없듯이, 다른 사람들이 물건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돈은 무용지물에 불과한 길바닥의 돌과 다를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가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옷을 만들어 준 재봉사들이, 내가 먹고살 수 있도록 식량을 만들어 주는 농부들이,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목수들이 모두가 고맙고 소중하다. 인간사회란 여러 사람이 보이지 않는 줄로 맺어져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지금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도 타인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우리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이래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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