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自然史博物館에 가면 자연사自然死가 얼마나 귀한 역사인가를 깨우친다. 대륙 이동과 빙하와 용암 분출과 기후변화와 전쟁과 급격한 화석연료 사용과 인구 증가 속에서 자연사自然死는 얼마나 천운인가를 가슴에 새긴다. 지금 여기에서도 너무 많은 생명을 빼앗겼다. 사연이 같은 무덤들 옆에 곡절이 같은 울화가 피어 있다. 카레이스키, 징용, 4·3, 한국전쟁, 광주, 세월호……, 고영서의 시에는 자연사하지 못한 검은 뼈마디가 문장이 되고, 비명이 행간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억지와 작위가 없다. 살풀이 가락처럼 술술 풀어낸다. 시나브로 스민다. 시인의 울음통이 읽은 이의 숨통에 옮겨 와서 한 몸이 된다. 내가 화자가 된다. 그는 총 대신 시를 쓴다. 눈물 밥을 짓는다. 금남로 소녀가 된다. 우리 모두 자연사합시다. 자연사를 위해 끝까지 싸웁시다. 어느새 시인과 함께 돌림노래를 부른다.
- 이정록 (작가)
그녀가 배운 ‘어느 시작법’은 “윤기와 물기를 잊지 말거라”……
그래서 그녀가 꽃이나 구름이나 사랑을 노래할 때, 그것들은 마치 윤슬처럼 젖은 채로 빛난다. 뜨겁게 반짝이는 시어들, 그러나 그 아래 고여 있는 깊고 어두운 물의 낌새……
물론 시집에 가득한 이름들도 윤슬이다. 40년 된 기억 속에서 빛바래 가는 이름들을 그녀가 소환한다. 손옥례, 김선옥, 선종철, 김옥희, 차명숙, 윤청자, 박영근, 강용주, 전재수, 김남주, 허철선, 김영철, 박용준, 전태일, 이소선, 김윤덕, 이옥분……
고영서의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은 정말이지 연어처럼 돌아오는 저 이름들이 만들어 내는 찬란하고도 슬픈 윤슬과 같다.
- 김형중 (문학평론가, 조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