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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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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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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74g | 140*195*21mm
ISBN13 9791189178116
ISBN10 118917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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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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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씨는 반드시 나을 거예요. 전 믿어요.”
‘믿는다’는 말에 한준은 깜짝 놀라, 눈시울에 뜨거운 것이 울컥 차올랐다. 그것은 아주 강력한 단어였다. 간신히 기운을 차렸지만 여전히 음습한 동굴 안에 고립된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던 차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믿음, 놓지 말아 주세요.”
“네?”
“제가 저를 포기하더라도, 선생님만은 절대 저를 놓지 말아 달라는 뜻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모든 희망을 버리게 되는 날이 오면… 오늘 하신 말씀을 제게 꼭 다시 해 주세요.”
한준의 진지한 호소에 소영은 숙연해졌다.
“물론이죠. 제가 먼저 환자분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변화라는 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준 씨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 p.94


괘종시계가 울린다. 무심코 시계를 올려다본 나는 깜짝 놀란다. 내가 갇혀 있었던 시간이 고작 한 시간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원보다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고작 한 시간이었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 집 안의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나를 감금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 그리고 나를 공포에 떨게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
--- p.120


화가 나든, 억울하든, 그 감정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당시에 어떤 식으로든 표출되었어야 할 분노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억눌려 있었을 테니. 지금은 내키는 대로 발산하셔도 괜찮아요.”
--- p.147


“하얀 가운을 입고 해를 등진 엄마는 마치 천사 같았어요. 하지만 천사는 나를 싫어해요. 난 하얗고 밝은 게 무서워요. 천사가 다가오면 숨이 가빠지고 도망가고 싶지만 몸이 굳어 버려요. 천사는 나를 심판해요. 내가 천사를 불행하게 만들어서 어둠에 갇혀 있어야 한대요. 난 너무 무서워서 납작 엎드려 맞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땐 한준 씨가 어렸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봐요, 지금 한준 씨가 얼마나 건강하고 멋진 어른인지! 어린아이의 약점을 이용해 힘을 행사하는 건 비겁한 행동이에요. 이제 한준 씨는 그런 걸 받아 줄 필요가 없는 어른이고, 어머니는 한준 씨에게 더 이상 어떤 피해도 입힐 능력이 없는 초라한 노인일 뿐이에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고요.”
한참 동안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던 한준이 스르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차피 그 사람은 지금 무엇도 할 능력이 없습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의 눈은 과거의 어느 장소에 이끌리듯 따라가고 있었다.
“내가 그 사람을 죽였어요.”
--- p.151


내가 하려는 일은 말이야. 너의 무의식에 불행의 씨를 심는 일이야. 의심 한마디를 툭 던져 주기만 하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씨앗이 심기거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씨에 물을 주고 거대한 나무로 키워 내어 마침내 불신과 공포라는 열매를 얻게 돼. 애초에 그 검은 씨앗을 심고 간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지.”
--- p.193


고군분투가 없는 것은 삶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화사하고 찬란한 것을 싫어한다. 화사한 것에는 고군분투가 없다. 찬란한 것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초기의 목적을 망각하게 만든다. 반짝이는 것은 유혹이다.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어둡고 축축한 땅속에서 뿌리가 사력을 다해 단단한 흙 위로 솟아오르면, 찬사를 받는 것은 언제나 꽃의 몫이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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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사 소재지 :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 18-99 수도서림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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