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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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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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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70g | 133*195*20mm
ISBN13 9791160350067
ISBN10 11603500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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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임승민
서울에서 나고 자라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에 합류했다. ‘민족문학’(푸른나무) 집필진 이후 독립영화에 욕심을 내다 주저앉았다. 마흔 후반 이제 시를 쓸 때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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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읍

1983년식 흐린 알전구 등 아래에서
올려다볼 것이라곤 제련소 굴뚝뿐이었다
개흙 속 펄 짱뚱어만 튀던 읍
돌이키면 선착장 눅눅한 바람 속
폐선 위 웅크린 갈매기들이
치켜든 손가락을 향해 몰려들었지만
손가락이 게워낸 흔적들을 찍어 삼키고는
이내 허공에서 멈춰 돌아섰다
말린 박대들만 읍에 주저앉아 말벗을 청했다
처음 본 청보리밭의 너울거림이
읍 비바람만큼 비리다고 중얼거리면
버짐이 앉은 학생들은 날 신기해했고
역 앞 공터에는 본드 봉지가 뒹굴었다
저녁 둑방 잔새우들만큼 마른 삶들이
하루를 감아 등 휘어지던 곳
생선 몇 마리 배를 가르던 늙은이들과
하구 펄을 넘는 바람은
어김없이 구름 갈매기로 튕겨나갔다
하숙집 무기력한 마루와 대문 앞에서 난
색싯집 화려한 간판보다 홀로 사치스러웠다
골목 진창길에 내리꽂던 삿대질과
배추뿌리만한 허영을 잘라내기 위해
뱃속 개흙들을 또 얼마나 게워내야 했는지
눈밭을 기던 외진 항구 뒤에서

팽목
이제
너와 나의 경계가
아름다워야 할 이유는 없다

두 눈 먼저 찌르고
빗방울이 닿기 전
모든 꽃들은
제 목을 날려버려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 甲子를 살아온 우리에게 ‘더욱 정진하세요’라는 덕담은 매우 허술하다. 이미 도자 가마 불꽃같은 정진의 흔적이 ‘살아낸 삶’에 묵직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한 甲子의 시대를 견뎌내면서 시를 빚고 구어 낸 임 시인이기에, 첫 시집 44편의 시에 우정의 이름으로 토를 다는 것도 가당치 않다. 하나만 고백하자. 우리의 대오를 가로막는 대적할 것들에게는 예리한 투창으로, 머리띠를 풀고 이마를 식힐 때는 서러운 샘물로 읽히는 44편의 시 선물을 받고 나는 오늘 뜨겁고, 차분하다.
- 정희성 (시인)

대학 시절부터 곁에서 지켜온 터라 몇 마디 하자니 오히려 부담스럽고 짠하다. 감정을 자제하고 몇 번을 읽는다. 살아낸 시간만이 진실이요,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참모습이기에, 그럴 듯하게 폼 잡으며 모호한 수사적 발언을 일삼는 자들은 결코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기에 믿음이 간다. 사연 아픈 가족사를 묵묵히 감내하며, 어두운 시대에도 참교사로서의 길을 걸어온 벗을 존경한다. 오늘 이렇듯 찰진 글 잔치를 벌여 놓으니 참으로 기쁘다. 털어 놨으니 허전하려나? 막걸리 한 잔 나누며 토닥여 주고 싶다.
김원근 (성남시 교육지원단장, 전 안용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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